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외편) 버섯의 깊고 넓은 세계
작성자 반달가슴곰
오싹한 식물도감
(번외편) 버섯의 깊고 넓은 세계

버섯을 좋아하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어렸을 때는 명절 음식 중에 '표고버섯전'을 특별히 좋아했어요. 최근에는 트러플 버섯 감자칩에 빠져 큰 통으로 쟁여뒀죠.
버섯은 엄밀히 말해 식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식물을 분해하거나, 기생하거나 공생하여 자라기 때문에 식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채식 요리에서 자주 고기의 대체재로 활용되기에, 야채라는 인식도 있고요.
우리가 먹는 것들 중에서 대표적으로 독성을 품고 있는 식물로 인식되는 버섯이기에, 식물은 아니라도 언젠가 이 시리즈에서 다루어보고 싶었어요.
다만 특정 버섯에 집중하기보다, 버섯이라는 깊고 넓은 세계로 저를 안내해준 좋은 콘텐츠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저 하상윤 기자의 <'불량 숲'을 더 좋아한 곤충·버섯·새들··· 무색해진 편백 힐링 숲>(24.08.31)입니다. 서울시 은평구 봉산의 이른바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조성 사업이 생물다양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상세하게 다룬 기사예요. 먹이사슬의 맨 밑에 위치한 식물군이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곤충, 새, 버섯의 동 다양성도 감소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사를 읽고, 인간의 치유를 위한다고 이렇게 많은 종이 살고 있는 터전을 빼앗았다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죠.

씁쓸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기사 속 사진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모양의 버섯이어서 호기심이 갔죠.

이렇게 수상하게 생긴 버섯이 서울 한복판에 나고 있다고?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조사해보니 박상영 생태사진작가님이 어린이과학동아에 연재한 <버섯요정의 기묘한 모험> 시리즈에도 소개가 되었더라고요. 제가 두 번째로 추천하는 콘텐츠인데요.
노란망태버섯((Phallus indusiatus Vent.)과 비슷한 노란망태말뚝버섯을 소개한 이 기사에서 작가님의 표현처럼 '경악을 금치 못'할 만한 생김새라고 생각합니다. 버섯이 자라는 모습을 영상으로 보면 더 기이해요.
노란망태말뚝버섯은
화려한 생김새와 다르게 고기 썩는 악취가 난다고 해요.
이 썩은 내는 곤충들을 유인해서, 버섯의 점액질을 빨아먹는 곤충의 몸을 통해 포자를 퍼뜨립니다. 그러나 점액질엔 설사약 같은 효과가 있어 포자가 완전히 소화되기 전에 밖으로 배출되고, 멀리 퍼지지는 못하게 되죠.
우리나라 산지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며, 독버섯은 아닙니다.
보통 독버섯 하면 화려한 생김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버섯은 너무 화려한 생김새여도 악취가 난다는 것 외에는 사람에게 해를 입히지 않습니다. 역시 뭐든 겉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되겠어요.
이 밖에도 버섯요정 시리즈는 다양한 생김새의 버섯을 다루고 있으니, 한번쯤 읽어보시길 권해요. 아름답고 기묘한 버섯의 생김새나 생태에 대해 잘 다룬 시리즈입니다.

어떤 버섯은 귀엽기도 하고, 어떤 버섯은 무시무시하죠. 하지만 생태계 내에서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모쪼록 우리 주변을 생물 다양성이 보존될 수 있는 환경으로 가꾸어 나가면 좋겠습니다. 우리 주변에 작은 생명체에 관심을 갖는 것도, 한 가지 노력이 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