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을 이해하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타인을 이해하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작성자 집과둥지

로맨스물이 가르쳐준 것들

타인을 이해하는 게 이렇게나 어렵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집과둥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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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작가는 그의 책 <세계의 끝 여자친구>의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썼다.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을 오해하며 살아간다. 타인을, 나를 향한 어떤 말을, 상황을, 사건을.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한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던가. 쌓이는 건 오해요, 흩어지는 건 이해다. 서로를 지독하게 오해한 관계는 어떻게 이해로 나아갈까? 이번 아티클에서 소개할 작품은 바로 이 지점을 다룬다.

이 작품은요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 이보라

인간은 평생 서로를 몰라서 갈등한다

상대방이 하는 행동이나 말이 이해가지 않을 때 흔히 그런 말들을 한다. "네 머릿속에 뭐가 들어갔는지 보고 싶다"라던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뜯어서 보고 싶다"라던가. 이 소설은 '판타지의 장치'를 이용해 이를 실천해낸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은 여주인공 바이올렛이 남편의 무관심과 시댁의 괴롭힘에 지쳐 이혼을 결심하고 끝내 죽음을 선택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남편과 몸이 바뀌어버린다. 즉, 이 작품은 죽음을 선택한 여주의 영혼이 남주와 바뀌는 설정을 통해 '당신의 이해를 돕'는다.

"만약 두 사람이 사랑이라는 같은 단어를 사용한다고 하여도 그 뜻은 반드시 다르리라."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중

주인공들의 오해는 '서로를 몰라서' 생겼다. 구체적으로 이 오해는 상대와 내가 다른 사람인데도 오로지 나의 입장에 의한 판단과 어림짐작에서 비롯됐다. 나름 배려랍시고 했던 윈터의 행동은 바이올렛에게 상처가 되었고, 행동의 의미를 몰랐던 바이올렛은 빛을 잃어간다. 나와 다른 사람과 정을 나누고 살려면 상대방을 알아야 하는 법이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조차 모르는 윈터가 자기 방식대로 판단하는 동안 이 부부의 관계는 자꾸 어긋난다. 윈터는 문제가 있다는 걸 의식조차 하지 못하고, 바이올렛은 벼랑 끝에 내몰린다.

그러나 영혼이 바뀌며(=몸이 바뀌며) '온전히 상대방 입장'을 자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둘은 서로의 생각과 행동을 완벽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달리 말하면 타인을 이해하는 일이 이렇게나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혼이 바뀌지 않고서야 '타인에 대한 완벽한 이해'란 말은 그냥 말도 안 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관계에는 듣고 말할 노력이 필요하다

현실에서 영혼이 바뀔 일은 없다. 그러니 우리가 해야할 것은 들을 것, 그리고 말할 것. 듣지 않고 말하지 않고 상대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착각일 수 있고, 그저 '내 관점으로 본 OOO씨'가 될 뿐이다.

“내 모든 말이 인사치레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아요. 정말로 보고 싶어서 보고 싶다고 할 때가 있고, 정말로 사랑해서 사랑한다고 말할 때가 있어요 "

" ... "

“당신은 직설적인 사람이지만 당신이 하는 말이 전부 진심은 아닌 것처럼, 나는 온갖 예의범절을 지키려는 사람이지만 내 말이 전부 인사치레는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윈터는 그녀의 목소리와 눈빛이 자신을 압도하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중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는 첫 눈에 반하는 사랑이라도 사랑이 결코 그 두근거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한다. 마냥 설레고 두근거리는 감정만이 사랑은 아니라는 걸, 사랑에도 관계에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사랑해서 결혼한 이들도 이혼하게 만드는 성격 차이 따위를 어떻게 극복하는가를 로판이라는 장르로 풀어낸 부부 카운슬링 같은 소설, 지금까지 <당신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