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공채 사회에서 스스로 서다: 수잔ㅣ월간 아젠다워커
작성자 아르케
월간 아젠다워커
⛳️제도권 공채 사회에서 스스로 서다: 수잔ㅣ월간 아젠다워커
아르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름/별명 옆에 수식어를 한두 개씩 적을 수 있다. 처음 수잔의 이름 옆에는 'PD 지망생'이 붙어 있었는데, 언젠가 사라졌다. 지금은 '갸웃하는 사람'이라는 별칭이 적혀있다. 친구들과 함께 만들고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슬래시'를 말하는 거다.
그가 아르케에 가입하며 'PD 지망생'이라고 스스로 불렀을 때부터, 올해 열린 웰컴데이에서 '슬래시 PD'로 자기소개를 하기까지 약 일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서울에 홀로 올라와 PD를 준비하다가, 공채에 뽑히지 않았음에도 스스로를 'PD'라고 부르게 되기까지는 그보다 더 긴 여정이 있었다.
'여정'. 수잔에게 이 과정은 분명 여행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장기 여행을 떠나며 길 위에서 배운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는 길도 여행으로 만든다. 여전히 여행 중인 수잔은 제도권 공채 사회에서 어떻게 스스로 'PD'로 설 수 있었을까?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엇을 알게 되었을까?
🎬'PD 지망생'의 이야기
고은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혹시 앞에 올라간 인터뷰 보셨어요? 유랑 님하고 하무 님, 무수 님이요.
수잔 네, 멋있다고 생각했고 좋아하는 분들 이야기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인터뷰하는 게 너무 떨렸어요.
고은 어머, 그러셨군요. 수잔 님이 PD를 준비하신다는 걸 아르케 소개방(아르케 온라인 커뮤니티 내 채널 중 하나로, 자유롭게 일과 활동, 그리고 스스로에 대해 소개하는 채널이다. 본격적인 커뮤니티 활동에 앞서 소개글을 먼저 나누는 것을 약속으로 삼고 있다.)에서 봤어요.
수잔 서울 올라와서 혼자 살면서 준비하고 있어요. 자취하면 되게 좋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외로웠어요. 집 가면 말할 사람 없는 것도 그렇고, 내가 정말 나를 보살펴야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고은 본격적으로 PD를 준비해 보니 어떠세요?
수잔 요즘은 저널리즘 스쿨을 다니고 있어요. 해외에는 이런 곳이 많대요. 한국처럼 공채 전형으로 시험 쳐서 뽑는 게 아니라 저널리즘 스쿨에서 기사 쓰고 취재하는 영상 찍고, 그 경력으로 인턴이 된다고요. 소속보다 진실을 잘 전달하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가 새로웠죠.
작년에 처음 수업을 들을 때는 진짜, 많이 좋았어요. 물론 한국은 여전히 채용 과정을 거쳐야 기자/PD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서 채용 과정에 필요한 도움도 받고 있어요. 그럼에도 다양한 기회를 주시려고 해요.
저는 사람들 옆에서 배우고 싶었고, 미숙하더라도 나한테 기회를 주는 곳이 필요했거든요. 영상 계속 만들어보게 하고, 그걸 현직 PD님과 친구들이 봐줬어요. 작년 하반기에는 학교 자체 유튜브 채널이 생겨서 PD 지망생들이 영상을 만들어서 올리기도 했고요.
고은 요즘 방송국은 다 유튜브가 있어서 상관이 없으려나요? 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이 느끼기에 방송국과 유튜브는 결이 조금 다르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수잔 맞아요. 방송국이나 유튜브나 사람들이 재밌게 보고 공감할 만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본질은 비슷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누구나 PD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지망생 입장에서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것 같아요. 방송국 PD는 팀원, 회사, 투자자 등 계속 상대를 바꿔가면서 설득해야 하기 때문에 작문과 TV 프로그램 기획안 시험이 필수로 들어가요. 글쓰기 연습도 많이 필요하죠.
고은 방송국 PD가 직접 편집하기도 하지만, 그보다 기획하는 게 더 먼저일 수 있겠네요
수잔 그런 것 같아요. 기술은 회사마다 프로그램 종류나 스타일이 다르고, 그건 가르치면 되니까요.
고은 방송 프로그램을 기획해 보는 일은 어떠셨어요?
수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제를 재밌는 기획으로 만드는 게 어려웠어요. 나만 의미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되잖아요. 게다가 회사에 들어가려고 쓰는 기획안이니까, 회사 맞춤형으로 쓰는 과정에 더 혼란을 느꼈던 것 같아요. 20대 신입에게 기대하는 기획안은 뭘까, 하면서요.
고은 얘기를 듣다 보니 PD가 하는 일이 우리 세대에게 그리 낯선 작업은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저도 그렇고 제 주위에도 영상을 기획부터 시작해서 편집까지 해본 친구들이 있거든요. 수잔 님은 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 하셨나요?
수잔 그렇게 생각한 건 2021년쯤이라 얼마 되진 않았는데요. 제가 여행하는 대안학교를 다녔거든요. 그때 친구, 선생님과 소통하는 것도 좋았고, 나가서 사람을 만나는 것도 재밌었어요. 무언가 기획해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앞으로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계속 가지고 있었죠.
🧳여전히 여행 중인 사람
고은 여행학교를 다녔던 경험이 사람을 만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의 기반이 되었을까요?
수잔 제가 10대 때 어디 한 군데 정착했던 적이 없어요. 대안학교도 단기로 가고, 여행 학교 1년짜리 가고, 인문학 수업 들으러 가고 그랬거든요. 어디를 가든지 사람을 만나야 배울 수 있었어요.
초등학생 때 인도여행을 다녀온 어린이 작가님이 쓴 여행기를 재밌게 봤는데, 부모님이 "인도 갈래?" 하셔서 "재밌겠다" 했죠. 뭣 모를 때, 초등학생 끝자락에 갔기 때문에 낯선 걸 경험하는 데 두려움이 없을 수 있었어요. 이후에 일반 고등학교 잠깐 들어갔다가 나와서 17살에 여행학교를 1년 또 다녔어요.
19살에는 가족 일로 중국에 같이 넘어가게 됐는데요. 17살에 여행학교에서 만났던 선생님이 제가 중국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좋다, 그럼 너 나랑 같이 캠프 해볼래?" 해서 중국에서 열린 청소년 여행 프로그램에 보조교사로 참여했죠.
고은 사실 저는 외부 자극에 취약한 편이라 그런지 여행을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거든요. 수잔 님은 여행이 어떠세요?
수잔 나가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 거리낌이 없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밖에서 노는 거 좋아하고 계속 나가자고 하는 아이였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을 통해 모르던 걸 알게 되는 게 너무 좋아요. 평소에 보지 않았던 걸 보고, 먹지 않았던 걸 먹고, 현지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다른 시각을 느끼는 게 재밌어요. 만날 때마다 배우는 게 있고, 간접 경험을 하게 되는 게 있고, 그게 소화가 되면 내가 변화하니까요.
그러고 나면 나눌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들과 말을 많이 할 수 있겠다, 하죠. 모르는 게 많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을 때 제일 울적한 것 같아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도 하니까요. 일상에서도 새로운 이야기를 들으면 꼭 다시 한번 정리를 해봐요. '다음에 어떤 이슈가 나오면 이 이야기 해야지' 기억해 놓죠.
고은 일상에서도 여행하듯이 사시는 것 같아요!
고은 여행에 대한 경험과 생각이 PD로서 작업할 때 도움이 되기도 하나요?
수잔 새로운 경험을 할 때 거리낌이 없고, 사람 만나는 걸 즐거워하는 것도 중요한 PD의 자질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요. 저는 이거에 거리낌이 없는데,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제 역할이 현장에서 중요하겠구나 싶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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