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겨울 옷? 안사요. 고물가 시대 빈티지 열풍의 의미
작성자 지구정복
트렌드란 무엇인가
가을겨울 옷? 안사요. 고물가 시대 빈티지 열풍의 의미
11월 지나치게 덥거나, 지나치게 춥거나. 원래 수능 직전에는 수험생의 한이 담긴 수능한파가 찾아오는게 일반적인데, 올해는 패딩이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폭설과 한파. 가을이 일주일이라는 말이 이제는 농담이 아니라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일주일 밖에 안되는 가을을 위해 사람들이 옷을 구매할까?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이 고물가 시대에 일주일을 위해 가을 옷을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점심값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을 싸고, 필요한 물건들은 다이소에서 구매하고, 필요한 옷은 세일 기간을 기다리거나 구매하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 옷이 아니면 구매하지 않는다. 매 시즌 새로운 옷을 생산해내는 패션업계에 이 말은 엄청 큰 위기 아닐까. 오늘은 더 이상 옷을 구매하지 않는 트렌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빈티지 열풍의 의미
요즘 MZ 세대는 빈티지 샵에서 옷을 구매한다. 빈티지는 오래된 옷 혹은 누군가 입었던 옷을 의미하는데, 왜 MZ세대는 빈티지에 열광할까? 우선 MZ세대가 빈티지를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차별화'가 있다. 빈티지샵에 파는 옷은 이제 더 이상 생산되지 않거나, 지금은 나오지 않는 디자인의 옷들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차별성과 희소성을 갖는 옷이다. 늘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매는 MZ세대에게 빈티지는 그야말로 남과 나를 구분할 수 있는 패션인 것이다.
MZ세대에서 유명한 인플루언서부터 유명한 아이돌까지 빈티지 옷을 입고 sns에 사진을 찍어 올린다. 무슨 옷일까 하고 찾아보면 죄다 빈티지. 희소성이 높은 옷의 경우 정가보다 비싼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어, 빈티지는 고물가 시대에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선택지가 되었다.
더 이상 옷을 소비하지 않는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NO BUY CHALLENGE" 챌린지
매 시즌 나오는 SPA 브랜드의 옷을 볼 때마다 의문이 든다. 이 계절이 지난 뒤 많은 옷들은 다 어디로 갈까? 재활용이 된다 한들, 다시 옷을 만드는데 사용 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폐기될까? 인구에 비해 너무 많은 옷이 생산되고 있다. 패스트 패션의 어두운 이면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었지만 소비자들이 직접 행동으로 나서지는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인 지금, 환경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 가지고 있는 세대가 주 소비층이 된 지금, 이제 사람들은 옷을 소비하지 않기로 다짐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공유하여 참여를 유도한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큰 빈티지 시장을 유지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독특한 형태의 스토어가 많다. 빈티지 샵인데, 헌 옷을 가져오면 그 가게 안에 있는 헌 옷을 가져갈 수 있는 '물물 교환'형태의 스토어도 있다. 자신이 구매한 옷을 등록하면 AI에 의해서 코디를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을 통해 불필요한 옷 구매를 막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는 '무지출 챌린지', '거지방(오픈채팅카톡방 이름)', 미국에서는 'NO BUY CHALLENGE', 'NO BUY YEAR' 등 고물가 시대에 더 이상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물가 시대가 계속된다면 이 챌린지는 단기 현상이 아닌 장기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을 확률이 높다.
극단적인 챌린지의 형태에서 "LOW BUY CHALLNEGE"처럼 제한적인 소비만 하는 챌린지로 변화할 가능성도 높다. 즉,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는 물건을 활용하거나, 애초에 싼 중고 물건을 산다는 것이다.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광고가 거북한 사람들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원고료를 받고 상품을 추천하는 계정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세일 기간 과도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광고를 받은 사람은 원고료를 받고, 자신이 직접 구매하지 않은 제품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올린다. 이러한 광고의 형태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지만, 진정성 부분에서는 다른 형태에 비해 떨어지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러한 광고에 거부감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한다.
X 뿐만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도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는 콘텐츠에는 부정적인 댓글이 달린다. 반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옷을 활용하여 코디를 선보인 영상에는 '과도한 소비를 조장하지 않는 콘텐츠라서 꾸준히 보고 있다.'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제 패션업계는 자신들이 직면한 사회적인 문제를 등한시해서는 안된다.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기업만이 이 어려운 시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유명 인플루언서 덕분에 하루 아침에 대박난 브랜드도 1년 사이에 망하는 시대다. 사람들에게 선택받는 브랜드, 기업이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아무리 유명한 대기업이라도 철수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