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 러닝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 새티스파이
작성자 디그북스
Summary : 신문, 아티클
신생 러닝 브랜드가 나이키와 아디다스를 제칠 수 있었던 이유, 새티스파이
🕶️ 제품이 아니라, 정체성을 팔아야 합니다.
최근 런닝씬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 등 대형 브랜드를 제치고 ‘힙하다’고 평가받는 브랜드가 등장했습니다.
이 브랜드의 기본 티셔츠 가격은 20만 원, 바지는 30만 원, 런닝 조끼는 무려 110만 원에 달하는데요, 누가 저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할까 싶지만, 리셀이 붙을 정도로 런닝 매니아들은 구매하지 못해서 안달입니다.
이 브랜드의 이름은 ‘새티스파이(SATISFY)’. 런닝을 할 때 만족감을 안겨주는 의류를 만들겠다는 뜻인데요, 창업자 브라이스 파르투쉬는 비싼 가격에 대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제품을 사는 건, 정체성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아무 반바지나 입고 달려도 되죠. 그런데도 우리 제품을 구매했다는 건 새티스파이의 정신에 공감한단 거예요.”
실제로 새티스파이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기존 스포츠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목적으로 제품을 제작하고 있으며, 브랜드가 제시하는 정체성도 궤를 달리합니다.
기존 스포츠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제시하는 정체성은 ‘기록 단축을 위한 성능’입니다. 실제로 나이키의 경우에는 킵초게 선수를 모델로 기용함으로써, ‘기록 단축’ 메시지에 집중한 광고를 찍기도 했었죠.
하지만 새티스파이는 “모두가 기록 단축을 목적으로 런닝을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이는 창업자 파르투쉬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하는데요,
그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런닝 도중 처음 경험한 ‘러너스 하이(runner’s high)’가 너무나 황홀했기 때문입니다. 이 만족감을 다른 사람들도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파르투쉬에게 있어 런닝은 촉각적인 경험이 매우 중요한 운동이었기 때문에, 그는 의류를 제작해야 겠다고 결심합니다. 마치 옷을 입지 않은 것 같은, 정말 런닝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의류를 말이죠.
그렇게 파르투쉬는 기존 스포츠 시장의 전형적인 의류 제작 모델에서 탈피합니다. 옷 무게를 최대한 가볍게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바지 주머니 위치를 수정해 물건의 흔들림을 최소화 하고, 옷 라벨을 바깥쪽에 부착함으로써 런닝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의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자신이 경험했던 그 순간을 다른 사람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정말 ‘본인의 런닝’에만 몰입할 수 있는 의류를 제작한 거죠.
(즉 새티스파이는 이전까지 러닝 시장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을 구축한 겁니다. 다른 어떤 브랜드를 갖다 붙여놔도, 차별화되는 새티스파이만의 정체성이 생긴 것이죠.)
(러너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새티스파이만의 정체성 때문일 겁니다. 새티스파이의 등장 전까지, 시장에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대변해주는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기록 단축’을 목표로 하는 선수들, 준프로들만을 위한 브랜드들이 즐비했을 뿐이죠. 물론 옷의 기능도 인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겠지만요.)
(이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건, 제품을 만들어내는 모든 사람들은 ‘어떤 정체성을 담을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히 가격경쟁, 성능우위로 승부를 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요.)
(가격경쟁, 성능우위만을 홍보하는 건 오히려 구시대적인 방법이라고까지 생각합니다. 언제까지고 유지할 수 있는 경쟁우위도 아닐 뿐더러,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이제 브랜드의 정체성에 손을 들어주기 떄문인데요.)
(저는 그 이유가 시대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AI가 발전함에 따라 가격은 자동화 기계로 대체될 수 있는 요소로 전락했습니다. 또 이웃과의 교류가 갈수록 적어지는 시대이기에, 개인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소비하는 ‘제품’으로 드러내려고 하죠.)
(즉 역설적이게도, 시대가 발전할수록 소비자들은 ‘사람다운 제품’을 원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가장 사람다운 행위는 ‘자신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고요.)
(어찌보면 개개인도 하나의 제품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개개인은 상품이다를 내포하고 있는 말이기도 하고요.)
(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본인’이라는 제품에 ‘어떤 정체성을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시대가 발전할수록 ‘정체성’의 유무는 중요해질 거고,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큰 요소중 하나로 자리잡으리라 감히 예측해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