홀 (The Hole):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깊은 구멍에 관하여

홀 (The Hole):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깊은 구멍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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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책장

홀 (The Hole):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있는 깊은 구멍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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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usj73co6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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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야말로 죄를 지을 조건을 갖추는 시기였다.
그 조건이란 두 가지였다.
너무 많이 가졌거나 가진 게 아예 없거나."

어쩐지 불편하면서도 계속 머릿속을 맴도는 이 문장, 편혜영 작가의 『홀』에 나오는 문장이에요. 기억력이 형편없는 제가 이 책을 읽은 지 7년이나 지났는데도 이 문장이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40대를 지나가지 않은 뉴니커들은 이 문장이 경고처럼 들릴 수도 있고, 이미 지나간 뉴니커들은 깊은 회한으로 남을 수 있겠네요. 이 작품은 아직 영화화도 되지 않았는데 마치 영화를 본 것처럼 제게 섬뜩한 이미지로 선명하게 남아있어요. 교통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오기'가 침대에 누워있고, 그를 바라보는 '장모'의 묘한 눈빛까지도요. 👀

『홀』 한국판, 영문판 표지

[작품 줄거리]

편혜영의 소설 『홀』은 첫 장면부터 독자를 강렬한 긴장감 속으로 끌어들입니다.

충격적인 시작
소설은 주인공 오기가 병원 침대에서 눈을 뜨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자신이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와 함께 차에 타고 있던 아내가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입니다.

절망적 상황
오기는 사고로 인해 반신불수가 되어 몸을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그의 유일한 의사표현 수단은 눈을 깜빡이는 것뿐입니다. 한때 잘 나가던 대학교수였던 그는 하루아침에 극단적인 약자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기묘한 동거의 시작
부모를 일찍 여읜 오기에게는 돌봐줄 사람이 없습니다. 결국 그는 죽은 아내의 어머니, 즉 장모와 함께 살게 됩니다. 이로써 오기와 장모 사이의 기묘하고 불편한 동거가 시작됩니다.

의심과 공포의 시작
오기는 점차 장모의 행동이 수상쩍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장모가 간병인을 해고하고,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등의 행동이 의심스럽게 여겨집니다. 더욱이 오기의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는 의사의 말에 장모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며, 오기의 의심은 점점 커져갑니다.

[홀이 미스터리 책장에 있어야 하는 이유]

『홀』이 가진 미스터리적 요소들을 함께 살펴볼까요?

서스펜스와 긴장감
소설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불구가 된 대학교수 '오기'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치밀한 갈등 구조와 심리 묘사를 통해 팽팽한 긴장감을 유발합니다. 독자들은 오기의 상황이 점점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며 불안감과 서스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심리적 공포
장모의 행동이 점점 이해할 수 없고 불안하게 느껴지는 상황은 심리적 공포를 자아냅니다. 특히 오기가 의지할 곳이 장모 뿐인 상황에서 장모의 의도를 의심하게 되는 전개는 고립된 공포를 더욱 강화합니다.

미스터리한 사건들
소설 속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들이 독자들에게 계속 의문을 불러일으킵니다. 특히 장모가 파는 정원의 구덩이는 이야기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장르적 인정
『홀』은 한국인 최초로 2018년 미국의 셜리 잭슨 상을 수상했습니다. 이 상은 심리 서스펜스, 호러, 다크 판타지 작품에 수여되는 것으로, 『홀』이 이러한 장르적 특성을 잘 구현했음을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편혜영 작가님

편혜영 작가 특유의 섬세한 문체와 심리 묘사가 더해져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홀에서 홀이 의미하는 바]

『홀』에서 '홀'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물리적 구멍
장모가 정원에 파는 실제 구덩이를 의미합니다. 이 구덩이는 소설에서 공포와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핵심 장치예요.

심리적 공허
더 깊은 차원에서 '홀'은 인물들 내면의 공허를 상징합니다:

  • 오기의 경우, 부모의 부재와 아내의 상실로 생긴 빈자리

  • 장모에게는 딸을 잃은 후의 상실감

  • 모든 인물들이 겪는 구원받지 못한 고독

관계의 균열
'홀'은 또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깊은 균열을 의미합니다. 오기와 장모, 죽은 아내와 남겨진 사람들, 이들 사이의 메울 수 없는 간극을 보여줍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
전신마비 상태의 오기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습니다. '홀'은 바로 이 모호한 경계 그 자체를 상징하기도 해요.

[영화화 소식]

반가운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

『홀』이 스크린으로 찾아올 예정이에요. 김지운 감독이 연출을 맡고, 정호연 배우와 테오 제임스가 주연을 맡았다고 합니다. 2025년 상반기에 촬영이 시작된다고 하네요. 할리우드와 협력하여 제작된다고 하니, 우리의 이야기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기대가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7년 동안 그려왔던 이미지가 어떻게 영상화 될지 너무 궁금합니다.

정호연, 김지운 감독과 손잡는다…영화 '더 홀' 출연 확정

[마무리]

미스터리 뉴니커 여러분, 어떠신가요? 『홀』은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의 나이듦, 죄책감, 외로움, 그리고 구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에요. 어떤 이에게는 스릴러로, 어떤이에겐 심리물로 읽힐겁니다.

소설 속 한 구절을 함께 나누며 이야기를 마무리할게요:

"그 좁고 검은 구멍은 이제는 찾을 수 없는 한 시대의 기억처럼 깊었다. 사라진 시대와 만나려면 저 구멍에 닿아야 했지만 결코 닿을 수 없으리라."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이처럼 깊은 구멍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요? 그 구멍을 들여다보는 용기, 그리고 그 앞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설렘이 바로 이 소설이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매주 금요일에는 '알책수다'로 찾아뵙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