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에서 온 정렬:
대북제재가 무산 광산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무산에서 온 정렬: 대북제재가 무산 광산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작성자 ehwa

대북제재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무산에서 온 정렬: 대북제재가 무산 광산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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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e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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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광산, 북한 당국의 주요 수입원

무산에 있는 광산은 북한을 대표하는 광산이며 아시아 최대의 노천 광산이다. 무산군의 인구는 약 10만 명 정도인데, 이 중 약 20%가 무산광산연합기업소(이하 무산광산)에서 근무한다. 무산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10억 톤으로 집계되며 대북제재 이전까지 연간 1억 달러의 외화를 북한에 안겨주었다. 특히 2000년대 초반에  중국 광물 회사와 계약을 맺고 설비를 투자받으면서 철광석 생산량이 가장 높아지기도 했다. 

이렇듯 무산광산의 자원은 북한 당국의 주요한 수입원이다보니, 중앙의 관리와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는 중앙기업소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지방 단위에서 관리 감독이 이뤄졌으나, 2000년대 후반부터는 호위부(외화벌이 전담 군기관), 즉 군이 무산광산을 관리 감독하고 있다.

[그림 2] 무산군 지도 (이미지 캡쳐: 구글맵스)

원자재와 부자재를 빼돌려 암시장에 판매

중앙기업소임에 불구하고 노동자의 기본권인 노동권은 매우 열악하다. 연로한 설비와 장비는 고장이 잦고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안전 사고가 빈번하다. 일을 한 만큼 그에 상응하는 월급을 받지도 못하고, 기껏해야 생계를 유지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양의 배급을 받을 뿐이다. 광산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정권에서 시키는 일만 고지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터득했다.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부업을 따로 한다. 부업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중국과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이점을 이용해 밀수입을 하거나, 주중에 광산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작은 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광산의 원자재와 부자재를 빼돌려 암시장에 판매하는 행위도 다반사다.  

다른 지역은 대북제재 때문에 석유나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졌지만, 북한 당국은 무산광산의 철광석을 수출해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무산광산에만 예외적으로 원재료를 공급했다. 이는 많은 이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로 활용되기도 한다. 무산광산 노동자들은 경제난을 극복하고자 정권에서 규정한 법의 테두리를 넘어 광산에서 원재료를 빼돌려 암시장에 내놓는다. 광산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고 돈을 벌기 위해 가장 많이 하는 것은 윗선과 결탁해 석유나 비료를 빼돌려서 경제적인 이윤을 내는 것이다. 

당국에 발각되면 강력한 처벌을 받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다른 선택이 없다. 딸린 식구들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윗선/관리자 계급도 딱히 사정이 다를 바가 없다. 서로 뒷배를 봐주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것이다. 정렬은 무산광산에 근무하던 시기에 있었던 일화를 말하며 서로 어떻게 연결이 되어있고 거래하는지 이야기했다.

“광산을 이렇게 둘러싼 보위대가 있었어요. 보위대 초소가 어디에나 다 있어가지고 그거를 광산 안에 있는 기름(석유)이나 비료를 일단은 밖으로 꺼내 나와야 이제 돈이 될 수 있어요. 돈이 되는 만큼 위험이 따르다보니 수수료가 많이 나갈 수 있었는데요. 뒤를 봐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잖아요. 윗선도 필요하고 가져온 석유나 비료를 보관하는 곳도 필요하니 이걸 내가 일했던 보위부에서 했어요. 우리는 보관해 주던가 아니면 저렴하게 사서 그걸 소매로 또 장마당에 내다 팔았어요. 아니면 더 비싼 가격에 기름이나 비료를 팔고 싶으면 청진이나 다른 도시로 가서 팔기도 했어요."

석유 수요가 대도시에 있다고 해도 이를 유통할 수 있는 주체는 제한적이어서 누구나 무산에서 대도시로 석유를 운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금력 또는 권력을 가진 자들은 많은 수수료를 내면서 석유를 유통하여 부를 축적하지만, 일반 광산 노동자들은 겨우 한 끼를 해결하는 정도를 벌 뿐이다.

[그림3] 무산광산 사진

하루 아침에 실직자로 몰린 노동자

하지만 생계를 지탱하기 위해 중국과의 밀수를 감행하며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던 몸부림도 점점 불가능해지고 있다. 북한 당국의 핵실험 강행으로 인해 국제 사회가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부터다. 2017년 12월 채택된 안보리결의안 2397호는 기존 북한산 광물, 수산물, 의류 수입 금지에 더해 일부 농산물, 기계 및 전자기기, 토석류, 목재, 선박 수입도 금지했다. 중국과의 거래에서 직격탄을 맞은 북한 당국은 무산광산 가동을 중단하고 노동자 1만 명을 감원했다.

1990년대 대기근 시기, 평양에도 배급이 끊길 정도로 식량난이 심각했을 때도 무산광산에는 매우 적은 양이지만 식량이 배급되어 다른 곳보다는 상황이 나았다. 김일성이 ‘무산 광산은 조선의 보배'라고 칭할 정도로 무산광산의 광물은 북한의 주요 수입원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출 효자 상품'이 대북제재로 인해 유통망이 단절되자, 마침내 노동자들의 실업으로까지 이어졌다.

제재 효과성 측정의 한계

무산군 인구는 10만 명 내외로 집계된다. 이 중 1만명이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실직자가 된다는 건 사회에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는 문제다. 누군가는 이것이 대북제재의 효력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무산광산 노동자의 50%가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되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 위태롭고 힘들어졌다. 북한 당국은 핵개발을 감행하니 보복조치로 국제사회가 대북 경제제재를 가한다고 절대 주민들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

최근 북한 전문 매체에 따르면, 코로나 19 이후 북한 당국은 국경 지역의 감시를 강화하고 중국과의 밀수를 금지하였다. 단순히 북한 당국의 돈줄만 막는다고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북한 경제가 흔들려 주민들의 삶이 더 위태롭고 힘들어지더라도 북한 당국은 변하지 않는다. 경제적 고통과 북한 당국의 반응은 직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제제재의 효과성은 북한 경제 지표의 하락이라는 경제적 손실을 넘어서 실제 북한의 정치적 행동에 변화가 있는지에 따라 측정되어야 한다.


[출처]

  1. 북한정보포털 북한이해, “금속 공업”.

  2. 北, 무산광산 개발권 헐값에 중국에 넘겨주나?”, 노컷뉴스, 2012.10.23.

  3. 국제엠네스티, “북한의 열악한 노동권 실태-국내편”, 2021.02.10.

  4. “북한, 코로나發 4월 경제위기 가능성”, 주간조선, 2020.03.05.

  5. “혹한 속 두만강변 北 마을…월동 준비 분주,” KBS, 2018.12.17. 

  6. <북한내부> 최대 철광산에서 4월 배급이 불과 옥수수 3kg 불안한 노동자들 스스로 농촌동원에 몰려,” 아시아프레스 북한보도, 2024.05.08.

[참고]

“중국산 품질이 안 좋은 옥수수 소량 배급 있었고 이걸로 옥수수 국수죽을 만들어 먹었지.” 탈북민 강씨(무산광산 40년 근무 후 정년퇴직)


본 아티클 프로젝트는 여성정치연구소 2023년 소모임지원 사업 운영비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