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싯다르타> 올해를 돌아보며,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
작성자 책콩
벽돌책 대신 읽어드립니다
<싯다르타> 올해를 돌아보며,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지금 인생의 어느 지점에 서 있을까요?
이곳이 끝일지, 시작일지, 아니면 그 중간 어디쯤일지 가늠하기는 참 어려워요. 그렇게 바쁘게 앞만 보고 달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죠.
‘나는 어디에서 왔지?’
‘무엇을 하고 어디로 가고 있었지?’
우린 이럴 때일수록 잠깐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거나 내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는 것이 더 중요해요. 『싯다르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지금 내가 인생에 어디쯤 서 있는지,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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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이 벌써 막바지에 다다랐어요. 다음 해를 준비하기 전에, 잠깐 멈춰서 『싯다르타』와 함께 올해를 되돌아보는 건 어떨까요?
📖 이 책, 한눈에 보기
#독서
📌 어떤 책일까?
헤르만 헤세는 우리에게는 『데미안』으로 익숙하고, 『유리알 유희』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예요. 독일 태생인 헤세는 우리의 자아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철학적 고민을 작품에 꾸준히 녹여냈어요.
『싯다르타』는 동양의 철학과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한 소설이에요.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흔히 석가모니로 알고 있는 ‘싯다르타 고타마’를 두 사람으로 나누어 주인공 ‘싯다르타’와 깨달음을 얻은 붓다인 ‘고타마’로 표현했다는 거에요. 즉, 소설 속 싯다르타는 석가모니와는 완전히 다른 동명이인이라고 이해하면 돼요.
그렇기에 실제 싯다르타 고타마의 실제 삶이 아닌 헤세가 새롭게 해석한 소설이에요. 불교의 교리와 크게 떨어져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종교 소설보다는 문학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어요.
📌 책 내용은 무엇일까?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구성되어, 주인공 싯다르타의 시점으로 어린 시절부터 노년기까지의 전 생애를 담고 있는 일대기라고 할 수 있어요. 1부에서의 싯다르타의 고민, 번뇌, 삶과 종교에 대한 물음은 2부에서 싯다르타의 체험을 통해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어져요.
브라만 계급의 총명한 청년 싯다르타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출가하여 사문이 됩니다. 절친 고빈다와 함께 고행을 시작하여, 고타마 붓다를 만난 후에도 그는 직접 체험을 통해 배움을 얻기로 결심하죠. 그 후, 기생 카밀라를 만나 육체적 쾌락과 부를 좇지만, 세속적 삶에 회의를 느끼고 원래의 길로 돌아갑니다. 마지막으로 바수데바라는 뱃사공과 지내며, 강을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 주요 내용 정리
#철학
📌 체험에서 오는 배움
정보가 넘쳐나는 분초 사회에서 우리는 유튜브, 책, SNS 등에서 쉽게 지식을 섭취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얻은 것들이 정말 배움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백문이 불여일견이요, 백견이 불여일각이며, 백각이 불여일행”
이라는 말이 있죠. 간단하게는,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깊은 배움을 준다는 뜻이에요.
싯다르타는 처음엔 가르침을 통해서 자신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말로 전달되는 지식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스스로 체험해 보는 것이 배움이라고 해요.
또한 정신적인 삶을 버리고 세속적인 삶에서 배운 체험들이 의미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요. 정신적인 세계에서 브라만의 아들, 사문이였던 싯다르타도, 세속적, 육체적 세계에서의 쾌락과 구토감을 느낄 정도의 바닥을 체험한 싯다르타도 모두 싯다르타임을 깨닫게 돼요.
📌 싯다르타의 깨달음: 단일성
개인의 주체성이 강조된 시대, ‘자아’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습니다. 우리는 자신만의 ‘자아’를 찾아야 하고, 이를 개척해야만 잘 살고 있다고 평가받죠. 하지만 ‘자아’란 무엇인가요? 정말 자아를 깨닫지 못하면 잘 살지 못하는 걸까요?
싯다르타는 세상의 ’단일성‘을 통해 이 답을 제시하고 있어요. 이는 인간의 가치 판단을 통해 선과 악을 구분하고 있으나, 결국 나와 세상 만물은 세계를 구성하는 하나의 동등한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모든 사물이 하나의 완전한 세계를 구성함을 깨닫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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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단일성을 깨닫고 느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싯다르타는 자아의 죽음, 체험을 통한 배움,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 시간의 동시성 이라는 네 가지를 통해 ‘단일성’을 깨닫게 돼요.
🌿 첫 번째, 자아의 죽음
“이제 싯다르타는 왜 그가 브라만으로서, 참회자로서, 자아와 헛되이 싸워왔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너무나 많은 지식, 너무나 많은 성구(聲區), 너무나 많은 제사의 규범, 너무나 지나친 금욕, 너무나 지나친 실천과 노력이 자아를 죽이는데 방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번뇌하는 까닭은 자아를 깨달아야 한다는 것에 치중한 나머지 이외의 것들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목표만 좇다 보니 그 주위에 중요한 것들을 돌아보지 못하는 거예요.
🌿 두 번째, 체험을 통한 배움
직접 체험하는 것은 가르침을 받는 것보다 더 깊은 깨달음을 줍니다.
🌿 세 번째,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는 것
“내가 이 돌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것은 언젠가 이 돌이 이런 또는 저런 물건이 될 가능성을 가졌기 때문이 아니라 돌은 태초부터 영구히 그 모든 것이기 때문이라고. 그리고 돌은 돌이며 이 날이 시간 돌로서 내 눈에 비친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나는 돌을 사랑하네.”
싯다르타는 고타마를 만난 이후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법‘을 깨닫게 돼요. 이후 각성을 통해 여정을 떠나면서 싯다르타는 이제껏 보던 자연이 새롭게 보이기 시작해요.
🌿 네 번째, 시간의 동시성
”강은 도처에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 (중략) 어디에든 동시에 있다는 것, 그리고 강에는 오로지 현재가 있을 뿐이라는 것, 과거의 그림자도, 미래의 그림자도 없다는 것, 그런 것이 아닙니까?“
시간의 개념에 사로잡히면,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 현재는 인과의 굴레에 갇히게 돼요. 과거에 얽매이면 현재를 온전히 긍정할 수 없고, 미래만 생각하면 불안에 휩싸여 현재를 희생하게 되죠. 하지만 결국 과거와 미래 또한 현재의 일부입니다. 인과에 사로잡힌다면, 지금 현재의 소중한 순간을 놓치게 될 거예요.
📖 깊이 있는 생각들
#생각
📌 세상과 나를 사랑하기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건 참 어려운 일 같아요. 나 스스로 인정하기도 싫은 나의 못난 모습도 나의 일부분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를 잘 아는 건 참 중요해요.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과의 현재 내 모습과의 괴리감이 크면 클수록 우리는 쉽게 무너지고 말거든요. 하지만 나를 잘 알고, 나의 못난 모습이 내 전부가 아닌 나의 일부분이며 이 모습이 있기 때문에 결국 ‘나’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비로소 우리는 스스로를 사랑할 수 있어요.
“내가 보기에는 사랑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심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네. (중략) 내게 유일한 관심사는 세계를 사랑하는 것, 세계를 경멸하지 않는 것, 세계와 나를 미워하지 않고, 세계와 나, 그리고 모든 존재를 사랑과 경탄과 경외의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라네.”
세상도 똑같이 이루어져요. 싯다르타의 사랑은 모든 존재를 가능성으로서 사랑하는 것이에요. 세상 만물은 각각의 삶의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이 모든 것의 ‘단일성’을 통해 하나의 세상을 이루고 있어요.
그게 비록 육체적 쾌락과 돈, 사람들의 가치판단으로 나눈 선과 악 일지라도 모두 세상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임을 인정해요. 따라서 모든 것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이유가 존중받아 하나의 가능성으로 남게 돼요. 이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말로, 싯다르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랑’이에요.
📖 끝으로 드리는 단상
수많은 선택의 문이 열려 있는 지금, 매 순간 우리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주어져요. 이런 시대에 ‘나’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기란 결코 쉽지 않아요. 자칫하면 혼란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잃어버리기 쉽죠.
그렇기에 『싯다르타』는 큰 의미를 가집니다. 이 작품은 나와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지하고, 단일성으로 향하는 여정을 잘 보여주고 있어요. 이런 사상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나의 중심을 바로 잡고 우뚝 설 수 있게 도움을 줄 거예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감명 깊게 읽었던 저에게, 올해 우연히 접한 『싯다르타』는 또 다른 울림을 주었어요. 왜 이제서야 이 책을 읽었을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 큰 의미가 되었습니다. 올해 가장 마음에 닿는 책이 될 것 같아요.
뉴니커들은 어땠나요? 댓글로 떠오른 생각들을 여가 없이 나눠주세요.
긴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새로운 아티클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