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의식의 흐름을 벗어나자
작성자 북렌즈
일잘러를 위한 문해력 처방전
[문해력] 결국은 의사소통! 의식의 흐름을 벗어나자
소설 작법 중에 '의식의 흐름 기법'이란 것이 있어요. 사건의 흐름이 아니라 인물의 의식, 내면의 목소리를 중심으로 전개하는 것입니다. 그럼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인물의 내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이 기법이 대화로 오면 또 말이 달라집니다. 상대방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대화가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도 해요.
내 의식에 충실하다보니, 자의식 과잉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요. 나에겐 당연한 의미지만, 그 말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어요.
대화 '방법의 격률'은 결국 어떻게 전달하느냐의 문제입니다. 대표적으로 명료한 의미 전달을 위해 모호한 표현을 피하는 것이 중요해요. 모호한 대화는 상대방을 긴장하게 하고,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요.
다의어, 동음이의어, 관용적 표현 등의 요소들이 여러 가지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해요. 나는 의도가 있으니 명확하지만, 듣는 사람은 헷갈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밤이 좋아..."라고 하면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먹는 밤이 좋다고 하는지, 어두운 밤이 좋다고 하는지 모르겠죠? 동음이의어인 '밤' 때문에 생기는 상황입니다. 반응도 "밤 사러 갈래?" or "밤에 데이트 갈래?" 결이 달라집니다.
또 "남편은 나보다 축구를 더 좋아해!"라고 하면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비교 대상이 '나 vs 축구'인지, '내가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 vs 남편이 축구를 좋아하는 마음'인지 말이에요. 전자라면 서운한 마음이 들 겁니다. 위로의 반응을 해줄 수 있어요. 후자라면 오히려 기쁠 수 있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상황이니까, 취미 공동체라고 할 수 있죠.
이런 것도 있어요. "아름다운 친구의 가방을 봐."라고 했을 때, 아름다운 것이 친구일까요? 가방일까요? 여기에 따라 "친구 진짜 예쁘다!", "가방 진짜 예쁘다!"와 같이 반응이 달라집니다. 수식해주는 것이 모호한 경우에는 순서를 조정할 수도 있어요. "친구의 아름다운 가방을 봐!" 바로 뒤를 수식하게 하면 깔끔합니다.
대화하다 보면 횡설수설, 중언부언하는 경우가 많아요. 농담식으로 "뇌를 거치지 않고 말해, 생각하고 말해." 식으로 이야기하는데, 이것이 다 앞에서 말한 의식의 흐름입니다.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말하다보니 주제 자체도 이리저리 튀곤 해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 삼천포로 빠지기도 합니다. A 주제로 시작하다가 B, C, D 왔다갔다 합니다. 그나마 대화 익숙한 분들은 A로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데,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많아요.
삼천포로 빠지면 그나마 다행이에요. 앞에서 했던 말을 번복하거나 모순된 이야기로 충돌하기도 합니다. 특히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나 행동과 연결된 상황에서는 "어쩌라는 것인지~" 답답할 노릇이에요. 이럴 때는 잘 알아 들어도 문제고, 못 알아 들어도 문제입니다. 화자의 잘못이니까요.
이런 상황은 화자가 능숙하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화자가 모호한 표현을 쓰거나, 논리적이지 못한 방법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하지만 대화는 상호작용입니다. 화자의 잘못을 지켜만 보면 결국 청자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아요. 화자가 미흡할수록 청자가 귀 쫑긋, 잘 듣고 바로 잡아 주어야 합니다. 방법을 살펴볼게요.
즉, 피드백을 통해 대화의 흐름을 바로 잡는 것이에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 어려울 수도 있고, 마음 상하지 않으려고 끄덕끄덕 대충 넘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벼운 일은 그렇게 해도 되지만, 중요한 일은 나중에 날벼락 맞을 수 있어요. 상대방이 오리발을 내밀 수도 있고, 적반하장으로 몰아붙일 수도 있습니다. 제대로 안 들었다고 말이죠.
예를 들어, 업무에서 자주 나오는 상사와의 대화입니다. "A가 중요하다. 어쩌구 저쩌구 ~ B를 급하게 처리해 주세요!"라고 상사가 말했을 때, 여러분은 A를 먼저 하겠나요? B를 먼저 하겠나요?, 무엇을 선택하더라도 위험합니다. A와 B를 잘못 말했을 수도 있고, 둘 사이에 생략된 내용이 있어서 의미상 공백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을 해야 해요. "아까 A가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지금 B가 더 급한 것인가요? 둘 중에 어느 것을 먼저 하면 될까요?" 확인을 받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음식점에서 주문 받고 다시 한번 확인하듯이 말이죠.
[대화 문해력 Tip]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당신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내용을 점검하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다양하게 전달해 주세요. 질문 전후에 "혹시 모르니, 한 번만 다시 확인할게요~"와 같은 쿠션어를 넣는 것도 방법입니다.
요약하면 ~ 결론은 ~ 정리하면 ~ 예를 들어 ~ 그러나 ~ 등등 다음 내용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하는 말들을 표지어라고 해요. 표지판과 같은 역할이죠. 앞에 흐름이 뒤죽박죽 엉망이라도 이 표지어에서 정신 바짝 차리면 많은 것을 건질 수 있어요. 말하는 사람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스스로 정리할 겸 표지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것을 딱 포착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이전 상사의 이야기를 해볼게요. 표지어를 자주 사용하는 언어 습관이 있는 분이었어요. 이런 저런 뉴스 이야기도 하고 ~ 가정사 이야기도 하다가 ~ 성경책 비유도 들었다가 ~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은", "정리하면", "각설하고~"라는 표지어와 함께 본격적인 업무 지시나 지침을 전달했습니다. 이 언어습관을 아는 직원들은 앞에는 가볍게 듣다가, 표지어만 나오면 노트에 메모했어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도 있답니다.
[대화 문해력 Tip] 그나마 표지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말하면서 '생각'을 하고 '의도'가 있는 분들입니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자유로운 대화를 구사하는 분들이에요. 우선 언어 습관을 잘 관찰해서, 강조할 때 어떤 방법을 쓰는지 찾으세요. 갑자기 말이 빨라진다거나, 소리가 커진다거나, 헛기침을 한다거나, 시계를 본다거나 다양한 습관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것도 다 비언어적, 반언어적 표현이니까요.
위와 같은 맥락인데 조금 더 세부적으로 파고듭니다. 대명사는 앞에 나왔던 명사를 대신 가리키는 품사예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맥락적 의미를 전제로 합니다. 앞에서 반복되었거나, 서로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간단히 대신 나타내요. 이 대명사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칭 대명사와 사람이나 사물을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로 나눌 수 있어요. 우리, 너, 너희, 그, 그녀 등이 사람을 가리킨다면, 이것, 저것, 그것, 여기, 저기, 거기 등이 나머지 여러 가지를 가리킵니다. 이런 요소들이 나왔을 때, 모호한 의미로 분산될 수 있으니 귀를 쫑긋하고 집중해야 합니다. 그들의 의식 속에 있는 그것이 내 의식 속에는 없을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어, "이과장, 오늘 점심은 더운데 시원한 그 냉면 집으로 가자구!", "아, 새로 생긴 평양 냉면집으로 갈까요?", "아니, 그 비빔 냉면 맛있는 집 있잖아!", "아, 그 2층짜리 고깃집, 거기 맛있죠!?", "아니, 그 골목길 들어가면 허름한 그 집 있잖아!", "아, 그 떡깔비 서비스로 주는 그 집이군요?", "아니, 떡갈비는 무슨! 왕만두랑 같이 먹었잖아!", "아!...혹시 이름이...?"
[대화 문해력 Tip] 대명사의 정체를 계속 확인해야 합니다. 위의 상황을 배달로 생각해 보세요. '그 집'을 확인하지 않고 평양 냉면을 시켰다면 일이 더 커집니다. 주변에 단서를 최대한 활용해서 미끼가 되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는 방법도 있어요. 그것은 화자에 따라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러모로 꼭 확인해야, 큰 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