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노벨문학상 한강,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채식주의자> 노벨문학상 한강,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작성자 책콩

벽돌책 대신 읽어드립니다

<채식주의자> 노벨문학상 한강,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책콩
책콩
@bookbean
읽음 2,114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뉴니커는 일상 속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에 의문을 가져본 적이 있나요?

왜 우리는 육식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혹은 왜 다른 방식의 삶을 틀리다고 생각하는지 말이에요. 이와 같은 사회적 관습이 누군가에게는 폭력이 되는건 아닐지 생각해 본 적이 있나요?

“손목은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아픈 건 가슴이야. 뭔가가 명치에 걸려있어. 그게 뭔지 몰라. 언제나 그게 거기 멈춰 있어. 이젠 브래지어를 하지 않아도 덩어리가 느껴져. 아무리 길게 숨을 내쉬어도 가슴이 시원하지 않아.”

한강 작가는 <채식주의자>를 통해 일상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스며든 폭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이 소설은 육식을 거부하는 주인공 ‘영혜’의 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관습적 폭력을 성찰하게 만들어요.

“인간이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관습들은 왜 강제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소설 속에서 반복적으로 물음표를 던지고, 독자들에게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심코 저지르는 폭력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해요.


📖 이 책, 한눈에 보기

#작가 #독서

📌 한강, 어떤 작가일까?

출처: The Nobel Price © Photo: Paik Dahuim.
  • 1993년 <문학과 사회>에 <서울의 겨울> 외 네 편을 통해 시인으로 먼저 등단 했어요.

  • 2016년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국제상’과 최근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3대 문학상 중 2개의 상을 받았어요.

* 세계 3대 문학상? 영국의 ‘맨부커 국제상’, 스웨덴의 ‘노벨 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을 뜻해요.

📌 어떤 책일까?

출처: 출판사 창비
  • 3편의 단편 소설이 하나로 묶어진 연작 소설이에요. <채식주의자>는 2004년도 ‘창작과 비평’에, <몽고반점>은 2004년도 ‘문학과 사회’에, <나무불꽃>은 2005년 ‘문학 판’에 수록되어 있어요.

  • 2016년 한국인 중에서 최초로 ‘맨 부커 국제상’을 받으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은 작품이에요.

  • 소설을 원작으로 개봉한 영화도 있어요. 노벨 문학상을 기념해서 2024년 10월 17일 CGV에서 재개봉한다고 해요.

📌 책 내용은 무엇일까?

  • 일상 속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폭력의 양상을 주인공 ‘영혜’의 ‘육식을 거부’하는 채식주의자의 형태로 가시화하여, 누구든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에요. 기괴하고도 서정적인 서술로 짜인 특징적인 방식을 택했어요.

  •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가지의 장으로 이루어져, 각각 다른 화자가 ‘영혜’를 관찰하는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어요.

  •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소환된 남자의 일인칭 시점으로, 평범해서 결혼했던 아내가 어느 날 갑자기 육식 거부를 선언 후 일상에 균열이 찾아오며 시작돼요. 같은 일을 중심으로 <몽고반점>에서는 영혜 동생 남편(형부)의 시선, <나무불꽃>에서는 영혜의 동생 시선으로 정작 주인공 영혜는 계속 관찰되며 대상자로 남아요. 그런 우리는 영혜를 보며 그 내면을 추측할 수밖에 없어요. 영혜는 과연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요?


📖 주요 내용 정리

#철학

📌 채식주의자의 상징적 의미

  • 소설 속 영혜의 채식은 단순한 음식 선택이 아니라, 폭력과 억압에 대한 거부를 상징해요. 그녀는 ‘육식을 거부’함으로써 당연시되는 폭력과 사회적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려고 합니다. 사회적 규범, 관습 역시 영혜에게는 폭력의 일종이에요.

  • 남편에 의해 아내 영혜는 의도적으로 아주 평범한 사람으로 묘사되는데 모두가 영혜가 될 수 있듯이,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행해지는 폭력에 대한 의문점을 제시해요.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 ‘젖가슴’은 이런 ‘육식’과 대척점에 있는 채식을 상징하는 또 다른 수단이에요. 그 어떤 것도 해치지 않는 ‘비폭력적‘인 상징으로 등장해요. 이 상징을 통해 작가는 인간의 폭력성과 그 저편에 있는 평화로운 선택에 대해 생각하게 합니다.

📌 세 화자의 시선을 통한 ‘육식’에 대한 자세

  • <채식주의자> 남편/아버지: 영혜에게 가부장제의 폭력 즉, 동물적인 폭력성의 가해자로서 서술돼요.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일어나는 폭력을 끊임없이 가하는 인물입니다.

  • <몽고반점> 형부: 영혜를 두 가지 욕망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처제임에도 불구하고 범하고 싶다는 추악한 성적 욕망과 새롭고 강렬한 작품을 창조하고 싶다는 예술적 욕망이죠.

  • <나무불꽃> 동생(인혜): 가장 현시대 사람들과 닮아 있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회적 관념과 폭력에 지쳐 이제는 반항할 힘도 없어 그저 견디며 버티고 있는 것이 차악인 삶.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인물이에요.

각 화자는 영혜를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거나 해석하지만, 모두 영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억압하거나 대상화합니다.

이들의 시선을 통해 소설은 폭력의 다양한 양상을 탐구하며, 독자에게도 자신의 시선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요.

📖 깊이 있는 생각들

#생각

📌 우리는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할까?

“ 어두운 숲이었어. 아무도 없었어. 뾰쭉한 잎이 돋은 나무들을 헤치느라고 얼굴에, 팔에 상처가 났어. 분명 일행과 함께였던 것 같은데, 혼자 길을 잃었나봐. 무서웠어. 추웠어. (중략)

갑자기 숲이 환해지고, 봄날의 나무들이 초록빛으로 우거졌어. 어린아이들이 우글거리고, 맛있는 냄새가 났어. 수많은 가족들이 소풍 중이었어. 그 광경은, 말할 수 없이 찬란했어. 시냇물이 소리내서 흐르고, 그 곁으로 돗자리를 깔고 앉은 사람들, 김밥을 먹는 사람들. 한편에선 고기를 굽고, 노랫소리, 즐거운 웃음소리가 쟁쟁했어.

하지만 난 무서웠어.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아무도 날 보지 못한 사이 나무 뒤에 웅크려 숨었어.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영혜는 육식을 거부한 뒤로 계속 모든 시선, 목소리, 영혜를 이해하든 하지않든 그런 모든 시도로부터 계속 도망가고 미끄러져 내려갑니다. 심지어 자기 몸으로 부터도요. 소설 속에 등장하는 세 명의 화자 또한, 영혜를 끝끝내 쥐어내지 못하죠.

<채식주의자>는 폭력에 대해 택할 수 있는 인간의 여러 가지 자세가 묘사되어 있어요. 하지만, 이 소설은 대답이 아닌 질문을 던져주고 있어요. 우리가 영혜처럼 식물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인혜처럼 견디며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말해주고 있어요.

이런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지금도 살아가고, 포기하고, 견뎌내고 있다고, 혹은 그게 나 자신일지도 모른다고.


📖 끝으로 드리는 단상

자연스럽게 일상 속에 녹아있던 폭력이 오늘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를 읽으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마음이 불편해서 덮을까 고민한 순간도 꽤 있었어요.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불편한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지며, 독자에게 그 질문 속에서 머물러보라고 권유해요.

뉴니커들도 아티클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이런 불편한 질문과 생각들에 한 번쯤 머물러 보는 건 어떨까요?

댓글로 떠오른 생각들을 여가 없이 나눠주세요!

긴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 주 새로운 아티클로 만나요!

여객기 참사 희생자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