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첫째 주]
이번 주는 역력한 슬픔에 사로잡혔습니다.
영화 <헤어질 결심> 대사처럼, 어느새 슬픔에 물들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한 겁니다.
추워지는 날씨 속에 '이 땅에 발붙인 채, 슬픔에 잠긴 또 다른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오늘도 여전히 아픈 사람들 말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누구 하나 아프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 바로 그 사람들 말입니다.
오래전, 김승섭 교수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몸에 아로새겨진 고통을 읽어내는 법'을 책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현실에선 내던져진 슬픔
그 방법을 현실에 적용하여 상처들을 찬찬히 읽어내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함께 비 맞는 심정으로 이번주 판결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20240715 경향신문發 <박희영 용산구청장 징역 7년 구형···검찰 “이태원 참사에 가장 큰 책임”>
20240930 경향신문發 <법원, ‘이태원 참사 책임’ 용산경찰서장 금고 3년, 용산구청장 무죄 1심 선고>
분명 가장 큰 책임을 물었지만, 원점이 된 현실이 너무 공허해져서 슬펐습니다.
법이 구제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이렇게 무참하게 드러나고, 더 무참하게 잊히고 있다는 사실이 슬펐습니다.
그래서 7년이 지난 손석희 앵커의 한탄(20161110 JTBC發 <[앵커브리핑] "온통 환자투성이" 시인이 남긴 말은 지금…>)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마냥 부끄럽습니다. 정혜윤 작가가 <아무튼, 메모>에서 말하는 '온기'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멸망의 아침처럼 어두워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인 윤동주가 가졌던 원래 마음처럼 "오늘의 한-탄이 '온기가 되어'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한 명씩, 찬찬히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를 쓴 룰루 밀러는 "우리는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아라이 유키의 책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에 나오는 말처럼, 우리의 인생은 너무나도 중요해서 '요약해선 안 됩'니다.
159명의 인생을 '참사 희생자'라는 한마디로 요약하지 않기 위해 떠나간 인생들을 하나씩 되새깁니다.
20231026 KBS發<다큐인사이트 [이태원 참사 1주기] 159명의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그날의 기억’ >
故
김세리, 김단이, 강가희, 이해린, 김유나, 오지민, 오지연, 박지애, 김지현, 김현수, 안다혜, 이민아, 김수진, 이지현, 조명화, 최재혁, 게네고 리마무, 마캐우 나티차, 도미카와 메이, 스티네 에벤슨, 스티븐 블레시, 이지한, 최유진, 조한나, 김송, 박지혜, 박현진, 김슬기, 채현인, 박초희, 서수빈, 양희준, 김연희, 정아량, 김용건, 한규창, 박가영, 이수연, 서형주, 이승연, 최민석, 조경철, 박소영, 노류영, 이승헌, 박현도, 차현욱, 임종원, 최혜리, 신애진, 이현서, 최보람, 이정환, 심규용, 이은재, 이동민, 김미정 (10.29 이태원 참사 다큐멘터리 中)
함께 비를 맞고, 온기를 나누고, 요약되지 않도록, 오랫동안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누가 뭐래도 이번 주 가장 중요한 기사는 '10.29 이태원참사 1심 판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