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아무도 안 볼 때 쓰레기통에 쳐박아 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래." 일본 영화 감독 기타노 다케시의 말을 인용한 거라고 합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완주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 대사만큼은 뇌리에 콕 박혀 있습니다.
가족, 어떨 때는 참 어려운 말인 것 같아요. 모든 가족이 행복만 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 세상에 한가득인 것 같아서요. 그런데도 어딜 가든, 내 마음 깊이 자리잡은 가족에 대한 은밀한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보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내 못난 점을 내비추면 어느날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라는 흔한 격언이 이러한 사실을 그대로 보여 주는 것만 같습니다.
세상에 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가족은 말할 것도 없고요. 태어나 보니 이미 그들이 옆에 있었을 뿐입니다. 피를 나눈 사이라지만, 때로는 남보다도 못한 것 같습니다. 갑갑한 마음을 혼자만 부둥켜 안은 채 힘겨워하고 있을 때 따스한 위로가 되어 준 책이 하나 있습니다. 가족을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덜컥 만나게 된 책입니다.
유진목 작가님은 자신이 겪어온 어두운 이야기들을 꾸밈없는 문장으로 덤덤하게 쓰는 분입니다. 이슬아 작가님의 인터뷰집 '깨끗한 존경(혜엄, 2019)'에서 하신 말씀들이 하나 같이 다 마음에서 지울 수 없이 들어와 버려서, 어느날 도서관에 가서 작정하고 그의 책을 모두 빌려왔습니다. 제일 먼저 집어든 책이었던 '슬픔을 아는 사람(난다 2023)'을 읽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줄줄 흘릴 정도로, 마음을 후벼 파는 문장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 다음에 펼친 '거짓의 조금'은 달리는 지하철에서 펼쳐 그날 당일 돌아오는 길에 모두 읽어버렸을 정도로 흡입력이 강한 책이었습니다. 책을 덮은 후 한동안 먹먹해서 잠시 말을 잃기도 했지만, 천천히 마음에 스며오는 따스한 위로에 이루 말할 수 없이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한겨울 손난로의 철심을 꾹 누르면 천천히 퍼지는 따스한 온기처럼 모든 문장들이 저의 온마음을 천천히 어루만져 주었거든요.
백문이 불어일견이지요. 지금부터는 책 속의 문장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
생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책을 열자마자 나온 문장들이 제 마음을 훅 끌어당겼습니다.
가족은, 나아가 부모는 어쩔 수 없이 나라는 존재의 시작이 됩니다. 시작이 끝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그 끝을 시작과 다르게 하는 건 온전히 스스로의 몫입니다. 그런 이유에서 저도 삶에게 지는 날들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요즘도 가끔 지고 있고요. 😅
겨우 나를 위한 사랑과 귀한 인연을 찾았을 때에도 마음이 한없이 움츠러드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가까스로 나를 긍정하며 생을 이어가고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어떻게 새로운 생명을, 삶을 긍정할 수 있을까, 그런 마음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을 모두 읽고나서 어디선가 보았던 말이 생각났어요. 세상의 행복은 비슷비슷하지만 불행은 제각기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고요.
가끔 저는 제가 사는 세상이 모두 거짓말 같아요. 모두가 웃으며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 우리는 삶에서 좋은 것들만 내보이며 전시하곤 하죠.
하지만 사람들은 저마다 제각각의 슬픔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그런 것처럼요. 나만의 슬픔을 오롯이 내비추어도 한없이 품어줄 사랑이 주변에 많다면 참 다행이겠지만, 홀로 도저히 곪은 속을 풀어낼 수 없을 때에는 꼭 이 책을 꺼내 보셨음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저마다의 불행과 잘 지냈으면 좋겠습니다. 🌟
표지 이미지는 제 글을 챗GPT에게 보여 주고 생성한 것입니다. 초희의 책GPT 시리즈는 제가 '완독'한 책들에서만 주제를 선정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