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바꿈으로써 나를 바뀌게 하는<환승연애>

상대를 바꿈으로써 나를 바뀌게 하는<환승연애>

작성자 집과둥지

로맨스물이 가르쳐준 것들

상대를 바꿈으로써 나를 바뀌게 하는<환승연애>

집과둥지
집과둥지
@user_mg8ux4d26s
읽음 407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누구나 만남과 헤어짐을 경험한다. 비단 연애 관계뿐만 아니라 많은 인간 관계가 영원토록 지속되진 않는다. 갈등이 생기고 싸우고 멀어진다. 혹은 오해하고 외면하고 멀어진다. 각자의 잘못을 명확한 숫자로 딱 떨어지게 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는 딱 그만큼만 미워하고 그만큼만 용서하면 될 것이다. 그러나 관계에 있어 '과실비율'을 따지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연인 간의 이별, 결정적인 귀책 사유를 따지기 힘든 보편의 이별이라면 더욱이.

연애 예능 프로그램 <환승연애>는 헤어진 연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연애하기를 부추긴다. 이 간단하고 자극적인 설정인 의외로 한 가지 교훈을 남겼는데, 다름 아닌 이 이별에서 자신의 책임을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요

환승연애3 | 김인하 (환승연애1과 2는 이진주)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환승연애>의 서사는 ‘처음’의 빈도만큼 경험해왔지만 뜯어보려고 하지 않았던 ‘끝’과, 그 끝에 맞물린 새로운 ‘시작’을 조명한다. <환승연애>의 과거 연인들은 헤어진 상태지만 결국 이 프로그램을 함께 나오기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감정이 불쾌하지 않다. 오히려 본인도 확신하지 못하는 미련이 있는 쪽에 가깝다. 또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짓고자 한다.

에피소드마다 하나씩 풀리는 ‘X(ex)’와의 만남과 헤어짐을 듣고 있노라면, 이별의 순간에 서로 얼마나 미워했는지와는 상관없이, 그 이별의 원인이 싸움이었는지 또는 귀책 사유가 누구에게 있는지와는 상관없이, 우리는 이들이 느끼는 이별 후의 아픔, 상대를 향한 미안함, 속상함과 아쉬움, 후회와 미련, 그리고 고마움에 집중하게 된다. 아름다운 이별은 없지만 그동안의 사랑은 추한 게 아니다. <환승연애>는 이런 식으로 시청자와 출연자를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궤도에 올려놓는다.

연애는 제일 좋은 자아 여행이야

유튜브 ‘고막메이트’에서 김이나 작사가는 “연애는 제일 좋은 자아 여행이야”라고 말한다.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은 ‘자아 커뮤니케이션’이다. 이는 '자기'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과 그것을 표현하는 것에 관한 나와 나의 커뮤니케이션이다. 내가 나를 알지 못하면 타인과도 제대로 소통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근본이라 이해되곤 한다. 어쩌면 거의 대부분의 연애가 이별이라는 사달로 이어진 것은 자아커뮤니케이션의 실패에서 기인한지도 모른다.

네가 자기야 미안해 했잖아? 환승연애 이딴 거 안 나왔어.
- 주원 <환승연애3>

흥미롭게도 <환승연애>의 기획대로 상대를 바꿔 데이트를 하고 내가 아닌 다른 이성에게 전 연인이 사랑받는 것을 보면서, 출연진들은 자기의 감정을 깨닫게 된다. 시즌 2의 규민과 시즌 3의 동진과 같은 일명 후회남들의 서사가 대표적이다.

출연진은 자신의 연애를 돌아보며, 솔직하고 진솔하게 ‘나’를 마주한다. 현재 연인과 처리되지 않은 갈등과 해묵은 감정 위로 덮어 놓은 가짜 평화를 깨뜨리고 마침내 드러난 나의 모자람과 부족함을 성찰하게 된다. 이로써 탓하기만 했던 어제를 뒤로하고 나부터 바뀌어보려는 노력을 이어간다. 그게 다시 재회하는 방법이든, 아니면 전 연인을 깨끗하게 놓아주는 방법이든.

이러한 맥락에서 <환승연애>가 시즌을 거듭하며 '재회연애'라는 오명 아닌 오명을 쓰게 된 이유도 어쩔 수 없는 듯 하다. 이별에서 나의 과실을 더 잘 알면 더 잘 알수록, 내 잘못을 알아차리면 알아차릴수록 이전의 잘못을 잘못 아닌 것으로 되돌리고 싶어지기 마련이니까. 지금까지 상대를 바꿈으로써 결국 나를 바뀌게 하는 예능, <환승연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