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이 '나이 먹음'을 생각하다

고슴이 '나이 먹음'을 생각하다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고슴이 '나이 먹음'을 생각하다

뉴닉
뉴닉
@newneek
읽음 9,603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겪는데도 나이 먹는 일은 매번 새삼스러워요. 문득 나이란 뭘까 궁금해진 고슴이는 인터넷에 ‘나이 먹는다는 것은’ 하고 쳐봤는데요. 그랬더니 이런 기사가 나왔다고: “옛날 서른은 요즘 마흔이다”, “2022년생의 평균 수명은 82.7살이다”. (🦔: 스음... 더 모르겠슴.)

그러고 보면 어쩔 때는 나는 아직 한참 어린 ‘응애’인 것 같다가도, 한편으로는 앞으로 남은 날이 너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뉴니커, 대체 나이 먹는다는 건 뭘까요?

새해가 뜨고, 고슴이가 떡국을 먹고 있는 모습

나이 먹는다는 건 뭘까?

나이란 ‘세상에 나서 살아온 햇수’를 가리키는데요. 사실 개념은 정의하기 나름이에요.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만 ‘한국식 나이’를 썼던 것처럼요. ‘나이 먹기’ 역시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텐데요. 고슴이는 (1) 생물학적으로 나이 먹는다는 것과 (2) 정신적으로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해 알아봤어요.

생물학적으로 나이 먹는다는 건 신체적 변화를 겪는 거예요. 보통 26세부터는 ‘늙는다’고 하는데요(=노화). 이때 노화란 신체 기능이 떨어지면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걸 가리켜요. 

요즘은 ‘가속노화’라는 현상이 화제예요. 가속노화란 우리가 윗세대보다 생물학적으로 더 빨리 늙는다는 뜻인데요. 단순당과 정제곡물 같은 초가공식품 섭취가 늘고, 운동은 별로 하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생활습관이 나빠졌기 때문. 

그만큼 ‘더 느리게 늙기’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어요. 노화를 막는 항노화(안티에이징), 노화를 되돌리는 역노화(리버스에이징) 같은 얘기도 나오고요. 이에 맞서 ‘웰에이징(well-aging)’, ‘프로 에이징(pro-aging)’, ‘포지티브 에이징(positive-aging)’ 같은 말도 나와요. 우리말로 치면 잘 늙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거예요. 노화는 자연스러운 거니까, 늙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보지 말자는 것.

실제로 정신적으로 나이 먹는 건 인격적 성숙을 의미하기도 해요. 흔히 ‘철 든다’는 말이나, ‘어른의 지혜’라는 말을 생각하면 감이 올 거예요. 지혜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정보를 통합하는 능력을 말하는데요. 나이를 먹을수록 지혜를 비롯해 감정을 조절하는 힘과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힘(=회복탄력성)이 좋아진다고.

원리가 궁금하죠? 인간의 뇌가 ‘신경가소성’이라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래요.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성장과 재조직을 통해 스스로 신경 회로를 바꾸는 능력을 뜻하는데요. 덕분에 인간의 정신적 능력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달할 수 있어요. 

어떤 인지적 능력은 인생 후반에 더 뛰어나다는 연구도 여럿 있어요. 대표적으로 나쁜 일도 ‘좋게 좋게’ 생각할 수 있는 감성지능은 나이를 먹을수록 높아져요. 그래서인지 인생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만족도는 70~80대 전후에 최상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고요. 또 일반적으로 산수를 가장 잘하는 건 50세고, 어휘력이 정점을 찍는 건 71세라는 사실이 연구로 밝혀지기도 했어요. ‘나이 먹으면 머리 굳는다’는 속설에 ‘여기서 더 나빠진다고?’ 걱정했다면, 안심하고 앞으로 더 지혜롭고 똑똑해질 나를 기대해도 되겠죠?

나이, 어떻게 더 잘 먹을 수 있을까?

떡국 먹듯이 냠냠! ...은 아니고, 먼저 신체적 노화를 막는 법부터 살펴볼게요. 일상에서 기본적인 원칙 4가지만 챙겨도 효과가 좋아요:

  • 잘 먹기: 좋은 것도 잘 챙겨먹어야 하지만, 사실 나쁜 거 안 먹기가 핵심이에요. 특히 단순당이 많은 가공식품을 피해야 해요. 단순당은 노화를 일으키는 활성산소를 만들거든요. 반대로 채소·과일에는 노화를 막아주는 항산화제가 많이 들어 있고요.

  • 잘 자기: 어렸을 때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성장호르몬이 나오니까 이때 잠을 자야 키가 큰다’는 말 들어봤을 텐데요. 성장호르몬은 노화도 막아주는 역할도 해요. 어른들도 그 시간에 잘 자야 하는 것. 하루 7~8시간 잘 자지 못하면 뇌졸중·고혈압은 물론 치매·비만 위험도 커져요.

  • 운동하기: 운동하면 성장호르몬이 팍팍 나와 노화를 막아줘요. ‘격한 운동은 오히려 노화를 부른다’는 말도 있는데, 정확히는 휴식 없이 무리하게 운동하는 게 문제라고. 운동 강도에 따라 근력 운동은 일주일에 2~4회, 유산소 운동은 3~5회 정도가 적당해요.

  • 행복하기: 스트레스도 노화를 부추기는 원인이에요. 우울증도 마찬가지고요. 스트레스를 늘리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외로움·불행·절망감을 자주 느끼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1.65년 빨리 늙는다고. 이는 흡연자보다도 빠른 속도예요. 

그럼 정신적으로 잘 나이 먹는 법은? ‘우리는 계속해서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신경가소성의 원리를 마음 속에 새겨두는 거예요. 뇌가 시들지 않도록 도와줄 습관 소개하면:

  • 새로운 자극과 도전: 새로운 자극을 받으면 뇌는 안 쓰던 신경을 활성화해요. 새로운 언어·악기·운동 배우기, 여행하기, 예술 작품 접하기 등은 모두 새로운 자극을 줘요. 그러니 늘 하던 것,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태도를 가지면 좋아요.

  • 꾸준한 반복: 하지만 그런 능력은 한 번 뇌를 썼다고 생기는 게 아니에요. 뇌의 신경 회로를 실제로 바꾸려면 그 부위를 반복해서 사용해야 하거든요. 운동하면 할수록 체력이 좋아지고, 운동을 쉬면 또 체력이 떨어지는 것처럼요. 머리를 쓸수록 똑똑해진다는 것도 이런 얘기예요.

  • 긍정적인 마음가짐: 너무 뻔한 말 같나요? 하지만 ‘나이 들어서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의 정신을 더 나이 들게 한대요. ‘부정적 연령 인식’이라고 하는데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창의력·기억력 등을 떨어뜨려요. 신체적 노화도 빨라진다고.

실제로 인생 후반전에 큰 업적을 이룬 사람도 많아요. 예시도 하나를 꼽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 많은데요. 마블 코믹스의 작가 스탠 리는 ‘스파이더맨’, ‘엑스맨’, ‘아이언맨’ 등 대표작을 40대에 만들었어요. 철학자 칸트는 그의 첫 대표작 ‘순수이성비판’을 57세에 펴냈고요. KFC 창업자인 커넬 샌더스는 1009번의 도전 끝에 62세에 투자를 유치해낸 일화로 유명해요. 휴대폰에 쓰이는 리튬 이온 배터리를 발명한 존 구디너프는 97세에 노벨상을 탔어요. 

‘사람은 몇살 때쯤 가장 많이 큰 업적을 이룰까?’에 관한 연구도 있는데요. 결과는? 그런 나이는 따로 없대요.

나이 먹는다는 것에 대한 뉴니커들의 말말말

고슴이가 뉴닉 커뮤니티에 물어봤어요. '나이 먹는 건 뭐라고 생각하슴? 나이 잘 먹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슴?'

다른 사람들 생각이 궁금해진 고슴이가 뉴닉 커뮤니티에 물어봤어요. “나이 먹는다는 건 뭐라고 생각하슴?” 

  •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것” @whichcamefirst 메이트: 여러 경험이 생기며 나와 세상에 대한 배움이 느는 거라고 생각해. 그 배움으로 나와 세상을 사랑할 구체적인 방법을 배우게 돼. 그래서 나이 먹는 게 좋아, 고슴아!

  • “나 자신과 친해지는 것” @황혼의콘텐츠중독자 메이트: 나 스스로에게 더 익숙해지는 일이야! 나이를 먹으며 남들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좋은 것, 나를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을 알게 돼.  그렇게 내 세계를 단단히 다져 관심사를 조금씩 넓혀가는 것 같아. 

  • “나만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것” @씀 메이트: 나이 들면서 나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이게 되고, 사회의 언어가 아니라 나의 언어를 점점 또렷하게 말할 수 있게 돼. 행동도 마찬가지고. 나이를 먹으며 계속해서 ‘나’를 빚는 느낌인데, 싫지 않아.

  •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 @멍뭉찡 메이트: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거라고 생각해. 부모님 밑에서 자라다가 사회 밖으로 나가며 나 혼자 할 수 있고, 잘하는 일들이 생기는 것.  그 일들로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기쁨이나 도움을 준다면 잘 나이 먹는 거 아닐까?

  • “무기력과 싸우면서 살아 있는 것” @조녜인 메이트: 나이를 먹는다는 거는 죽지 않고 잘 살아 있다는 뜻이야. 나는 청년 세대라 그런지,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나를 무기력하게 하는 모든 힘에 저항하고 투쟁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해. 나이를 잘 먹는 방법은 아직 모르지만, 나를 잘 살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 “유한한 삶을 소중히 여기게 하는 것” @ji 메이트: ‘나이 먹는다’는 건 인간이 삶의 유한함을 인지하고 소중히 여기게 하는 장치라고 생각해. 사실 12월 31일의 나, 1월 1일의 나는 크게 다르지 않잖아? 그럼에도 나이를 먹는다는 일이 지금 내 삶은 어디쯤인지 되새기게 하는 지표가 돼주는 것 같아.

나이가 ‘든다’가 아니라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이 널리 쓰이는 건 한국어밖에 없다고 해요. 왜인지 딱 밝혀지진 않았지만 고슴이는 이런 생각을 했다고. 🦔: 나이란 알아서 드는 게 아니라 내가 먹는 거슴! 

나이 한 살 먹으면서, 이런 콘텐츠 어때요?

마지막으로 ‘나이 먹는 것’에 관한 관점을 넓혀줄 추천 콘텐츠를 소개할게요.

방금 읽은 콘텐츠, 유익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