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시장, 정말 계속 성장할까요?
작성자 테크잇슈
Biz Insight
반려동물 시장, 정말 계속 성장할까요?
I. 반려동물 시장 전망
일반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인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를 2022년 약 8조 원에서 2032년까지 21조 원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긍정적 전망은 소셜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빅데이터 분석 썸트렌드 서비스를 통해 확인해 본 결과, 강아지와 고양이 관련 유튜브 동영상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출처 : 썸트렌드
국내 반려동물 양육 가구의 비율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며 현재 24% 수준에 이르렀는데요. 주요 국가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편에 속합니다. 한국펫산업연합회 인터뷰에 따르면 미국의 반려동물 양육가구 비율은 70%에 달하며, 유럽은 50%, 남미는 4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캐나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 역시 2022년 기준으로 60%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있습니다.
이런 격차는 국내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럽의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가정한다면,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정도는 반려동물을 키울 잠재성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사회 구조적 변화도 반려동물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1인 가구 비율이 2016년 27.9%에서 2023년 35.5%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저출산 현상으로 가족의 모습도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는데요. 정서적 유대와 교감의 대상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이 그 빈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기에 고령화 추세까지 더해져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니즈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II. 데이터로 보는 양적 성장 정체
낙관적인 전망과 다르게 정량적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4년까지 강아지와 고양이의 검색량은 사실상 정체되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데이터랩
검색 데이터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입니다. 관심이 있어야 검색을 하고, 관심이 없으면 검색을 하지 않기 때문에 보통 검색량의 변화를 통해 특정 주제에 대한 관심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강아지, 고양이 검색 데이터가 정체되어 있다는 것은 반려동물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가 정체되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특히 오픈서베이의 조사 결과를 보면, 2021년 이후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증가세가 주춤하고,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비율도 202년에 소폭 상승한 이후 현상 유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한 번도 반려동물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의 비율도 꾸준히 3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출처 : 오픈서베이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4’
마지막으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조사 결과도 비슷한 양상을 보여줍니다. 국내 반려동물 개체수 추정은 최소 635만 마리에서 최대 856만 마리로 추정되는데, 2019년 반려묘 수의 급증 이후에는 우상향 하기보다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출처 : 삼성 KPMG 다가오는 펫코노미 2.0 시대, ‘펫 비즈니스 트렌드와 새로운 기회’
데이터들을 종합해 보면 ‘관심 없는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고 유입’되기보다는 ‘기존에 관심이 있던 사람만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즉, 새로운 수요 창출보다는 기존 관심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음을 뜻하는데요. 이는 향후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 중심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장 성장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집니다. 하나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자체가 증가하는 ‘양적 성장’이고, 다른 하나는 프리미엄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질적 성장’입니다. 질적 성장도 물론 중요하지만, 시장의 폭발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적 성장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양적 성장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반려동물 시장에 대한 투자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III. 반려동물 양육의 어려움
반려동물 시장의 양적 성장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이유는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비용 부담
역시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반려동물 돌봄에 따르는 비용입니다. 어떤 존재를 돌보는 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비용이 수반되는 일인데요. 평균 10~15년 동안 지속적인 보살핌이 필요한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 역시 많은 금전적 부담을 동반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제도가 미비해 비용 부담이 더욱 큽니다. 동물병원 간의 표준화가 되어 있지 않아 치료 비용에 대한 신뢰가 낮고, 펫보험 역시 가입이 필요한 노령견에 대해서는 가입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아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반려동물 중성화 수술의 비율이 높고, 노령화 케어에 드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경제적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2. 주거 환경
한국의 대표적 주거 형태인 아파트는 마당이 없고 소음에 취약하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키우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미국의 반려동물 양육 비율이 높은 이유도 개인주택 거주 비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3. 펫로스 증후군
반려동물이 죽은 뒤에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인 '펫로스 증후군'도 반려동물의 반복적인 양육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특히 비용과 주거 환경 문제로 여러 마리를 동시에 키우기 어려운 상황은 펫로스 증후군의 발현 확률을 높이는데요. 이는 ‘이전에 키웠으나 현재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비율이 30%대를 유지하는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출처 : 경인일보 '[참성단] 랜선집사'
이러한 요인들이 모여 반려동물에 관심이 있더라도 실제 집사가 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 랜선 집사가 되기로 결정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콘텐츠를 보거나 길고양이를 돌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것이죠. 앞서 보았던 유튜브 데이터가 우상향 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사회적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IV. 무조건적인 낙관은 금물
이 글은 장밋빛으로 보이는 반려동물 시장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고자 작성되었습니다. 질적 성장을 통해 반려동물 산업이 지금보다 부흥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근본적인 측면에서 향후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위치가 지금보다 상승할지, 아니면 현재 수준으로 머무를지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모든 미래 전망의 옳고 그름은 결국 결과가 결정합니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이라 여겼던 전망도 시간이 지나면 빗나간 예측이었음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반려동물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의 동기가 분명하듯,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이유 역시 타당합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모두 종합해서 살펴보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여건, 사회문화적 변화, 그리고 관련 정책의 방향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러한 다양한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며 시장의 변화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by. 이주형
트렌드 저서 '취향장벽' 전자책 저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트렌드 기고, 마케팅 뉴스레터 ‘위픽레터’ & 글로벌 미디어 '모바인사이드' 초빙 필진 활동 등 트렌드 관련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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