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찍먹 보고서] 3장. 만년필
작성자 지쉬
취미 찍먹 보고서
[취미 찍먹 보고서] 3장. 만년필
취미 찍먹 보고서 _ 3장. 만년필🖋️🖋️✒️
본 보고서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을 적은 사적인 보고임을 알려드립니다.
🖋️만년필, 어떤 취미인가요?
만년필은 귀찮은 취미입니다.✒️ 무슨 소리냐면 손이 많이 간다는 뜻입니다.
만년필을 사용할 때, 가지고 다닐 때, 만년필이 그냥 누워있을 때. 잉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심해야합니다. 만년필을 세척할 때는 귀찮음의 정점을 맛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정이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잘 길들인 만년필은 손에 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오늘 보고서에서는 만년필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까요?
만년필을 구매하려고 검색해보면 정보가 너무 많아서 어지러울 수 있습니다. 만년필 촉(닙)의 재질, 촉의 굵기, 바디, 종이, 잉크 등의 다양한 구매 옵션이 펼쳐집니다. 저는 오늘 가장 기본적인 만년필의 촉에 대해서만 다뤄 보겠습니다.
만년필 닙(촉)은 재질에 따라 메탈촉과 금촉으로 나뉩니다.
메탈촉은 금촉보다 단단합니다! 당연한 이야기라고요?🖋️
그래서 손에 힘에 주고 닙을 눌러 쓰더라도 닙의 변형이 적습니다. 만약 메탈촉에 변형이 갈 정도로 힘을 주어 글씨를 쓰고 있다면, 집필법(펜을 잡는 방법)을 바꿔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제가 처음 산 만년필은 일본 파이롯트 사의 카쿠노 F촉 만년필이었어요. 귀여운 그림에 굵고 짧은 바디가 특징인데요. 저는 이 만년필 촉을 첫 일주일만에 뭉그러뜨렸습니다. 그래서 집필법은 바꾸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가격도 메탈촉 만년필이 금촉 만년필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그런데 메탈촉은 인기가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만년필 특유의 부드러운 필감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사실 만년필을 사용하는 이유는 특유의 필감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래서 메탈촉 만년필은 인기가 덜 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만년필을 구매하는 뉴니커 여러분에게는 메탈촉 만년필을 추천드립니다. 저렴하게 만년필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옵션이기 때문이에요. 그 중에서도 가장 추천드리는 것은 일본 플래티넘사의 프레피입니다.
추천 드리는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먼저, 국내 펜샵 뿐만 아니라 대형 문구점에서도 팔고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게다가 자체 기술로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보관 시 닙 마름(잉크 마름)이 덜 합니다. 더불어 일본 브랜드 특유의 세필(가는 굵기)체험이 가능합니다. 마지막으로 넘사벽급의 가격 경쟁력 때문이니다. 한 자루가 4천원~5천원 정도 입니다. 그래서 저는 첫 체험용 만년필로 프레피를 추천드립니다.
다음으로 촉의 굵기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촉의 굵기는 세필(가는 굵기)과 태필(굵은 굵기)로 나뉘는데요. 보통은 EF촉(Extra Fine), F촉(Fine)은 세필로 구분되고, B닙은 태필로 구분됩니다. 그 사이에 M촉이 있는데 중간 정도라고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같은 F촉이라도 만년필 브랜드마다 굵기가 제각각 다릅니다. 보통 한자를 많이 사용하는 한국, 일본, 대만, 중국 등에서 제작한 만년필은 같은 촉이라도 전반적으로 굵기가 가늘어요. 즉, 독일 브랜드 펠리칸 만년필의 F촉보다 일본 브랜드 세일러 만년필의 F촉이 가늘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추천하냐고 물어보신다면, 처음 시작하려는 뉴니커에게는 세필을 추천드립니다. 왜냐하면 세필 만년필을 사용하면 만년필 전용 종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잉크가 번질 위험이 적어요. 게다가 획이 많은 한글을 적을 때는 세필 만년필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보기 좋고 깔끔합니다. 앞서 추천 드린 프레피 만년필의 경우 EF촉(0.2)를 구매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관련 정보를 더 알고 싶어요.
만약 좀 더 풍요로운 만년필 생활을 즐기고 싶으시다면, 가장 먼저 종이에 투자하시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만년필은 종이를 많이 가리는 필기구입니다. 같은 만년필이라도 종이의 질에 따라 다른 퍼포먼스를 보여준답니다. 추천 드리는 종이는 로디아, 토모에리버 입니다. 많은 만년필 사용자들이 좋아하는 종이입니다.
종이를 갖추셨다면 잉크에 도전하세요. 기본 잉크(검정을 기준으로)는 파커, 오로라 등이 유명합니다. 컬러 잉크도 모으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구매 전에 잉크를 시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꼭 먼저 사용해보세요. 컬러 차트에서 보는 것과 실제 잉크 색상이 다른 경우가 있거든요.
또, 잉크의 흐름이 박한 경우(잉크가 되직한 경우) 만년필에 부적합할 수 있으니 잉크의 흐름도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교토 잉크가 흐름이 박한 편이고, 제이허빈 잉크가 대체로 묽은 편입니다. 더불어 펄이 들어간 잉크는 만년필에 사용할 경우 만년필이 망가질 수 있어요. 위 두 경우 꼭 글라스펜이나 딥펜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추천 만년필 이외에 다른 만년필이 필요하시다면 국내 펜샵에 방문해보세요. 만년필은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기 때문입니다. 각 제조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필감의 방향성이 다르거든요. 만년필에 입문하시기로 결정하셨다면 본인이 사각거리는 필감을 좋아하는지, 극강의 버터 필감을 좋아하는지 펜샵에서 체험해 보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어울리는 종이와 잉크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어서 편하답니다. 그래서 국내 오프라인 펜샵을 방문해 보시길 적극 권장드립니다.
국내 오프라인 펜샵은 블루블랙 펜샵, 베스트펜, 카페캘리, 펜카페 등이 있습니다.
유튜브에도 수 많은 관련 인플루언서가 활동 중입니다. 그 중에서 추천드리고 싶은 인플루언서는 유튜버 잉크잉크 Ink inc.(https://www.youtube.com/@inkinc) 님 입니다. 다양한 유튜버 중에 잉크잉크님을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상미 때문입니다. 이제까지 제가 경험했던 만년필 관련 유튜버 중에 가장 영상미가 좋았어요. 조곤조곤한 말투와 영상의 논리 구조가 명확한 것이 특징입니다. 더불어 매년 올라오는 수능 수학 ASMR도 '보는 맛'이 쏠쏠합니다.
🖋️만년필, 왜 계속 하고 있나요?
만년필을 처음 구매 한 건 꽤 오래전이었지만, 제대로 쓰기 시작한건 2021년 이었습니다. 1장에서 소개한 대바늘 뜨개는 2020년부터, 2장에서 소개한 실내 가드닝은 2022년부터 시작했으니 딱 그 중간에 시작한 취미이네요.
만년필을 제대로 사용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이유는 손의 피로도를 줄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하지만 적응하는 데 꽤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만년필 닙이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집필법을 바꾸는 과정이 길고도 험난했답니다. 공부만 끝나면 다시는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만년필에 익숙해진 탓인지 저는 올해도 만년필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이제 다른 필기구를 사용하면 일기를 쓰고 있다는 느낌이 나지 않습니다. 요상한 일입니다.
애플펜슬로 아이패드에 필기하는 이 시대에 만년필은 좀 올드하게 느껴질 때가 있어요. 하지만 생각을 정리하기에 이것보다 더 적합한 필기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볼펜만큼 빠르게 적을 수 없는대신 천천히 문장을 음미하게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