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에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 노조 지부장:호두ㅣ월간아젠다워커
작성자 아르케
월간 아젠다워커
💡철학에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믿는 노조 지부장:호두ㅣ월간아젠다워커


아르케에서는 스스로를 '아젠다워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모두 환영한다. 그래서인지, 어디서 쉽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호두도 그런 사람 중 하나다. 그는 동양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이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의 지부장이다.
철학은 세상과 조금 동떨어진 이야기를 할 것 같고, 노동조합은 구체적인 세상에만 관심을 가질 것 같다. 그런데 호두는 이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해내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는 대학원생노동조합 활동을 하면서도 대학원생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놓지 않는다. 동양철학 공부를 하면서는 시대적인 과제를 직접적으로 만나려고 한다. 철학적으로 노조활동을 하고, (긍정적인 의미로) 세속적인 동양철학을 시도한다.
지금 그는 노조활동으로 바쁘다. 몇 년간 노조는 비대위 체제였다. 호두는 오랜만에 선거로 뽑힌 지부장이고, 아직 과업이 많이 남은 노조의 명맥을 잇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의 임기는 내년 상반기에 끝난다. 내년에 호두의 동양철학 클럽이 열리기를 함께 기다려 보자.

📚북한학에서 동양철학으로
고은 대학생 때도 동양철학을 전공하셨어요?
호두 학부는 북한학을 공부했어요. 재밌어 보이더라고요. 어렸을 때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이 강렬하기도 했고요. 어떻게 하면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어요. 그런데 북한학은 응용 학문이더라고요. 정치, 경제, 사회를 다 공부해요. 제가 사회학 베이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경제학 베이스가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철학을 복수 전공했죠. 원래는 정치 철학을 하고 싶었거든요.
고은 그런데 어쩌다가 철학, 그중에서도 동양철학 쪽으로 전공을 틀게 되셨어요?
호두 수업을 듣다 보니까 철학이 더 잘 맞는 것 같았어요. 서양철학은 잘 안 맞았고 잘 못했어요. 많이 혼났고요. 언어철학에서 많이 느꼈는데, 서양철학은 일단 다 쪼개고 보더라고요. 분해한 뒤에 정의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데, 그게 우리의 현실과 어떤 관련이 있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동양철학은 윤리나 실천 문제가 항상 붙어있잖아요. 그런 게 매력적으로 느껴졌죠.
고은 동양철학 할 때는 덜 혼나셨어요? (웃음)
호두 동양철학은 듣는 학생 수가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다녔어요. (웃음) 서양철학을 하려면 영어나 독일어를 해야 되는데, 그것도 하고 싶지 않았고요.
고은 동양철학에는 한자가 있잖아요.
호두 그래서 고생을 되게 많이 했어요. 지금도 고생 중이기는 한데요. 한자를 싫어하거든요.
고은 그럼에도 동양철학 대학원에 가셨다니, 되게 큰 결심을 하고 가신 거였겠어요.
호두 처음에 집에 얘기를 못 했어요. 철학으로 먹고살겠다는 얘기를 도저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때는 북한학으로 대학원 갔다 그랬죠. 동양철학으로 취업하기가 쉽지 않아요. 대학에 철학과가 많이 없고요. 동양철학 자리는 더 없어요. 대중적으로 수요는 있는 것 같은데, 대학에서는 니즈가 없어요. 대학 시장에서는 거의 처참한 수준이죠.
그래서 강사 자리가 없고요. 학교에 장학금 체계가 잘 되어 있다거나, 국가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주변에 공부를 그만둔 박사 선배들이 너무 많아요. 아르바이트 병행하는 사람도 너무 많고요. 제가 이번 달에 논문 두 편을 게재했는데, 게재료가 한 편에 20만 원이에요. 그런데 그 돈이 없어서 논문을 못 쓰는 선배들도 있어요. 그럼 잘 사는 사람들만 대학원에 남게 되는 거죠.
고은 아…. 왜 그렇게 되는 걸까요?
호두 모든 건 신자유주의 때문인 것 같은데요. (웃음) 돈 되는 학문이 잘 나가죠. 기초 학문은 거의 보호가 되지 않아요. 대학도 취업률이 높은 과만 지향하다 보니까 철학은 많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인 거죠. 무전공 입학을 도입하면 더 심해질 것 같아요.
고은 동양철학에도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유가에 관심을 갖게 되신 이유가 있을까요?
고은 대학생들에게 동양철학의 매력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뭐라고 하실 것 같으세요?
호두 꼰대 같을 수도 있겠지만요. (웃음) 이거는 뭐랄까, 우리의 문화적 심성이라 별수 없다. 아무리 공자, 맹자가 진부하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더라도, 우리의 세계관을 설명할 수 있는 학문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통철학이 아닌, '이런' 철학
고은 한국이 동양이기는 하지만, 요즘은 서구화가 많이 됐잖아요. 그럼에도 우리가 가진 심성이 동양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호두 아무래도 서양철학과 정서적으로 조금 다른 것 같거든요. 외국에서 유학한 친구들이 다시 한국에 들어와서 느끼는 안도감 같은 건데, 뭐라고 해야 될지 잘 모르겠네요. 없는 걸까요?
고은 사실 저는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웃음) 예를 들면 코로나가 처음 퍼졌을 때, 한국인이 마스크를 잘 써서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잖아요. 그때 해석이 분분했는데 어떤 사람들은 국뽕으로 봤고, 어떤 사람들은 국가 말을 너무 잘 듣는다고 비판적으로 보기도 했어요. 저는 그런 순간에 공동체에 대한 감각이 나오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걸 동양철학으로 해석해 주는 사람이 없는 거예요. 그때뿐만 아니라 사회 이슈에 대해 동양철학적인 접근이 잘 안 보이는 것 같아요. 우리 문화가 어디 기댈 데가 없다는 느낌이랄까요.
호두 맞아요. 근데 저는 그게 연구하는 사람들 탓이라고 생각해요. 우리끼리 연구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세월호 참사나 이태원 참사가 있었을 때 그걸 유가철학으로 해석한 사람이 있었나, 하면 거의 없거든요. 우리가 비극을 어떻게 철학적으로 봐야 할지 얘기하지 못했어요.
고은 왜 얘기를 못 한 걸까요?
고은 저도 페미니스트로서 유교를 어떻게 만나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어요. 유가가 가부장제의 원흉이라고 여겨지고 있으니까요. 유가를 전유할 수 있을까? 여전히 고민이 많죠. 호두 님은 동양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으셨잖아요. 최근에는 어떤 연구를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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