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 스타벅스야, 그냥 메가커피 가자

뭔 스타벅스야, 그냥 메가커피 가자

작성자 테크잇슈

Biz Insight

뭔 스타벅스야, 그냥 메가커피 가자

테크잇슈
테크잇슈
@techissue
읽음 4,348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카페 갈 곳이 없네, 그냥 스타벅스나 갈까?

이 글은 제가 들은 하나의 문장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제가 스타벅스관계자였다면, 이 말이 굉장히 섬뜩하게 들렸을 것 같았습니다. 스타벅스를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 갈 곳이 마땅히 없으니까 가는 공간이 스타벅스라니..?

이 한 마디가 현재 스타벅스가 직면한 상황을 완벽하게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데이터를 통해 스타벅스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동시에 저가카피 브랜드 중 가장 매출이 높은 메가커피와도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증가하는 양사의 매출 속 좁혀지는 차이

스타벅스 코리아의 매출은 꾸준히 우상향 했습니다. 2018년에 약 1조 5,223억에서 2023년 2조 9,295억 원으로 성장했죠. 매출에 비해 영업이익의 상승세는 덜하지만, 그럼에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은 꾸준히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메가커피의 매출도 꾸준히 우상향 했습니다. 2018년 약 162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3년 3,684억 원까지 폭증했습니다. 영업이익 역시 76억 원에서 694억 원까지 상승했죠. 스타벅스의 매출이 2배 성장하는 동안 메가커피는 무려 22배 성장했습니다. 2023년 기준 영업이익률도 메가커피는 18.84%로, 4.77%의 스타벅스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메가커피의 성장은 놀랍지만, 절대적인 규모면에서는 약 8배(2023년 기준) 차이로 여전히 격차가 큽니다. 이는 단순히 스타벅스 커피가 더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2023년 매출을 각각의 아메리카노 가격(스타벅스 4,100원, 메가커피 1,500원)으로 나누어보면, 스타벅스는 약 7억 1천5백만 잔이고, 메가커피는 약 2억 4천5백만 잔입니다. 잔 수로만 본다면 약 2.92배 차이에 불과합니다.

이벤트, 기프티콘 문화, 다른 음료 제품 가격 및 판매수치 등 다른 모든 요인을 다 무시하고 순수하게 아메리카노만 판매했다는 가정하에 스타벅스가 메가커피보다 2.92배 더 많이 팔았다는 의미입니다. 8배나 되는 매출 격차에 비하면 실제 고객들의 방문 횟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메가커피는 '커피를 습관적으로 구매하는 공간'의 자리를 스타벅스로부터 가져오게 될 수 있는 것이죠. 커피 가격이 다르니 매출에서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커피를 사는 횟수 자체는 메가커피가 더 많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추론을 뒷받침하듯, 매출 데이터뿐만 아니라 다른 데이터에서도 관련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밑으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한 스타벅스

네이버 데이터랩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메가커피와 스타벅스의 검색량은 꾸준히 우상향 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 간격이 좁아지긴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벅스가 우위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19~39세 연령층의 데이터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발견됐습니다. 

19~39세 연령층에서 메가커피의 검색량은 40대 이상 연령층과 마찬가지로 우상향 하고 있지만, 스타벅스는 2022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들어섰습니다. 그 이유는 2022년의 경제환경을 생각해 보면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2022년은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확대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본격적인 '고물가 시대'가 시작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2022년 이전까지만 해도 커피 하면 곧 스타벅스였습니다. 국민 중에 랜덤으로 1,000명 선정해 생각나는 커피 브랜드를 말하라고 하면 대부분이 스타벅스를 꼽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고물가가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었고, 특히 2030 청년층에서 그 현상은 극대화됐습니다. 

습관은 웬만하면 바뀌지 않습니다. 이 말은 일단 습관이 바뀌기만 하면, 바뀐 습관도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한번 가성비 좋은 메가커피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다시 이전처럼 '스타벅스'에 돌아가지 않게 되는 것이죠. 

결국, 스타벅스는 매출과 영업이익으로는 보이지 않는 밑으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한 스타벅스

그러면 위는 어떨까요? 즉 기존에 스타벅스가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의 이미지는 견고하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를 알기 위해 'S'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통해 2011년부터 2024년까지의 블로그 채널 기준 스타벅스 연관어 Top10을 살펴보았습니다. 

코로나 시기(2020년~2022년)를 포함해 3년 단위로 데이터를 나누어 살펴보았으며, 최근 데이터는 2023년과 2024년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상승 추세에 있는 단어는 빨간색으로, 하락 추세에 있는 단어는 파란색으로 표시하였습니다.

2021년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키워드는 <길, 밥, 사람들>입니다.  키워드들은 스타벅스가 '일상'으로 녹아들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일상 키워드와 함께 스타벅스가 자연스럽게 언급되고 있는 것이죠. 특히 <빵> 키워드의 상승은 과거에 구분되어 있던 카페와 빵집이 결합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반면 <커피, 맛, 아메리카노, 가격> 키워드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앞서 상승한 키워드와 복합적으로 생각해 보면, 스타벅스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2010년대 초에 가장 먼저 등장한 키워드가 '커피'이듯, 스타벅스 커피는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프리미엄과 사치의 이미지가 동시에 있었죠. 2000년대 중반에는 스타벅스를 즐기는 여성들을 사치스럽다며 '된장녀'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스타벅스가 사치스럽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카페에서 돈을 주고 커피를 먹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자리 잡았고, 또한 스타벅스보다 비싼 가격대의 카페들이 많이 등장하면서 스타벅스 커피 가격은 오히려 합리적으로 느껴질 정도로 상황이 변모했습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에 따라 스타벅스는 일상의 영역으로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일상화의 대가로, 사람들은 점차 스타벅스와 커피를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커피 브랜드로써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커피’, ‘맛’, ‘아메리카노’가 하락하게 된 것이죠. 

기프티콘 순위 변화로 알아보는 경쟁

현재 스타벅스가 처한 상황은 기프티콘 문화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커피 하면 스타벅스를 떠올렸듯, 기프티콘 하면 '스타벅스 기프티콘'을 많이 보냈습니다. 실제로 2019년 이투데이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프티콘 판매 1위 상품은? 기사에 따르면 기프티콘 전체 순위 1위가 스타벅스였습니다. 스타벅스를 보내면 보내면 상대방에게 성의를 표시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양상이 변하고 있습니다. 2023년 머니 S ‘"토스선 별다방도 밀렸다"… 스타벅스 누른 커피 기프티콘은?’ 기사에 따르면, 토스 브랜드콘 카페 인기 상품 순위 1위가 스타벅스가 아닌 메가커피입니다. 기사에 나온 토스 관계자에 따르면 “토스 사용 연령층이 젊기 때문에, 서비스 초반부터 가성비 좋은 메가커피는 1위 상품이었다”라고 합니다. 

아무리 가성비가 중요한 청년 세대임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변화는 스타벅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생각해 보면, 스타벅스가 전성기를 누리는 시절 가격이 저렴해서 먹은 적은 없습니다. 가격이 비쌈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니까 그 돈을 주고 먹은 것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기프티콘을 주고받고 하며 느낀 점은, 스타벅스가 ‘특별히 좋은 선물'이라기보다는 '무난하면서도 적당히 가성비 좋은 선택지'라는 것이었습니다. 즉, ‘좋은 것을 줬다’는 의미보다는 ‘실망스럽지 않은 선물을 했다’는 느낌인 것이죠. 여러분들은 어떤가요? 만약 저와 비슷했다면, 스타벅스 입장에서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닐 것입니다. 

마무리하며

최근 스타벅스는 위, 아래 모두의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일상적으로 커피를 먹는 공간'의 지위를 메가커피에 빼앗기고 있으며, 동시에 일상 속에 녹아든 스타벅스가 역설적으로 기존에 가지고 있던 특별함을 상실하게 되며 프리미엄 브랜드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처음에 저는 '카페 갈 곳이 없네, 그냥 스타벅스나 갈까?'라는 문장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냐 뭔 스타벅스야, 그냥 메가커피 가자'라고 말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가자'라는 표현은 단순히 커피를 사 먹는 행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과거에 저가 커피 브랜드가 무조건 '테이크아웃' 위주였다면 이제는 머무를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나가고 있기 때문이죠. 

영원히 최고인 브랜드는 없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독보적 1위로 여겨졌던 '나이키'가 흔들리고 있는데 스타벅스라고 그러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있을까요? "인류 역사는 도전과 응전의 역사다"라는 말이 상징하듯, 끝없이 지속되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응전하는 기업은 살아남고 그러지 못한 기업은 결국 쇠락하게 될 것입니다. 

by. 이주형

트렌드 저서 '취향장벽' 전자책 저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트렌드 기고, 마케팅 뉴스레터 ‘위픽레터’ & 글로벌 미디어 '모바인사이드' 초빙 필진 활동 등 트렌드 관련 다양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더 알아보기]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테크잇슈는 IT 커뮤니케이터가 만드는 쉽고 재밌는 IT 트렌드 레터입니다.

IT 이슈 모음과 위와 같은 칼럼을 전달드리고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

테크잇슈 구독하러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