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꿈을 좇다, 현실을 버리다.
작성자 책콩
벽돌책 대신 읽어드립니다
<달과 6펜스> 꿈을 좇다, 현실을 버리다.
우리는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 충동과 ‘만약 다른 삶을 살았다면?’라는 생각을 하며 또 다른 삶에 대한 욕망을 가진 채 살아갑니다. 무의식중에 계속 꿈꾸고 있지만 실상은 현실에 부딪히기 마련이죠.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이상(理想)‘이라고 부릅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는 필연적인 괴리감이 존재하고, 현실에 타협할수록 그 간극은 더 커져만 갑니다.
뉴니커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해 본 적 있나요?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부인을 버렸단 말입니까?」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소.」 나는 한참 동안 그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자가 돌아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p. 73)
우리는 끊임없이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갑니다. 어떤 사람은 꿈을 접고 현실에 적응하고, 또 어떤 사람은 현실을 견디며 이상을 쫓습니다. 정답은 없지만, 모두가 선택이 틀릴까 두려워하죠.
하지만 모든 것을 버리고 자신의 이상을 좇아 나아가는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요? 아마 짐작하는 것 그 이상으로 큰 용기가 필요할 겁니다.
바로 그런 용기를 지닌 인물이 <달과 6펜스>의 주인공, ‘찰스 스트릭랜드’입니다. 그는 현실을 등지고 꿈만을 좇았던 인물로, 그 삶은 프랑스 화가 폴 고갱을 모티브로 삼아 그려졌습니다.
이 위대한 화가 폴 고갱의 생애를 중심으로, 이번 아티클에서 각자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나는 무엇이 중요한가?‘를 함께 고민해 보면 좋겠어요.
#독서
📖 이 책, 한눈에 보기
📌 어떤 책일까?
아주 오랜 시간 사랑받는 고전 문학이에요.
달과 6펜스는 프랑스 작가 <서머싯 몸>의 대표작으로서,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이듬해인 1919년에 출판되었어요.
프랑스의 후기 인상파 화가 폴 고갱(Paul Gauguin)을 모델로 한 소설로 유명해요.
📌 책 내용은 무엇일까?
화자인 서머싯 몸이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인물의 삶을 일종의 전기식으로 서술한 책이에요.
증권가 브로커로서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던 한 남자가, 단 하루 만에 아내와 자식을 모두 버리고 화가가 되기 위해 떠나면서 시작돼요.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이외의 현실적인 것들은 모두 버리고 살아갑니다. 그러던 중 타히티라는 한 섬에 우연히 머물게 되며 깊은 숲속에 자리를 잡지만, 결국 문둥병에 걸려 장님이 된 채로 집 안 벽에 역작을 완성하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찰스 스트릭랜드는 실제 폴 고갱의 삶과 유사한 점도 있으나, 책에 서술된 내용은 조금 더 극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는 고갱의 예술적 낭만적인 모습을 극대화 하기 위한 저자의 장치라고 볼 수 있어요.
#철학 #예술
📖 주요 내용 정리
📌 달과 6펜스의 의미
<달>과 <6펜스>는 모두 동그란 모양에 은빛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지만, 각각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서로 다른 가치를 뜻하고 있어요. <달>은 이상 혹은 꿈으로서 근본적인 감성에 대한 가치를 추구하는 삶과 원시에의 갈망을 지향한다면, <6펜스>는 ’현실‘ 혹은 ’물질‘로서 세속적인 가치와 현 사회의 병폐적인 모순들로 대조되는 위치에 서 있어요.
폴 고갱으로 나오는 찰스 스트릭랜드는 <달>을 좇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어요. 스트릭랜드의 <달>은 아름다움, 예술에 대한 광기로 해석이 돼요.
왜 6펜스일까요? 5펜스나 10펜스도 아니고… 왜 하필? 사실 그 시대를 이해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데요. 그 시대 영국에서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었던 은화 값이라서 그렇다고 합니다. 1910년대 영국에서는 12진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6펜스가 딱 떨어지는 단위였던 거죠.
📌 폴 고갱, 예술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화가
찰스 스트릭랜드의 모델이 된 폴 고갱은, 빈센트 반 고흐, 폴 세잔과 함께 20세기 현대미술에 큰 영향을 미친 작가로 꼽히고 있어요. 고갱은 사후 파리에서 앙브루아즈 볼라르라는 아트딜러의 두 번의 유작전을 통해 죽고 나서야 명성을 얻게 되었어요.
대표 작품은?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고갱이 사랑했던 섬인 타히티섬이 배경이 되는 ’타히티의 여인들‘이 있어요. 현재 이 그림은 프랑스 파리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해요. 그림 속에 분홍색 원피스를 입은 소녀는 고갱이 타히티에서 2년간 머물 당시 결혼하고 아이까지 낳았던 테하마나(Tehaamana)라고 해요.
종합주의 화가? 19세기 말에 프랑스에서 나타난 기억과 상상에 따라 작업하던 미술의 한 경향을 뜻해요. 고갱이 개최한 ‘인상주의 및 종합주의’라는 전시회명에서 비롯되었어요.
빈센트 반 고흐와의 관계? 고흐의 동생 테오 반 고흐가 고갱의 작품을 구매해 자신의 사무실에 걸게 되면서 고갱과 고흐는 친분을 맺게 되었다고 해요. 이를 계기로 같이 작업실을 쓰기도 했으며, 고흐가 고갱을 그린 작품도 있어요.
#생각
📖 깊이 있는 생각들
📌 달을 택한 삶은 어떤 모습일까?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오.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 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 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p.75)
한번쯤,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달’에 닿기 위해 열정적으로 손을 뻗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고는 합니다. 하지만 각자 좇는 이상이 있더라도 스트릭랜드처럼 모든 걸 다 버리고 한순간 떠나버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죠. 말 그대로 ’이상‘이니까요. 현실의 벽은 그만큼 높고 그 앞에 서 있는 나를 자꾸만 작아지게 만드는 것 같아요.
우리는 어쩌면 달빛이 너무 눈부셔서 고개를 떨구다, 바닥에 떨어진 6펜스만 줍는 사람이 되어 버린 걸지도 몰라요.
📌 그렇다면 6펜스를 선택하는 삶은 잘못된 걸까?
“자기가 바라는 일을 한다는 것, 자기가 좋아하는 조건에서 마음 편히 산다는 것, 그것이 인생을 망치는 일일까? (중략) 그것은 인생에 부여하는 의미, 사회로부터 받아들이는 요구,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p.259)
이 책에는 <6펜스>의 세계에 대한 냉소와 이 삶에 대한 병폐적인 욕망에 매몰된 현시대 사람들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과연 비판받아야 마땅할까요? 달을 좇는 데에 지쳐, 현실에 타협하고 세상이 원하는 삶에 맞춰 나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이것 또한 생각해 보아야 할 숙제인 것 같습니다.
그것이 성공 혹은 만족과 관련이 있는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잠깐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면 좋겠어요.
📖 끝으로 드리는 단상
저는 굳이 나누자면 <6펜스>의 삶과 가까운 사람입니다. 물론 그 차이가 51대 49 일지라도요. 하지만, 저는 이 삶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달로 가는 길에 6펜스를 줍는 사람이거든요.
찰스 스트릭랜드처럼 극단적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이상’을 좇는 삶도 대단하고 멋지지만, 각자의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 결국 가장 큰 ‘이상’이 아닐까 합니다.
댓글로 생각을 나눠주세요!
마지막으로, 이 아티클을 통해 ‘달과 6펜스’에 담긴 철학과 폴 고갱의 예술, 그리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의 짧은 고뇌를 함께 느낄 수 있었기를 바랍니다.
긴 글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주 새로운 아티클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