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더 대신 타임레프트? 데이팅 앱이 지고 소셜 데이팅 앱이 뜨는 이유 💘

틴더 대신 타임레프트? 데이팅 앱이 지고 소셜 데이팅 앱이 뜨는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틴더 대신 타임레프트? 데이팅 앱이 지고 소셜 데이팅 앱이 뜨는 이유 💘

고슴이의비트
고슴이의비트
@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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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과 목련, 개나리와 진달래 같은 꽃이 피는 걸 보면 봄이 왔다는 걸 알 수 있잖아요. 한결 포근해진 날씨에 꽃잎이 흩날리는 거리 풍경까지, 봄에는 괜히 마음이 간질간질해지기도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제 주위에는 연애를 시작한 사람이 꽤 있어요. 봄은 무언가를 시작하기 좋은 계절이니까, 새로운 관계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혹시 그거 알고 있나요? 요즘 ‘소셜 데이팅(social dating)’ 앱이 뜨고 있다는 걸요. 정확한 정의는 없지만, 소셜 데이팅은 새 친구를 사귀듯 캐주얼한 만남을 지향해요. 연애 상대를 찾는 게 목적인 경우도, 아닌 경우도 있고요. 대놓고 연애가 목적인 기존 데이팅 앱과는 차이가 있는 건데요. 데이팅 앱 회사들도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며 빠르게 이런 트렌드에 올라타는 중이에요. 

“데이팅 앱? 나는 별로...” 시큰둥했던 사람도, 너무 많이 쓴 나머지 ‘데이팅 앱 번아웃’을 경험한 사람도 소셜 데이팅 앱으로 몰려가고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해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소셜 데이팅 앱 트렌드를 같이 살펴봐요.


훑어보기 👀: 낯선 사람들과의 저녁 식사, 소셜 데이팅 앱이 뜬다 🍽️

몇 달 전에 제 인스타그램 피드에 뜬 광고가 하나 있어요. ‘타임레프트(TimeLeft)’라는 앱인데요. 컨셉은 무척 심플해요. 회원가입을 하고 지역을 선택한 다음, 성격 등에 관한 몇 가지 간단한 질문에 답하면 알고리즘이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낯선 사람들을 매칭해주는 것. 이렇게 모임이 꾸려지면 수요일 저녁에 만나 다같이 식사를 하게 되는데요. 신청할 때는 누구랑 밥을 먹게 될지, 어디서 만날지 전혀 알 수 없어요. 만남 당일이 되어서야 만남이 진행될 식당을 알려주고, 함께 저녁을 먹을 사람들의 성비·직업 등도 그 자리에 가봐야 알 수 있다고.

타임레프트는 요즘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 중 하나예요. 2020년 프랑스에서 회사가 처음 만들어졌고, 지금과 같은 형태의 ‘저녁 식사’ 모임 서비스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처음 시작된 건 2023년 5월인데요. 몇 년 만에 유럽뿐 아니라 미국, 남미, 아시아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어요. 지금은 60여 개 나라 300개 도시에서 매주 수요일 밤 낯선 사람들이 만나 저녁을 먹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서울뿐 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서비스 중이라고.

해외에서는 ‘써스데이(Thursday)’라는 비슷한 컨셉의 앱도 유행이에요. 써스데이 앱은 일주일에 딱 한 번 목요일에만 쓸 수 있고, 유료 결제(월 19달러)를 하지 않는 한 하루에 딱 10명이랑만 매칭될 수 있는데요. 24시간이 지나면 매칭된 기록이 전부 사라진다는 게 특징이에요. 매칭된 상대방이 사라지기 전에 직접 만나는 약속을 잡도록 적극 권장하는 것.

여기까지만 봐도 요즘 뜨는 이런 소셜 데이팅 앱이 ‘틴더(Tinder)’ 같은 기존 데이팅 앱과 크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바로 대면 만남을 기본 조건으로 한다는 거예요. 써스데이는 아예 대놓고 “F*ck dating apps, I’m better in-person(데이팅 앱 꺼져, 나는 실물이 더 낫거든)”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어요. 타임레프트는 처음부터 오프라인 저녁 식사가 목적인 앱이고요.

이렇게 오프라인 대면 만남을 전제로 하는 소셜 데이팅 앱이 뜨는 반면, 이 시장을 꽉 잡고 있던 데이팅 앱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틴더와 ‘힌지(Hinge)’ 등 40여 개 데이팅 서비스를 운영하는 ‘매치그룹(Match Group)’의 경우, 대표 앱인 틴더의 유료 결제 사용자 수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데요. 작년 7월에는 매출 부진으로 전 세계 직원의 6%가 구조조정 대상이 되기도 했어요. 주가가 주당 170달러에 육박하며 최고치를 찍었던 2021년에 비하면 현재 주가는 20달러 후반대에 머물러 있고요. 데이팅 앱 시장의 또 다른 강자인 ‘범블(Bumble)’의 주가도 비슷한 흐름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데이팅 앱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왜 사람들은 데이팅 앱을 떠나고 있는 걸까요? 반면 소셜 데이팅 앱이 뜨는 이유는 뭘까요?


자세히 보기 🔎: 어느새부터 데이팅 앱은 안 멋져 👎

데이팅 앱의 전성기를 말할 때 코로나19를 빼놓을 수는 없을 거예요. 물론 데이팅 앱은 코로나19 이전에도 나름 인기였어요. ‘스와이핑’이라는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UX를 내세운 틴더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팅 앱이 등장했고요. 2020년 미국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18~29세 중 절반이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를 써본 적 있다고 답했는데요. 사람들로 북적이는 바나 클럽 같은 오프라인 공간과 비교하면 온라인 데이팅 앱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계나 다름없었어요. 더 다양한 사람을 훨씬 더 간편한 방법으로 만날 수 있었기 때문.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려워지자, 온라인 데이팅 앱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어요. 이 분야의 굳건한 No.1인 틴더를 비롯해 매치그룹이 보유한 데이팅 앱들의 2022년 1분기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1억 명에 달할 정도였는데요. 데이팅 앱 기업들이 기능에 따라 각종 유료 결제 옵션을 도입해 본격적인 수익화에 나서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에요. 사람들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 기꺼이 데이팅 앱에 돈을 쓰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데이팅 앱의 호시절은 오래 가지 못했어요. ‘데이팅 앱 번아웃’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난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데요. 이때 흔히 거론되는 건 ‘선택의 역설(the Paradox of Choice)’이에요. 너무 많은 선택지가 주어지면 오히려 더 안 좋은 결정을 하게 된다는 이론인데요. 이른바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자만추)’할 때와 비교하면 선택지(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는 훨씬 많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을 찾기는 더 어렵다고 느끼는 사용자가 늘어났다는 거예요.

사실 온라인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건 적지 않은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에요. 매칭된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이 본인인지도 알 수 없고,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어디까지 진짜인지도 확신하기 어려우니까요. 대화를 잘 나누던 상대방이 갑자기 답장을 하지 않기도 하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이 ‘잠수’를 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계속 앱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 업체가 가짜 계정을 생성해 운영하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도 많고요. 

특히 여성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이런 부정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데이팅 앱을 멀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가 많아요. 남성과 여성의 성비가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려 있어서 매칭이 쉽지 않다는 불만, 의미 있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기 어렵다는 불만, 유료 결제를 하지 않으면 원하는 상대방을 찾기 점점 어려워진다는 불만도 있고요. 데이팅 앱 내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알 수 없는 열패감을 느끼는 사람도, 한때 혁신적으로 느껴졌던 무한 ‘스와이핑’의 굴레에서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데이팅 앱이 언젠가부터 2030세대 사이에서 더 이상 ‘핫하지’ 않게 된 거예요

이런 맥락에서 새로 등장한 트렌드가 바로 ‘친구 찾기’예요. 연애 상대를 찾는다는 목적이 뚜렷한 데이팅 앱과 달리, 취미활동을 공유하거나 가볍게 만나서 놀고 헤어질 수 있는 친구를 사귀는 플랫폼이 뜨기 시작한 것. 매치그룹이나 범블 같은 주요 데이팅 앱 업체들도 각각 ‘Yuzu’나 ‘Geneva’·‘BFF(Bumble for Friends)’ 같은 친구 찾기 앱을 출시했어요.

타임레프트 같은 소셜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끄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어요. 데이팅 앱에 지친 사람들이 ‘플라토닉한 관계’를 추구하며 소셜 데이팅 앱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 대놓고 ‘연애’를 목적으로 하는 만남이 아니라 취향과 관심사, 취미를 느슨하게 공유하는 만남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거예요. 코로나19 유행이 끝나자 오프라인 만남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테고요.

우리나라에서도 ‘소셜 만남’ 서비스는 꽤 오래전부터 쭉 인기였어요. 취미나 관심사 기반의 소모임·동호회 등을 표방하는 ‘문토(MUNTO)’나 낯선 사람들과 남의 집에서 만나는 컨셉의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출발했던 ‘남의집’, 다양한 액티비티를 중심으로 취미 활동을 같이 하는 플랫폼 ‘프립(FRIP)’ 등인데요. 이런 플랫폼에서의 만남을 뜻하는 ‘소셜링’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다고.

그렇다고 해서 데이팅 앱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에요. 그보다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설명이 더 정확할 텐데요. 이 주제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인스타그램에서 타임레프트를 검색한 뒤부터 제 피드는 한동안 온갖 데이팅 앱 추천·광고로 가득했어요. 좋아하는 책을 통해 마음에 맞는 사람을 연결해준다는 ‘북블라’, ‘가치관 소개팅’ 앱을 표방하는 ‘윌유’, 글쓰기에 진심인 사람들끼리 이어준다는 ‘write’ 등이 눈에 띄더라고요.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소셜 데이팅 앱과 데이팅 앱의 경계는 점점 모호해지는 분위기예요. 문토는 소개팅을 또 하나의 홍보 포인트로 밀고 있고, 서비스 종료 후 새 회사가 인수해 다시 오픈한 남의집도 소개팅 메뉴를 추가했는데요. 해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커리어 플랫폼인 링크드인(LinkedIn)이나 외국어 학습 앱 듀오링고, 피트니스 앱 스트라바(Strava) 등을 사실상 데이팅 앱으로 쓰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데이팅 앱을 떠난 사람들이 대안을 찾아 여기저기서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 한다는 거예요. 

결국 우리는 누군가와 꾸준히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할 거예요. 그게 연애 상대든 편하게 수다를 떨 낯선 사람이든, 허물없이 지낸 오랜 친구든 말이에요. 인간이라면 누구나 외로움이나 고립감, 고독감 같은 감정을 느낄 때가 있는 법이니까요. 타임레프트 앱으로 만난 낯선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마음을 툭 터놓고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지만, 실패하더라도 아마 사람들은 끊임없이 누군가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설 거예요. 어쩌면 그게 바로 나를 누군가와 연결해준다는 수많은 앱과 서비스가 등장하고, 인기를 끌고, 또 진화를 거듭하는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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