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어느 유명 작가님에게 글쓰기 수업을 들었습니다. 네 차례의 강의 동안 작가님은 글을 잘 쓸 수 있는 테크닉보다 글쓰기가 일상에 왜 필요한지를 알려 주고 싶어하셨습니다. 우리는 왜 글을 쓰는 걸까요? 나아가 왜 글을 쓰고 싶어하는 걸까요?
요즘 너도나도 글쓰기 열풍입니다.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쉽고 명확한 글로 담아낼 수 있는 능력은 일을 하는 데도 필수적인 능력으로 손꼽히곤 하지요.
그런데 일을 위한 글쓰기와 자신을, 나아가 타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쓰기는 조금 결이 다릅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힘든 일을 겪은 날, 친구와 연인 등 가까운 사람에게 전화하여 속풀이를 해 본 적 있으신가요? 마음 속에 응어리져 있던 감정 멍울들을 말에 담아 뱉어낼 때 느껴지는 묘한 쾌감, 누구나 느껴보셨을 겁니다.
나와 타인을 위한 글쓰기는 이 때의 말과 비슷한 효과를 냅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어디까지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를 내 안에 자리한 감정과 마음을 눈에 보이는 자음과 모음에 실어서 마침내 문장으로 완성해냈을 때 가슴을 쿡 누르고 있는 것만 같았던 체증이 싹 가시는 것만 같죠. 이렇게 완성된 진솔한 글은 그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거나 상황을 겪은 타인에게 어느 무엇보다도 더 큰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이유에서 기쁠 때보다는 슬플 때 글쓰기의 효과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콕 집어 말씀해 주셨습니다. 돌이켜보면, 저도 가슴에 사무치는 일이 있을 때에만 고이 모셔 놓은 일기장을 폈던 것 같더라고요.
이번 아티클에서는 나와 타인, 나아가 세상까지 어루만지는 글쓰기에 큰 힌트가 될 수 있는 책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바로 '슬픔에 이름붙이기: 마음의 혼란을 언어의 질서로 꿰매는 감정 사전(존 케닉 지음, 황유원 옮김, 윌북)'입니다. 이 책은 제가 들은 글쓰기 수업의 도서이기도 했습니다.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인생의 역사'를 쓴 저자로 유명한 신형철 작가님도 이 책을 인상 깊게 읽으셨다고 해요. 그의 추천사 일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
신형철 작가님의 말대로, 이 세상 모든 슬픔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집요하게 단어를 만들어낸 저자의 집념 덕에 어떤 내용은 내가 몰랐던 새로운 세상을 열어 주기도 하더라고요. 다음은 이 책의 목차입니다.
이렇게만 보면 사실 이 책이 주는 명징한 울림을 느껴보기 어려우실테죠. 제가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단어 몇개를 소개해 드려보겠습니다.
좋은 단어와 문장은 이밖에도 넘치도록 많은데, 더이상 지면을 할애하다가는 여러분의 눈을 피로하게 해드릴까 싶어 이쯤에 멈추어 봤습니다.😂
어떠셨나요? 뉴니커 분들의 마음 속을 훅 파고든 단어가 있었나요? 저는 이 책의 단어들이 영어 혹은 라틴어라는 점에서 오는 괴리감이 되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사람들도 우리와 비슷하게 세상에 감응하고 있구나, 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져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글쓰기 수업에서 작가님이 수강생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었던 점도 바로 이게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우리의 내면에 머물고 있던 시선이 밖으로 향하게 될 때 그 밖으로 향하는 시선에 제대로 된 이름을 붙여줄 수 있다면 그 이름은 많은 이들의 기꺼운 목소리가 될 수 있습니다. 뉴니커 분들도 이러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글쓰기에 도전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
* 아티클의 표지는 챗GPT에게 제가 쓴 글을 보여 주고 이미지를 생성한 것입니다.
그럼 저는 이 책에서 어떤 소재를 찾아 어떻게 글을 썼을까요? 제가 수업 시간에 써 본 글을 소개해 드려보고자 합니다. 책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힌트 차원에서 준비했기 때문에 여기서부터는 안읽으셔도 무방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