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작성자 ehwa
대북제재가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대북제재’,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대북제재”. 뉴스 국제면을 읽다 보면 한 번쯤 접하게 되는 단어다. 일반적으로는 대북제재를 생각하면 김정은, 핵, 안보리 정도가 떠오를 것이고, 국제면 기사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까지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대북제재 이후 주민들이 겪는 삶에 대해 바로 떠올려 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뉴스와 미디어에선 북한 정권의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대북제재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할 뿐,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대북제재를 결정한 정책 입안자들은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에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장담한다.
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면 한 나라의 수출입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제재는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걸 금방 깨달을 수 있다. 만약 내가 살고 있는 곳에 수출입이 모두 중단된다면 어떻게 될까? 기업의 활동이 모두 중단되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어쩌면 시민들은 대규모 시위를 일으킬지도 모른다. 대북제재 이전 북한은 일본, 남한 등과 교역을 했지만 제재 이후, 교역이 대부분 중단되었다. 그로 인해 주민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제재의 연대기: 북한이 처음부터 다른 나라와 교역을 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2016년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었고, 대북제재가 실시되었다. 유엔 결의안보다 더 강력한 미국의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은 철광석과 석탄, 의류 수출이 어려워졌고 석유 수입에도 제한을 받았다. 그 결과 북한이 현재 가장 많은 교역을 하는 국가는 중국이 되었다. 2018년에는 북한의 총 무역 비중의 약 90%를 중국이 차지했지만, 유엔 결의안이 통과되기 이전인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이 북한의 가장 큰 교역 대상국이었다. ([표 1] 참조)
북한의 무역 상대국 순위를 살펴보면 대북제재의 연대기를 엿볼 수 있다. 유엔 결의안이 시작되는 2006년 이전까지는 북한은 합법적으로 무역이 가능했다. 물론, 냉전 시대 이후 WTO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에게 붙는 높은 관세율이 적용되었다. 1980년대부터 북한은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이하 조총련)과 꾸준히 교류했다. 북한은 조총련을 지원했고, 북한과 일본 (조총련) 사이의 교역은 2004년까지 지속되었다. RFA에 따르면, 무역선들을 통해 일본에서 대량으로 중고 자전거가 수입되어 신의주와 남포, 청진항에서 도매로 판매되었다고 한다. 북한에서는 일본산 제품이 내구성과 디자인이 좋아 인기가 많았는데 그중에서 자전거가 가장 인기였다. 장사를 할 때 짐을 옮기는 중요한 생계수단이기 때문이다. 남한에서 자동차가 있으면 보다 편한 삶을 살 수 있듯, 자전거는 북한에서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물품이었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북한산 바지락과 송이버섯, 남성복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2003년 이후 북일 관계가 냉랭해졌다.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일본인 납치 사건에 대해 인정한 것이다. 북한을 향한 국민들의 여론이 악화되자 일본은 북한에 제재를 가했고, 두 나라 사이의 교역량은 ‘0’이 되었다. 더 이상 일본에서 자전거를 수입할 수 없었지만 수요는 여전히 있었다. 중국으로부터 일본산 자전거가 들어올 때만 살 수 있었기 때문에 자전거의 가격은 제재 이전 50-60달러에서 제재 이후 180달러로 3배 이상 올랐다. 2023년 북한 공장 노동자의 월급이 북한 돈 2300원 (0.27달러)인 것을 생각하면, 서민들이 돈을 모아 구매하기엔 너무 큰 금액이 되어버렸다.
대한민국과는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설립한 개성공단 등을 통해 교류했다. 한국의 중고등학생들이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가고, 북한 주민들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찰떡파이를 먹었다. 당시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개성공단에서 노동권이 잘 지켜진다는 소문이 있었다고 한다. 2010년에는 한국이 북한의 제2의 교역국으로 북한 전체 무역액의 25%를 차지했다. 하지만 금강산 피격 사건과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 관계는 급속도로 냉각되었고, 2010년 한국은 북한과의 교류를 전면 금지하는 5.24 조치를 발표했다. 그 후 북한은 중국에 무역의 대부분을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본과 한국 등 다른 국가와의 교류가 가능했지만 현재 중국에만 무역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을 보며 다시 한 번 질문하게 된다. 정책 입안자들은 대북제재가 북한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정권만을 압박한다고 선언하곤 하는데, 정말로 주민들은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일까? 2022년 발간된 KDI 연구 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이후 본격화된 대북제재로 인해 주민들의 생활이 매우 어려워졌다고 짚는다.
대북제재가 주민들에 미치는 영향을 조금 더 상세히 알아보기 위해 대북제재 전과 후를 경험한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북제재를 북한 내에서 경험한 사람들은 제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북한에서는 가족 중 탈북민이 있을 경우 처벌을 당하거나 끊임없는 감시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탈북민 중에는 본인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가 인터뷰한 다섯 명의 탈북민들은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했다. 대북제재로 인한 북한 주민들의 삶의 더 조명되기 바라는 마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는 북한에서 사회 경험을 했거나 성인이 된 후에 탈북한 탈북민을 대상으로 했고, 출신 지역과 일한 분야를 고르게 선정하여 진행했다. 다섯 명은 각각 함흥, 무산, 신포, 회령, 혜산에서 왔다. 이들 다섯 명의 이야기는 그저 그들의 개인적인 삶의 일부이기에 모든 북한 주민의 삶으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북한에서 합법적으로 교역이 가능할 때와 불가능할 때 생활상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향에 있는 가족들의 안전을 고려해, 가명으로 이야기를 적는다)
우리가 만난 다섯 명의 탈북민 이야기를 글로 공유한다. 이 글을 읽고 난 후 대북제재에 대한 생각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궁금하다.
[출처]
KOTRA, 《북일 경제관계 현황과 전망: 00’-05’ 북일 교역액을 중심으로 》(서울: KOTRA, 2006), p. 9.
“김정일 위원장, 일본인 납치 사과”, KBS, 2002.09.17.
‘남북상생의 공간’ 개성공단의 의미와 가치”, 현대일보, 2021.08.26.
이석 외, 《대북제재의 영향력과 북한의 경제적 미래》(세종: 한국개발연구원, 2022), p. 362
[참고]
미국은 WTO 규정을 이행하지 않는 국가들에 높은 관세율을 부과하는 column 2 규정을 1950년대 냉전 시대 도입했다. 이 규정이 현재까지 적용되는 국가는 북한과 쿠바 두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