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눈, 왜 생길까?
작성자 반달가슴곰
오싹한 식물도감
자작나무 눈, 왜 생길까?
최근 던전밥이라는 만화를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이 만화가 제게 흥미로운 점은, 무엇보다 던전 안의 생물 다양성이에요.
만화 속 마물과 식물은 설화 속 상상의 동식물을 모티프로 하고 있는데요.
설화 속 동식물은 또 대개 실제 동식물을 모델로 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리즈에서는 창작의 소스로 활용되기 좋은 식물들,
그러니까 판타지나 SF소재로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법한 식물과 그 속성을 살펴보려고 해요.
자작나무
첫 번째 식물은 자작나무입니다.
사실 나무의 옹이구멍은 대체로 스산한 느낌을 주죠.
자작나무의 옹이는 그 중에서도 단연 무섭습니다.
핀란드의 깊은 숲속에서 자작나무 사이에 갇히면, 꼼짝없이 감시당하는 기분이 들겠죠.
자작나무에 옹이구멍이 생기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자작나무는 빨리 성장합니다. 성장이 빠른 종(River birch)의 경우, 1년에 60cm정도가 자라기도 합니다.
성장 과정에서 가지가 자라고 떨어지는 일이 잦습니다. 가지가 떨어진 자리에 눈 모양의 흔적이 생기게 되죠.
자작나무 껍질은 하얗습니다. 희고 창백한 껍질이 검정색 옹이와 대비되어 더 선명한 눈 모양을 띠게 됩니다.
자작나무는 바람을 매개로 번식하는 수종으로, 비교적 수정이 쉽습니다. 자연 상태에서 자작나무 단일 수종으로 이루어진 숲을 볼 수 있는데요, 그로 인해 옹이 눈이 가득한,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추가로, 자작나무는 유럽, 아시아 등지에 넓게 분포하며 추운 기후에서도 잘 자랍니다. 분포지의 특성을 떠올리면, 더 오싹해지는 느낌을 주죠. 이 밖에 자작나무의 숨은 특징은 또 뭐가 있을까요?
휘바휘바~ 자작나무는 다당체인 자일란을 함유하고 있어요. 이것을 자일로스로 변환하고 가공 과정을 거치면 자일리톨이라는 달달한 감미료가 됩니다.
자작나무의 껍질은 눈밭에서 화상을 입지 않기 위해 흰 색으로 발달했다고 합니다. 눈의 빛 반사율은 85~90%로 높은데, 이 위에서 자라는 자작나무가 어두운 색이라면 빛의 반사열을 너무 많이 받게 되죠. 나무 속이 타버리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얀 껍질을 갖게 되었다는 겁니다.
자작나무는 개척자 식물이라고도 합니다. 황무지나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랍니다.
자작나무 껍질은 얇고 잘 벗겨집니다. 유분이 많아 잘 썩지 않기도 합니다.
해인사 팔만대장경 일부에 부분적으로 자작나무 소재가 쓰였고, 역사책에서 본 '천마도' 그림도 껍질 위에 그려졌습니다. (가공이 쉽고 오래 썩지 않아서 종이, 목재로 많이 가공됩니다.)
나무가 죽어서 몸통이 썩어도 껍질은 썩지 않는다고 하네요. 일본 홋카이도의 '아오이이케'라는 푸른 연못이 있는데요. 이곳에서 죽었지만 꼿꼿이 버티고 있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자작나무들을 볼 수 있어요.
식물의 속성을 알아가다 보니, 으스스한 생김새가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운 여름, 자작나무를 떠올리며 스산한 기운을 만끽해 보길 바랍니다.
또 다른 식물로 찾아뵙겠습니다.
참고문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블로그
위키백과
gardeningknowhow 웹페이지
한국자연환경보전협회
등등. 일부 chatGPT의 도움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