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잠깐 은퇴할게요”: Z세대 사이에서 ‘마이크로 은퇴’가 트렌드인 이유 👋

“저 잠깐 은퇴할게요”: Z세대 사이에서 ‘마이크로 은퇴’가 트렌드인 이유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저 잠깐 은퇴할게요”: Z세대 사이에서 ‘마이크로 은퇴’가 트렌드인 이유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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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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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니커는 은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은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직은 먼 얘기처럼 느껴지는데요. 최근에는 휴직이나 퇴사를 통해 중간 휴식기를 갖는 ‘마이크로 은퇴(micro-retirement)’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정년까지 쉬지 않고 계속 일하는 대신, 내 컨디션과 인생 계획에 맞춰 주도적으로 일을 쉬는 거죠. 

조금 낯설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마이크로 은퇴는 이미 많은 Z세대의 공감을 얻고 있어요. 진학사 채용 플랫폼 ‘캐치’는 최근 “Z세대의 60%가 마이크로 은퇴를 선호한다”라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어요. 해외에서는 작년부터 틱톡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은퇴 후기, 느낀 점 등이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고요. 이처럼 전 세계 Z세대 사이에서 마이크로 은퇴가 뜨는 이유는 대체 뭘까요?


훑어보기 👀: 나의 경력과 삶을 위해 커리어를 ‘일시 정지’하다

놀랍게도 이 문장은 2007년, ‘나는 4시간만 일한다’라는 책에서 나온 말이에요. 사무실 출퇴근, 정시 출퇴근이 상식이던 때에 굉장히 파격적인 주장이었죠. 저자인 팀 페리스(Tim Ferriss)는 베스트셀러 ‘타이탄의 도구들’과 비즈니스 팟캐스트 ‘The Tim Ferriss Show’로도 유명한데요. 그는 이 책에서 마이크로 은퇴라는 개념을 처음 제안했어요. 일과 삶의 균형을 내가 직접 정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그의 신념을 압축한 단어였죠.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나갔던 건지,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이전 세대와 다른 가치관을 가진 Z세대가 등장하고,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마이크로 은퇴가 재조명받기 시작했어요. 특히 젊은 세대는 팬데믹 동안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고, ‘이 분야에서 이런 일을 한다’라는 직무의 경계가 무너지는 걸 목격했어요. 그러면서 전통적인 일터의 개념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됐죠.

이 과정에서 Z세대는 일하는 시간이 아닌 결과물로 평가받기를 원하고, 원격·유연근무로도 충분히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믿게 됐어요. 이직이나 개인적 휴식을 위한 시간을 갖는 것에도 긍정적이죠. 소속 기업이 아니라 ‘내가 어떤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가?’, ‘내가 원하는 성취를 위한 나만의 길은 무엇인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요

일과 커리어에 대한 이런 인식 변화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워라밸’을 위해 중간관리자 승진 등을 피하는 ‘언보싱(unbossing)’,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의 일만 하는 ‘조용한 퇴사’, 자기가 원하는 근무 조건과 성장 가능성을 찾아 과감하게 이직하는 것 등이 있죠. 마이크로 은퇴도 이렇게 Z세대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떠오른 현상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러면서도 정해진 형태가 따로 없다는 게 특징이죠. 몇 달 동안 쉬는 것부터 퇴직 후 1~2년 동안 여행이나 관심 있는 분야에 도전하는 것까지, 모두 마이크로 은퇴라고 볼 수 있거든요. 

걱정하는 목소리도 물론 있어요. 전문가들은 마이크로 은퇴 당사자가 다시 취업하는 게 어려워질 것을 제일 우려하죠. 휴직이나 퇴사는 그 사람의 생계부터 장기적인 커리어, 노후에까지 영향을 주니까요. ‘갭이어’나 조용한 퇴사처럼, SNS에서 시작된 단발성 유행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고요. 하지만 젊은 세대가 굳이 재취업의 어려움, 경제적 불안까지 감수하면서 일을 잠시 내려놓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Z세대가 마이크로 은퇴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이고, Z세대는 거기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요


자세히 보기 🔎: 커리어는 열심히 일만 해서 쌓이는 게 아니잖아요

‘커리어’는 ‘어떤 분야에서 겪어 온 일이나 쌓아 온 경험’을 뜻해요. 라틴어로 사륜마차가 달리는 길을 뜻하는 ‘카루스(Carrus)’에서 유래했죠. 현대적인 의미에서 ‘커리어’의 개념이 정립된 건 1950년대였는데요. 심리학자 도널드 슈퍼(Donald E. Super)가 ‘개인이 생애에 걸쳐 경험하는 직업, 직무, 과업의 연속’이라는 정의를 처음 제안했어요. 1970년대에는 MIT 경영대학 명예교수 에드거 샤인(Edgar H. Schein)이 ‘한 사람이 생애에 걸쳐 일을 따라가는 여정이자 항로’로 커리어의 의미를 확장했죠. 

이처럼 커리어는 단순히 어떤 직장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오래 했는지만을 가리키지 않아요. 그 의미도 시대적 변화와 기술 발전 등을 따라 계속해서 변화해왔죠. 그렇기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조건이나 법칙, 정해진 형태도 없는 셈이에요. 각자 인생에서 추구하는 가치,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선택하는 직업 등은 전부 다르니까요. 여기에 팬데믹처럼 많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주는 현상들과 기술 발전도 영향을 주고요. 그래서 Z세대가 커리어에 대해 이전 세대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Z세대가 마주하는 고민도 많이 달라졌어요. 젊은 세대는 취업난과 경기 불황 등 저성장에 따른 불확실한 미래, 물가·집값 상승 같은 문제들을 경험하며 불안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요. 2021년 딜로이트는 Z세대의 46%가 자신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거의 항상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데이터를 발표할 정도였죠.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등장하면서 ‘AI보다 더 잘 해내야 한다’라는 압박까지 받고 있고요. Z세대에게는 ‘나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다’라는 불안이 기본값인 셈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 은퇴는 잠시 숨을 고르고, 정신없이 변하는 세상의 흐름에서 내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살펴보는 재정비의 시간이 될 수 있어요. 물론 한 직장에서 경력을 쌓고,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해요. 하지만 일만 하는 대신 틈틈이 내 삶의 방향을 점검하는 것. 몸과 마음을 번아웃 직전까지 밀어붙이는 대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 그게 Z세대가 생각하는 더 나은 삶의 모습이죠.

최근 AI가 정말 무서울 정도로 빨리 발전하고 있죠.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면서 ‘커리어’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게 됐는데요. 뉴니커에게 커리어는 어떤 의미인가요? 뉴니커가 만들고 싶은 삶의 모습, 거기서 일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되나요? 이런 주제들에 대한 뉴니커의 생각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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