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아름답지만 불길한
작성자 반달가슴곰
오싹한 식물도감
꽃무릇, 아름답지만 불길한
이왕이면 예쁜 게 좋다고 하지만, 어떤 아름다움은 불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이 꽃인데요. 이름을 몰라도 어디서 한 번은 본 적 있지 않나요?
'석산'이라는 꽃입니다. '꽃무릇'이라고도 해요.
저는 몇해 전 강원도 선교장에서 정원에 심어진 석산을 보았습니다. 태양 아래 강렬한 붉은 빛을 뽐내고 있었죠.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으면서, 볼수록 기이하더라고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꽃은 아니라 신비롭기도 하고요(길가에 석산을 심으면, 분위기가 묘해질거 같죠?).
꽃무릇이 섬뜩한 이유
꽃무릇은 알뿌리식물(구근식물-튤립, 수선화 등과 같은 계열)입니다. 구근식물은 추위에 약하고, 햇빛도 충분히 받아야 해서 키우기 까다로워요. 희귀하기 때문에 더 미스터리한 이미지가 생긴 것 같아요.
뿌리에는 독성이 있어요. 구근식물의 특징인데요.
일본에서 석산은 '피안화(彼岸花)'라고 해요. 에도 시대, 전에 없던 대기근이 찾아왔어요(텐메이 대기근). 먹을 게 없던 사람들은 피안화의 뿌리라도 데쳐 먹어야 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동나자, 일부 사람들이 식인을 하는 등 사회가 혼돈에 빠졌다고 해요. 그런 역사와 함께 피안화는 죽음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어요.
예로부터 먹고 죽거나 아픈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사인화(死人花), 장례화(葬禮花) 또는 유령화(幽靈花)라고도 불려요.
피안(彼岸)이란 강 건너 저쪽 언덕이라는 뜻으로, 불교에서는 속세와 대비되는 열반의 세계를 뜻해요.(나쁜 의미는 아닌데, 아무튼 산 사람들의 세상은 아님...)
꽃무릇은 절에서 많이 심는 꽃이기도 해요. 종교적인 맥락이 더해져 더 비일상적인 느낌을 주죠.
꽃무릇의 구근에서 채취한 전분은 본드처럼 쓸 수 있고 방부 효과가 있어서, 탱화의 재료나 책풀로 사용되었다고 해요. 조경의 목적도 있겠지만, 사실 아주 실용적인 목적에서 석산을 심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는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 김제 금산사 등에서 가을에 꽃무릇을 볼 수 있어요.
꽃이 피처럼 선명한 붉은 색을 띠고 있어요.
이런 특징은 벌레와 새를 유혹해 수분이 더 잘 이루어지게 해요. 또 포식자에게 경고하는 의미도 있다고 해요.
꽃잎 밖으로 꽃술이 나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다리가 긴 거미와 꽃의 형태가 유사해서 영어로는 'Spider Lily(거미 백합)'라고 해요.
피안화는 줄기 하나에 큰 꽃이 하나 피어 있는 것 같지만, 실은 줄기 하나에 대여섯 송이의 꽃이 한꺼번에 피어난 구조예요.
꽃대가 올라오면 완전히 개화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3-5일 밖에 걸리지 않아서 불현듯 꽃이 나타난 듯, 놀라움을 주기도 한답니다.
개인적으로 꽃무릇을 먹고 탈이 나거나 죽은 사람들의 일화가 인상적이었는데요. 평범한 상황이라면 석산을 보더라도 '먹고 싶다'는 감상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겠죠. 아무리 봐도 이 꽃이 먹을 것 처럼 생기지는 않으니까요.
그런데 독이 든 꽃이라도 데쳐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면, 얼마나 끔찍한 배고픔이었을까요? 어쩌면 섬뜩한 것은, 꽃에 든 독이 아니고 꽃무릇을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궁지에 몰린 상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이미지 하나를 덧붙일게요.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에 나오는 푸른 피안화입니다.(이것을 먹고 빌런이 흡혈귀가 되었다는 설정이 나옴)
요새 너무 햇빛이 강해서 이 짤이 많이 쓰이더랍니다...
다들 더위를 조심하세요!
참고
위키피디아, 농촌진흥청 그린매거진. 함양군청 웹사이트 등
일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작성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