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연락하고 싶대!”

세상에, 이건 정말로 현실감이 없다.

당시 핸드폰이 없던 나는 친구의 핸드폰을 빌려 그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야자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부모님이 잠들어있는 틈을 타서 007 첩보 작전을 펼쳤다.

양말을 신고, 장갑을 끼고 살금살금 부모님 방문을 열고 기어가, 핸드폰을 집는다. 그리고 쏜살같이 내 방으로 들어온다. 이어지는 달콤한 시간.

당시 문자는 최대 80바이트였다. 심지어 엄마의 핸드폰은 문자 사용량에 제한이 있었기 때문에 몰래 쓸 수 있는 문자의 양은 10통 정도.

80바이트를 꽉 채워 정성스럽게 문자 1개를 보낸다. 그렇게 10통 정도의 문자를 주고받고 나면 아쉬운 작별 인사. 그토록 학교가 그리운 시절이 없었다. 학교에 가면 친구들의 핸드폰을 빌릴 수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