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근 루틴] 나는 출근하며 읽고 퇴근하며 쓴다

작성자 씨시레코드

갓생을 부르는 직장인 통근 루틴

[통근 루틴] 나는 출근하며 읽고 퇴근하며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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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티클에서는 장거리 통근을 하는 나의 출근길 루틴에 대해 다뤘다면, 이번에는 퇴근길 루틴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퇴근길 루틴을 짤 때 중요한 것은 나의 컨디션을 짐작할 수 없다는 점이다. 회사 일이라는 게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고, 별로 바쁘지 않았더라도 일단 8시간을 회사에서 보낸 후이기 때문이다.

나의 퇴근 루틴을 소개합니다

회사에서 역으로 가는 길은 정말 버스를 타고 싶지만 극악의 배차간격 때문에 강제 20분 걷기를 하고 있다. 그 시간을 조금 더 의미있게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한 것이 팟캐스트 듣기다. 외국어로 듣지는 않고, 아이폰 팟캐스트 앱으로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콘텐츠를 찾는다. 최근에는 황선우 김하나 작가님의 여둘톡이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들었다.

첫 번째 버스를 타면 일기를 쓰는데, 길게 쓰거나 매일 쓰지는 않는다. 원래 일기를 쓰는 성격이 아니기에 퇴근시간을 활용해 써 보겠다고 결심했다. 아이폰 일기 앱을 활용해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적는다. 더불어 이런저런 메모도 한다. 콘텐츠에 대한 생각이나 블로그, 혹은 뉴닉 아티클에 쓰고 싶은 말 등을 네이버 메모나 나와의채팅방에 두서없이 적어두기도 한다. 이후 여유가 있을 때 지금처럼 정돈된 글의 형태로 풀어나가면 좋다.

그 다음으로는 또 다시 책을 읽는다. 오전에 읽은 책 내용이 좋았던 경우 마저 읽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다른 책을 읽는 것 같다. 최대한 가벼운 주제를 읽고 싶어서 에세이나 소설 등을 고른다. 휴대폰을 들 힘도 없을 정도로 피곤할 때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마지막 버스에 환승했을 때는 이미 집중력이 거의 소진된 상태다. 아까 들었던 팟캐스트를 마저 듣거나 가끔 SNS도 하는데, 이상하게도 버스에서는 책을 읽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이어서 읽는 경우가 많다.

지속 가능한 루틴을 위해 스스로와 밀당하기

이렇게 나의 출퇴근 루틴을 대략적으로 설명해 보았는데, 중요한 것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다. 매일매일 꼭 해야 하고 무조건 이루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감에 시작하기를 미루게 된다. 나 역시도 루틴을 무조건 만들어야지, 한 것이 아니라 “해 보고 안 되면 그냥 자자” 라는 생각이었다. 막상 해 보니까 그렇게 힘들지 않고 잘 맞았을 뿐이다. 힘들면 안 힘들게 할 방법을 찾으면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 힘들이고 할 수 있을까?

SNS에서 본 말인데 뇌가 습관이 되면 어느 순간 인지소모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한다. 너무 큰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보다는 내가 지금도 하고 있는 행동 안에서 조금씩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도, 출퇴근길에 종이책을 들고 다니는 것 역시 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행동이기에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어야 한다. 안 그래도 피곤한 통근길에 재미없는 것까지 추가되면 얼마나 고통스럽겠는가? 계속 읽고 싶은 책을 발견했을 때도, 나는 일부러 출근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읽곤 했다. 꼭 책이 아니더라도 퇴근길에는 자기계발, 재테크 인스타툰 (인스타툰을 원래 좋아한다)을 저장해 두고 읽기도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나 스스로를 달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한 끝에, 어떤 날은 출근길이 기다려지는(!) 때가 오기도 했다. 그리고 퇴근하면 푹 쉰다. 출퇴근길에 SNS를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많은 콘텐츠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때는 자기 전까지 마음껏 릴스나 쇼츠를 넘겨도, 무의미한 SNS 브라우징을 계속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다. 나는 이미 4시간 동안 스스로를 위해 열심히 살았기 때문에. (심지어 8시간은 일했다.)

어쩌면 내 자기계발의 욕구는 “나를 사랑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하는지도 모르겠다. 통근 루틴이 없었을 때는 릴스를 하염없이 넘기는 내 자신이 싫었다. SNS를 너무 많이 봐서 볼 것도 없다고 느껴질 때 찾아오는 현타가 싫었다. 웹툰을 보느라 어느 틈에 쿠키를 nnn개씩 소비하는 내가 싫었다.

그렇게 최소 8시간, 그 이상을 회사에서 시달리고 온 스스로를 다독이기는커녕 다그치기만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살면 안 되지 않느냐고 끝없이 묻기만 했다.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말이다.

이제는 내가 주말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든, 카톡을 몇 시간을 하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나 스스로가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루틴을 하나 정해 실천해 나가다 보면 그것을 완수했을 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뿌듯함에 내일도 그것을 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렇게 한 달, 두 달이 지나기 시작하면 루틴을 하나 만들었을 뿐인데 삶이 훨씬 생기 있어질 것이다. “나는 역시 안 돼”라는 말 대신 ‘이번엔 또 뭘 해 보지?’라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

- <딸아, 돈 공부 절대 미루지 마라>, 박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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