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그래서 말인데... K-POP이 뭐라고 생각해?
작성자 쑨디
케이팝은재미있습니다
#2. 그래서 말인데... K-POP이 뭐라고 생각해?

여러분, 점심으로 뭘 드셨나요?
오늘은 매우 간단한 질문으로 글을 시작해 봤습니다. (답변은 마음속으로만 부탁드려요.) 우리가 이 질문에 빠르게 답할 수 있는 이유는 전 사회적으로 '점심'이 무엇인지 미리 정의해두었기 때문이죠. 아시다시피 우리는 아침과 저녁 식사 사이에, 소위 말하는 '점심시간'에 먹는 식사를 '점심'이라고 부르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다면 'K-POP이 뭘까?'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K-POP'이 무엇인지부터 정의하고 시작해야겠죠.
하지만 K-POP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실시간으로 모습을 계속 바꿔나가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한 문장으로 정의하기 참 까다롭습니다. 실제로 케이팝의 정의는 팬들 사이에서나 다양한 칼럼들 사이에서도 계속 논쟁이 오가는 주제이기도 하죠. (그리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K-POP의 범위가 얼마나 넓어지고 있는지 살펴보면서 여러분 각자가 생각하는 'K-POP의 정의'에 대해 생각 해보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케이팝에 큰 관심이 없는 분들은 이게 뭐라고 논쟁까지 할 내용인가 싶겠지만... 원래 오타쿠들 사이에서는 단어 하나하나의 정의가 매우 큰 의미를 차지하곤 합니다. 옛날에도 왕의 상복 입는 기간을 가지고 논쟁하다가 피바람이 분 적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한 맥락에서 흥미롭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악에는 경계가 없으니 당연히 니꺼, 내꺼 하며 싸우자는 의미는 절대 아니고요. 아래 글은 의견을 나누기 위한 기초 자료 정도로 생각해 주세요.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What is K-POP? 🤔

우선 위키백과에서는 K-POP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는 유행 음악'. 여러분이 쉽게 떠올리실 수 있는 아이돌 그룹이나 악동뮤지션, 박효신 그리고 아이유와 같은 한국 가수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지 못한 음악은 케이팝이 아닌 걸까요?
갑자기 몇몇 비운의 곡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네요.
어쨌든 팝 음악의 정의가 그러하니, 그 앞에 코리아의 K를 붙인 케이팝은 형식적으로 위에서 설명하는 종류의 음악을 뜻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대중적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에드 시런의 shape of you는 케이팝일까요?
많은 분들이 이건 케이팝이 아니라고 대답하실 겁니다. 한국인이 부른 노래도 아니고, 한국 회사에서 만든 노래도 아닌 데다가 실제로 국내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명백히 '해외 팝'으로 분리되어 있는 노래이기도 하니까요.
이번에는 질문의 난이도를 높여보겠습니다. '한국 회사가 만들었지만 멤버 대부분이 외국 사람이고 실제로 외국에서 활동하며 정식 한국 데뷔 앨범도 없는 아이돌'은 K-POP 아이돌일까요?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이름, '현지화 아이돌' 🌎
위에서 설명한 아이돌은 실제로 존재하고, 명칭도 정해져 있습니다. 바로 '현지화 아이돌'입니다.
현지화 아이돌이란 쉽게 말해 한국이 주 시장이 아닌 K-POP 그룹으로, 케이팝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하나의 거대한 음악 장르로 자리 잡은 이후 많은 회사와 국가에서 시도되고 있는 형태의 그룹입니다. 대부분 한국 엔터 회사가 제작하거나 한국 회사와 외국 회사의 합작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죠.

제가 기억하는 첫 현지화 그룹은 바로 EXO-M입니다. 현지화 그룹이 뭔지 긴가민가 하셨던 분들도 이 그룹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O-M은 SM 엔터에서 중국 시장을 겨냥하여 만든 아이돌이며, 실제로 멤버 중 대다수가 중국인이었죠.

JYP와 소니 뮤직이 함께 만들고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돌 'NiziU'(니쥬)나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에서 만든 '&team'(앤팀), 그리고 NCT의 마지막 서브 그룹이자 역시나 일본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NCT WISH'(엔시티 위시)도 여기에 해당합니다.
주로 활동하는 국가가 외국이고 가사도 외국어, 멤버들도 대부분 현지 출신으로 이루어져 있어 얼핏 생각하면 외국 가수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이나 노래, 퍼포먼스 등 많은 부분이 K-POP 아이돌과 크게 다를바가 없고 보통 한국에서도 정식 데뷔를 하고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에 한국의 팬들도 큰 부담감 없이 K-POP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우선 저는 현지화 그룹은 확실하게 K-POP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럼, 이들도 K-POP의 일부일까요?
한국의 엔터사 DR 뮤직 소속의 아이돌 '블랙스완'은 멤버 전원이 외국인으로 구성된 최초의 K-POP 그룹입니다. 전원이 외국인이지만, 한국 회사에서 만들었고 노래도 모두 한국어로 부르는데다가 한국 음악 방송에 출연하죠.
사실 그동안의 한국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외국인 멤버가 소속되어 있다 해도 아시아 국가 출신이거나 한국인 혼혈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블랙스완은 한국인의 피가 전혀 섞이지 않은 완.전.히 외국인 멤버로만 구성된 그룹에, 아시아 국가 출신이 아닌 멤버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어 많은 주목을 받았었습니다.
한편, 유명 일본 엔터인 에이백스와 한국 아이돌 '달마시안' 출신 재이콥스의 협업으로 제작된 그룹 'XG'는 어떨까요?
멤버들은 전원 일본인에 노래 가사는 오직 영어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K-POP 시스템으로 제작된 아이돌이라는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XG. 이들은 자신이 J-POP도, K-POP도 아닌 X-POP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고 직접 선언한바 있습니다.
그야말로 글로벌, 그 자체인 느낌이네요.
특히 XG는 국내외 K-POP 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고, 스트리밍 사이트에서도 연관 아티스트로 대부분 K-POP 아이돌이 연결되어 있는데요.
오직 K-POP에만 반응하는 제 심장이 두 그룹의 노래를 듣고 미친듯이 두근거린 것은 확실하지만, 이걸 근거로 K-POP이라 주장할 수는 없겠지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그래서 제 생각은요... ✅
저는 소위 'K-POP 정의론'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케이팝이 정말 다양한 장르를 영위하는 특징을 가진 만큼, 자신을 'K-POP'이라고 정의하다면 누구든 자유롭게 들어올 수 있는 유연함을 가져야 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단순히 몇 글자의 단어로 제가 사랑하는 K-POP을 정의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소비자인 저의 생각일 뿐, 앞으로 K-POP 시장이 계속해서 성장해나간다면 언젠가 확실한 케이팝의 정의가 절실해지는 순간이 오게 되겠지요.
그때가 되면 저보다 많이 배우고 케이팝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신 분들이 모여서 잘 정리해주시지 않을까 합니다.
그전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가 더 궁금한데요!
한국인이 한명도 없어도, 한국어 가사가 전혀 없어도, 한국에서 활동하지 않아도 우리는 어떤 노래나 아티스트를 K-POP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제가 예전에 작성했던 포스트 캡쳐로 글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저에게는 인종이나 언어, 회사같은것 보다 저 3가지 요소가 더 중요하게 느껴지네요.
여러분이 생각하는 케이팝의 정의에 대해서 댓글이나 포스트로 자유롭게 의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