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일까, 예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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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뱅 클럽

기록일까, 예술일까

리
@camer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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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록일까, 예술일까?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친구들은 휴대폰을 꺼내서 "기록용!"이라고 외치며 사진을 남긴다. 하늘, 고양이, 연인, 풍경도 모두 사진을 찍어 남긴다. 글로 쓰기 성가신 일기를 사진으로 대신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보면 사진은 기록의 성격이 더 강해 보인다. 사진이 처음 탄생했을 때도 사진은 정말 기록 매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오죽하면 당대 화가들은 카메라와 사진의 발전을 두고 미술의 종말을 논하기도 했다고 한다. 옛날의 회화는 인류의 대표적 예술 문화였던 동시에 기록의 주된 수단이었는데, 아무리 도전해도 사진의 현실 재현 기술을 따라갈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결국 화가들은 점차 미술 작품에 창작자만의 관점과 철학을 부여하는 흐름으로 방향키를 바꿨다.


그런데 여기까지 읽으니 어딘가 이상하다. 창작자만의 관점과 철학을 부여하는 행위는 사진도 마찬가지니까! 그럼 사진도 예술성을 가지고 있는 걸까?


답을 알려주려고 묻는 게 아니다. 함께 생각해보자고 묻는 것이다. 현대에 이른 사진은 기록 그 이상으로 예술성까지 지니고 있다고 평가 받고 있고 사실이다. 한때 국내 SNS를 도배했던 요시고 작가의 사진전 인증샷만 봐도 사람들은 사진을 예술 문화로서도 향유하고 있고, 사진 또한 다양한 장르로 발전해왔다.

'결정적 순간'의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이 이렇게 기록과 예술 모두를 아우를 수 있게 된 건 사진만의 특이한 성질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사진은 일단 T다. 극사실주의다. 인간 기억의 모호함과 애매함을 바로 잡고, 인간 시야의 한계를 극복해 현상을 포착해낸다.

희한한 건 촬영자의 관점이나 의도에 따라 구도, 렌즈, 빛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사진은 진실과 달라지기도 가까워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사진에 예술성이 가미되는 지점이다. 여기에 촬영자가 제목까지 붙이면 사진이 보여주는 진실의 힘은 배가 된다. 그래서 사진이 주는 신뢰성과 파급력은 거대하다.

찰나의 미학, 찰나의 진실

<뱅뱅클럽>은 이렇게나 독특하고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사진 이야기를 한다. 정확히는 '사진이 보여주는 것'을 이야기한다. 기록과 예술, 감성과 진실의 타래를 엮는 사진. 찰나로 시간의 뒤안길을 펼쳐주는 사진. 그런 사진이 말해왔고 말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이 사진을 진정으로 향유한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박제된 순간에서 요동치는 인간사를 발견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