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저속노화가 가능한 사회인가?

작성자 지구정복

트렌드란 무엇인가

대한민국은 저속노화가 가능한 사회인가?

지구정복
지구정복
@jalsalja
읽음 1,267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2024년에 새롭게 등장한 건강 트렌드가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많은 사람들에게 퍼진 개념인 '저속노화' 키워드가 있다. 느리게 늙어가는 방법이라니. '늙음'을 그리 좋게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 저속노화 키워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또 실질적으로 우리나라는 저속노화가 가능한 사회일까?


저속노화란 무엇인가?

저속노화란 무엇일까? 말 그대로 하자면 천천히 늙어가자는 말인데, '천천히'에는 '건강히'와 같은 개념으로 쓰였다. 처음 들었을 때 굉장히 생소한 개념이라 생각했는데, 정희원 교수님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여기 저기 아파하면서 늙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천천히 늙어가는 것. 모든 사람이 추구하는 '나이 듦' 아닐까 싶다. 그 누구도 병원에서 몇 년 동안 머물면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을 것이다.

저속 노화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균형 잡힌 식단, 규칙적인 운동,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이 있다. 참으로 정답 같은 방법이다. 늘 다짐하지만, 늘 어기게 되는 것들. 이게 과연 나의 의지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더 자세히 저속노화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정희원 교수의 유튜브를 구독하거나, 정희원 교수의 책 <저속노화 식사법>을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대한민국은 저속노화가 가능한 사회일까?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저속 노화가 가능한 사회일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집에서 편도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는 회사를 3개월 다닌 적이 있다. 너무나도 감사하게도 10시 출근이었음에도 일단 나는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일찍 집에서 나갔어야만 했다. 지하철에서 앉아서 가는 건 꿈도 못 꾸고, 그저 지각만 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무려 3시간 일찍 나가는데도!!) 더 심각한 상황은 퇴근 시간에 펼쳐진다. 저출산과 관련된 정책을 고민하는 국회의원이 한 번씩 경험해보면 청년들의 어려움에 공감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렇게 힘들게 출퇴근하는 청년도 있구나라는 깨달음이 없는 것 같다. 덧붙이자면 추석 연휴 전날에는 회사에서 집까지 오는데 교통체증 때문에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날 나는 울면서 집에 돌아왔다.

(아래 글은 위 영상을 보고 나의 의견을 덧붙여 적은 글이다.)

앞서 이야기한 나의 사연처럼 직장에서, 퇴근길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시달리다 보면 간신히 집에 도착한다. 무엇을 할 기력도, 시간도 없는 상태다. 법적근로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기업에 다닐수록 스스로를 돌볼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자기 돌봄도 못하는데, 어떻게 아이를 낳는 미래를 그릴 수 있을까? 부족한 상황 속에서도 아이를 낳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 경우에 성립되지 않는다. 나 스스로를 먹이고 재우는 행동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누군가와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직장 근처에서 자취를 해야하지만,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직장이 서울이라면 서울의 집 값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설령 서울에서 자취를 한다고 해도, 자취를 하면서 드는 비용을 모두 스스로 부담해야만 한다. 그리고 서울의 물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다. 그럼 또 근로자에게 들어오는 실질적인 돈은 줄어들고, 미래를 그릴 여유는 점점 사라지게 된다. 정희원 교수님의 유튜브에서는 가처분 시간과 가처분 소득이 부족해진다고 표현한다.

이미 결혼을 한 사람들의 상황은 좋을까? 정희원 교수님의 영상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다. 아이를 돌봐줄 조부모가 근처에 살지 않는다면 돌봄 시스템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공교육의 돌봄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한다면 사교육의 돌봄 시스템을 이용한다. 여기에는 또 돈이 필요하다. 가처분소득이 부족한 경우라면 맞벌이는 디폴트다.

너무 폭넓게 이야기했지만, 여튼 우리나라는 저속노화를 실천할 시간도, 돈도 없는 사람들이 많다. 가처분 시간과 소득이 부족하다면 최대한 빠르게 열량을 채울 수 있는 가공식품, 초가공 식품 섭취로 이어지기 쉽다. 몸에 좋다고 하는 음식은 대부분 오랜 조리시간과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법적 근로 시간이 잘 지켜지는 기업에 입사하면 되지 않느냐는 것은 해결방법이 될 수 없다. 해당 기업들의 문은 제한적으로 열려있고, 이러한 이유 때문에 경쟁은 더욱 심화된다.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고, 더 깊이 이 문제에 들어가면 문제는 더욱 다양해진다. 법적 근로 시간을 지키지 못한 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연결된 문제들, 대기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 데 있어서 발생하는 문제들 등 한 번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간편식의 방향성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8일 정희원 교수와 cj 제일제당이 콜라보를 통해 '햇반 라이스플랜' 2종, 렌틸콩현미밥+, 햇반 파로통곡물밥+를 출시했다. 다른 즉석 잡곡밥과 다른 점은 평소 sns에 정희원 교수가 올린 레시피를 그대로 배합해서 만든 즉석밥이라는 것이다.

인사이트

일본의 경우 음식 하나를 먹으면 하루 필요한 권장 영양소를 1/3 섭취할 수 있는 영양식 개발에 힘쓰고 있다. 우리나라 간편식 시장이 최신 트렌드와 콜라보도 좋지만, 영양소에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회 문제에 더 깊은 관심을 갖고 접근하기를 바란다.


저속노화는 실천도 어렵고, 비용도 높을 수 있다. 하지만 저속노화를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이 마련되어야만 출산율은 꼴찌이고, 자살률은 1등인 이 나라가 살아날 수 있다. 출산율을 높이자는 이야기가 아니다.(개인적으로 출산율은 여러 문제가 얽혀있는 문제이므로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어야만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자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