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봉 영화 열풍 속에서 한국영화의 위기가 느껴진 거야 🎥

재개봉 영화 열풍 속에서 한국영화의 위기가 느껴진 거야 🎥

작성자 고슴이의비트

비욘드 트렌드

재개봉 영화 열풍 속에서 한국영화의 위기가 느껴진 거야 🎥

고슴이의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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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um_be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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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에 극장에서 본 영화가 뭔가요? 저는 얼마 전 영화 ‘컨택트’를 보고 왔어요. 맞아요. 우리나라에는 2017년 개봉했던 바로 그 영화인데요. 얼마 전 재개봉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금이 기회야!” 싶었어요. 추천을 받고 뒤늦게 OTT로 봤던 영화라, 극장에서 꼭 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요즘 영화 재개봉 열풍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 혹시 눈치챘나요? 한 번 개봉했던 영화가 다시 극장에서 상영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난 건데요. 알고보면 여기에는 꽤 복잡한 속사정이 있다고. 오늘은 영화 재개봉 열풍 뒤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살펴볼게요.


훑어보기 👀: 요즘 극장가의 최신 트렌드: 오래된 영화 🎬

연말은 영화계에서는 대표적인 ‘대목’으로 꼽혀요. 연말을 맞아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극장을 찾는 관객이 많기 때문. 많은 제작비를 들인 상업영화를 ‘텐트폴’ 영화라고 하는데요. 쉽게 말하면 각 배급사가 내세우는 간판 작품이에요. 텐트의 지지대 역할을 하는 ‘텐트폴’처럼, 배급사의 기둥 역할을 하는 영화인 것. 거액의 제작비와 초호화 캐스팅, 성수기 개봉, 집중 마케팅 등으로 흥행을 노리는데요. 여기서 거둔 수입으로 흥행 성적이 저조한 다른 영화를 ‘먹여 살린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고.

연말에는 이런 텐트폴 영화가 쏟아지는 게 보통이었어요. 그래서 연말에 극장에 가면 볼 영화가 많았는데요. 올해 연말 극장가 분위기는 조금 달라요. 대규모 신작 영화 대신 재개봉 영화들이 스크린을 채우고 있는 것.

올해 연말 개봉하는 한국영화 중 텐트폴 영화로 꼽히는 건 ‘하얼빈’이 유일해요.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를 다룬 대작으로, 3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는데요. 영화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현빈, 박정민, 조우진 등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해요. 하지만 워낙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탓에 관객 680만 명을 넘겨야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나머지 스크린을 차지한 영화 중 상당수는 재개봉 영화들이에요. CGV는 개봉 25주년을 기념해 SF 걸작 ‘매트릭스’를 단독으로 재개봉(12월 11일)하고, 롯데시네마는 개봉 30주년을 맞아 ‘포레스트 검프’(12월 4일)를 재개봉했어요. 일본 ‘버블 시대’의 문화를 대표하는 SF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1995년 작)’, ‘아키라(1988)’, ‘왕립우주군-오네아미스의 날개(1987)’도 동시에 재개봉하고요(12월 11일). 

사실 재개봉 열풍이 새로운 일은 아니에요. 올해만 해도 ‘중경삼림’, ‘비포선라이즈’ 등 ‘비포 시리즈’ 3편, ‘비긴어게인’, ‘타인의 삶’, ‘레옹’ 같은 고전영화뿐 아니라 ‘라이온 킹’,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 명작 애니메이션 영화도 줄줄이 재개봉했거든요.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인터넷 밈으로 알려진 ‘해바라기’ 재개봉도 화제가 됐고요. 심지어 1980년대 영화도 재개봉 열풍에 가세했다고.

양조위 배우전’처럼 배우를 중심으로 하는 재개봉 기획전, 영화사를 키워드로 삼은 ‘콜롬비아 100주년 기획전’ 등 다양한 컨셉의 재개봉 기획전도 쏟아지고 있어요. CGV는 11월 ‘캐롤’을 시작으로 매월 한 편씩 명작을 선정해 재개봉하는 중이고, 롯데시네마는 ‘보석발굴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명작 영화들을 재개봉하고 있어요. 메가박스도 다양한 기획전을 선보이며 재개봉 열풍에 뛰어들었고요.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영화가 재개봉하기도 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괴물’,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과정을 담은 ‘크레센도’ 등이 개봉 1년 만에 재개봉된 것. 추리 명작으로 꼽히는 ‘나이브스 아웃’은 5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만났어요. 

개인적으로는 극장에서 놓쳤던 영화,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를 극장에서 볼 수 있어서 이런 재개봉 열풍이 반갑기도 해요. 너무 어렸을 때 나왔던 영화라 미처 몰랐던 명작들을 다시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한두 편도 아니고, 쉴 새 없이 재개봉 영화가 쏟아지고 있는 현상은 좀 더 자세히 살펴 볼 필요가 있어요. 여기에는 꽤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거든요.


자세히 보기 🔎: 내년에 개봉하는 한국영화가 10편밖에 안 된다고요? 🎞️

재개봉 열풍은 코로나19와 떼어 놓고 설명하기 어려워요. 코로나19를 거치며 극장 관객이 확 줄어들자, 이미 제작이 끝난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미뤘는데요. 신작 영화 개봉이 뜸해지자 영화관들은 앞다투어 재개봉에 나섰어요. 2020년 연말에는 ‘라라랜드’, ‘비긴 어게인’ 등이, 2021년 연말에는 ‘러브 액츄얼리’, ‘타짜’ 등이 재개봉되며 스크린을 채웠다고.

코로나19가 지나간 뒤, 배급사들은 개봉을 미뤘던 영화들을 연달아 선보였어요. 이런 ‘창고 영화’들은 먼지를 털고 202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대부분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났는데요. 이제 ‘창고 영화’는 올해 연말 개봉 예정작까지 포함하면 거의 다 풀린 상태라고.

문제는 그 사이에 새로 제작된 영화가 많지 않다는 거예요. “한국영화의 씨가 마른다”는 말은 올해 상반기부터 계속 나왔어요. 우리나라 5대 투자배급사로 꼽히는 CJ EN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NEW,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등이 새로 제작 중인 영화가 확 줄었다는 거예요.

2023년에 한국영화 8편을 내놨던 CJ ENM은 상반기 기준 딱 2편만 제작 중이고, 그나마 새로 투자한 건 1편에 불과하다고. 제작비 30억 원 이상이 들어간 상업영화를 기준으로, 올해 새로 투자받은 한국영화가 20편도 안 된다는 얘기도 나왔어요. 내년에 개봉을 목표로 준비 중인 작품이 10편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라는 말도 있고요. 개봉할 한국영화가 점점 줄어든다는 거예요.

‘영화 산업이 가라앉았다’는 말이 잘 실감나지 않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올해 상반기는 ‘파묘’와 ‘범죄도시4’ 등 관객 수 1000만 명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기 때문. 한국영화 관객수 점유율(59.3%)도 1년 전보다 크게 늘었고요.

하지만 실제 영화계의 분위기는 다르다고. ‘파묘’와 ‘범죄도시4’를 빼면 상반기에 관객수 200만 명을 넘긴 영화가 없고, 대부분의 영화는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거든요. ‘대박’을 친 극소수의 영화를 빼면 대부분은 ‘쪽박’ 영화가 되는 양극화가 두드러졌다는 거예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관객수 1~50위 중 1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14편에 불과했을 정도로, 이제는 ‘100만 영화’조차 구경하기 힘들어졌다고도 하고요. 

‘중박’ 영화가 사라진 이런 양극화 현상 때문에 영화 산업 전체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는 얘기가 많아요. 예전에는 40~50억 원 규모의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가 활발히 제작돼 나름 의미 있는 숫자의 관객을 동원했다면, 지금은 수백 억 원 규모의 ‘대작 영화’에만 투자가 쏠린다는 것. 영화 산업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하면서 투자사들이 흥행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영화에 투자하는 걸 조심스러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요.

영화 시장이 가라앉은 이유를 얘기할 때 OTT 얘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웬만하면 OTT 하나씩은 구독하는 시대잖아요. 보고 싶은 영화를 집에서 마음껏 볼 수 있게 되자 관객들이 극장에서 볼 영화를 고르는 기준은 훨씬 까다로워졌어요. 예전처럼 가볍게 ‘극장이나 갈까’ 하는 게 아니라, 꼭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가 있는 영화를 골라서 보는 것.

영화계 인력들이 많이 떠났다는 점도 언급해야 해요. 넷플릭스 등 OTT들이 경쟁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나서자 감독·작가·스태프 등 영화 쪽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OTT 시리즈와 드라마 제작 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몇 년 전부터 두드러졌는데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 제작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결국 극장가 재개봉 열풍은 이런 현실이 맞물린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새 영화에 대한 투자가 줄고, 제작되는 영화가 줄어든다고 해서 상영관을 비울 수는 없기 때문. 영화관들이 재개봉 영화뿐 아니라 콘서트 실황 영상을 스크린에 올리고, 실험적인 초단편 영화 개봉에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이고요

결국 내년에도 영화 재개봉 열풍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다시 스크린에 오르는 영화들 중에는 분명 다시 봐도 좋을 영화도 있을 테고, 숨겨진 보석같은 영화도 있을 거예요. “그때 못봐서 아쉬웠는데!” 하며 저도 재개봉 영화 티켓을 예매할 거고요. 

하지만 다양한 신작 한국영화, 특히 독립영화나 개성 있는 작품들도 더 열심히 극장에 가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는 다양성 속에서 꽃피우는 법이고, 크고 작은 영화들이 다채롭게 공존하면서 우리나라 영화 산업도 한층 더 건강하고 풍요로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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