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 너무 다른 Food Sharing 문화!
작성자 도시산책자
도시산책자의 영감
유럽과 아시아, 너무 다른 Food Sharing 문화!

<도시산책자의 영감>은 제가 제가 여행 속에서 보고 들으며 떠올린 생각과 영감 중 나누고 싶은 조각들을 골라 기록하는 아티클입니다.
안녕하세요. 제 삶의 모토는 목적지는 여행, 지금껏 26개국 84도시를 산책했어요. 2001년에 태어났고 지금은 싱가포르에서 일하게 된 사회초년생입니다. 🚶♀️
제 아티클 시리즈인 <도시산책자의 영감>을 클릭해 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조금 가볍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당연하지만 또 당연하지 않은 유럽과 아시아의 Food Sharing 문화에 대해서입니다. 지금 배고프시다면 음식 사진을 주의하세요🤤
*이번 주제는 오롯이 제가 보고 느낀 이야기를 바탕으로 작성되어 전체 나라, 사람 등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경험한 식문화를 언제든 들려주세요 :-)
2022년 3월, 교환학생을 지낼 도시인 독일 슈투트가르트에 도착한 첫 날이었습니다. 이곳의 적응과 생활을 도와줄 버디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어 들뜬 마음으로 밖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같이 교환학생을 온 한국인 친구 세 명과 독일 친구 두 명이 모여 식당으로 이동했어요. 독일 곳곳에 있는 L'osteria 라는 피자&파스타 체인점에서 아직 어색한 공기 속 메뉴판을 뒤적거렸습니다. 그런데 여기는 분명히 피자집인데.. 독일 친구들이 빠르게 피자를 각자 한판씩 고르고 저희에게 묻더라고요. “너희들은 어떤 거 먹을거야?”


자고로 피자라는 음식은 대충 사람 수에 맞춰 주문해 가운데 놓고 조각조각 나눠먹는 것이 당연했던 한국인 셋은 당황했지만 남다른 눈치로 우선 각자 메뉴를 골랐습니다. 저는 차마 피자 한판을 다 먹을 자신은 없어 토마토 소스 빛깔이 예뻤던 뇨끼를 골라봤습니다. 본투비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점점 느끼해지기는 했지만 쫄깃한 반죽이 맜있던 기억이 나네요.
이날을 시작으로 독일에 머물고 또 유럽 곳곳을 여행할수록 저는 이 엄격한 ‘1인 1메뉴’가 이곳에서 얼마나 당연한 일인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에서는 보통 레스토랑에 가면 담당해주시는 웨이터분이 곧바로 오셔서 음료를 먼저 주문하겠냐고 묻습니다. 우선 맥주, 주스, 물(당연히 공짜는 아닌) 등을 시키고 음식은 천천히 고를 수 있습니다. 음료를 꼭 주문해야 하는건 아니지만.. 대부분 ‘1인 1음료’ 중이라는 걸 다른 테이블을 보면 느끼실 거예요.
음료는 그렇다치고 대망의 음식 차례인데요. 한국처럼 친구들끼리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으니까 두 개 시켜서 나눠먹자!’와 같은 사고의 흐름(?)은 작동하지 않습니다. 철저히 각자의 메뉴판을 훑으며 메뉴를 고르고, (그래서 메뉴판도 꼭 인원 수에 맞게 줍니다.) 웨이터 분이 다시 오시면 돌아가며 메뉴명을 말해 주문합니다.
음식이 나와도 우리처럼 ‘이것도 한번 먹어봐!’하며 숟가락이 오가는 일은 (적어도 제가 본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이렇게 나의 음식만 먹는 게 당연하기 때문에 메뉴를 고를 때도 ‘서로’ 먹고 싶은 음식을 굳이 묻지 않습니다. 식사를 마치면 내가 먹은 음식과 음료값만 깔끔하게 더해 계산할 수 있죠!

이와 얽힌 재밌는 일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교환학생 친구 다섯명과 함께 크로아티아 로비니Rovinij라는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로 여행 갔을 때의 일입니다.


여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닌 뒤 배고파진 저희는 하얀 식탁보가 눈에 띄는, 바다 옆 식당에 들어가 신나게 이것저것 주문했습니다. ‘당연히 나눠먹을 생각’으로 머리를 맞대 모두 만족하면서도 풍족하고 예산에도 맞는 경우의 수를 찾은 것이죠. 그렇게 시킨 신선한 문어, 새우와 홍합, 짭쪼롬한 리조또까지! 참고로 이곳은 두고두고 회자될 맛집이었습니다.
이때 두 테이블쯤 간격을 두고 (야외공간이 넓은 식당이었는데 사진이 없어 아쉽네요..) 건너편에서 식사를 하던 어느 가족이 있었습니다. 저희랑 눈을 마주칠 때마다 은은한 미소를 띄워주셔서 기억하고 있어요. 식사를 마치고 나가려고 하시는 것 같았는데 갑자기 할머니 한분께서 저희에게 다가오셔서 말씀하셨습니다. ‘So, you are sharing foods. That is very interesting!’ 저희는 “Haha. Yes, it is common in Korea’라며 부연 설명을 해 드렸고, 그런 저희를 보고 뷰티풀(?), 함께 여행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라는 칭찬도 아낌없이 해 주시고 떠났습니다.
유럽에서 흔한 스몰톡이기는 하지만 테이블까지 오셔서 ‘음식 나눠먹는 모습’을 콕 집어 말씀한 경우는 처음이라 저도 재밌기도 하고, 친한 사이에서 음식을 나눠먹는 게 꽤 당연한 한국의 식문화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저희가 ‘이 문어 진짜 쫄깃하다, 먹어봐.’, ‘아니 이 리조또도 대박인데?’하며 자연스레 음식을 나누는 모습이 신기해 보이셨던 것 같아요. 얼마나 흥미로우셨으면 지켜보다가 말을 거셨을까 싶기도 하고요. ㅎㅎ

저도 처음에는 이런 문화가 낯설기는 했습니다. 심지어 5살 정도 되어보이는 꼬마들 앞에도 예외없이 음식이 하나씩 놓여있는 걸 볼 때마다 놀라기는 했습니다. (다 끝내지도 못할테고, 비싼데..!) 이것도 저것도 다 맛보고 싶으면 어떡하나라는 단순한 생각도 해보고요. 사실 무엇보다 유럽의 식당은 1인 1메뉴를 실천하기에는 양 자체가 많습니다. 평균적으로 레스토랑에 가면 메뉴 하나에 1만원 후반~3만원쯤 하는데, 사진에 보이지만 접시 사이즈부터 남다릅니다. 그래서 맨날 양도 가격도 절반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하기는 했는데 이게 또 먹다보니 점점 위가 또 늘더라고요.😅 어찌되었든 이런 Food sharing 문화는 유럽에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가보지는 못했지만 미국이나 캐나다도 마찬가지이지 않나요?) 저는 이 지점이 정말 머리로, 또 몸으로 확 와닿는 큰 문화 차이라 흥미로웠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기서 조금 더 확장해 생각해보면, 나라별로 참 가지각색의 ‘식탁 위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음식을 나눠먹는 것이 흔한 아시아 국가들마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양상을 띠는 것 같아요. 중식은 메인요리를 여러개 주문 후 자신의 그릇에 조금씩 덜어 먹습니다. 굳이 자세히 예를 들어 보자면, 한국은 부대찌개라는 메인요리를 조금씩 덜어 반찬과 곁들여 먹는다면, 중식은 각 디쉬가 메인 요리이자 반찬인 느낌이겠죠?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싱가포르도 중국계 인구가 70%를 차지하는 곳이다보니 맛있는 중식당이 정~말 많습니다. 최근에도 회사 점심시간에 동료 10분과 요리 10개를 다양히 시켜 먹기도 했습니다. 적고보니 ‘다함께 우르르’ 식사하는 문화도 아시아의 특징같기도 하네요.

또 저는 지금 싱가포르에서 집주인인 인도 가족과 살고 있는데요. 그간 지켜봤을 때 저녁 가정식 기준으로 커리 종류 1~2개 그리고 도사* 혹은 밥이 있습니다. 사진처럼 커리를 조금씩 리필해가며 도사를 찢어 커리에 찍거나 밥을 비벼 먹습니다.
*도사: 콩을 갈아 만든 반죽물을 얇게 부친 전 같은 음식인데요. 한국의 쌀밥같은 존재같아요!
그러고보면 중국에는 훠궈Hotpot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다양한 요리를 각자 덜어 밥과 먹는 문화가 많은 것 같은데 맞는 것 같나요? 불판 위 지글지글 구워지는 삼겹살을 향한 젓가락처럼 같은 곳을 향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습니다. 물론 요즘은 정갈하게 플레이팅되어 혼자 먹도록 나온 음식이 더 많지만, 그래도 가운데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끓는 찌개나 철판에 볶아지는 닭갈비는 여전히 한국 다운 것 같아요. 하물며 다같이 숟가락으로 슥슥 긁어먹는 볶음밥은 어떻고요. 한국은 정말 나누고 함께 먹는 문화가 발달한 듯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제가 본 유럽과 아시아의 식문화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았는데요. 정확히는 어떤 음식을 먹느냐 보다는 '어떻게 먹는지' 바라본 내용을 담았습니다. 모든 방식은 각 나라에 맞춰 발달했고, 그것에 옳고 그름은 없기에 주관적인 의견은 배제하였습니다. 흥미로우셨기를 바라며 또 재미있는 식문화가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