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둘째 주]

(나름 기자를 꿈꾸는 사람이지만) 지금은 뉴스를 따라가기가 버거울 정도로 많은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글에 이어 오늘 이야기의 핵심은 '연결고리' 입니다. 주장과 주장을 연결시키는 연결고리들을 주목해봅시다. 어렵던 이야기들이 하나씩 풀리기 시작할 겁니다.

언론에서 내란죄, 탄핵(말이 너무 세죠?)에 대해 친절하고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습니다. 직접 정리했습니다. 길지만, 총정리 ver.2 시작하겠습니다.

🤬 내란죄란?

헌법은 우리 사회의 가장 기초적인 시스템입니다. 이 기초 시스템이 흔들리면 헌법에서부터 비롯된 모든 법과 시스템들이 줄줄이 비엔나처럼 흔들릴 겁니다. 그러니까 우리 모두 '최소한 헌법은 건드리지 말자'고 약속했습니다.

굳이 굳이 헌법을 건드리고 싶으면, 국민 모두의 의견을 모으는 '국민 투표'를 통해서만 바꾸기로 했습니다(헌법 130조). 그래야 함부로 헌법을 바꾸겠다는 엄두도 못낼 테니까요. 

그리고 '나쁜 마음을 먹고 헌법을 흔드는 사람'은 아주 심한 벌(중범죄)을 주자고도 약속했습니다. 사형 혹은 무기징역(기간을 정하지 않고 평생 동안 교도소 안에 가두는 것)을 주기로 했죠(형법 91조).

그래서 벌을 주는 법(형법)에서 가장 먼저 설명하는 죄가 내란죄입니다. 1953년 형법이 처음 생길 때부터 가장 먼저 적어뒀습니다. 간첩(98조), 폭행(125조), 방화(164조), 도박(246조) 모두 순서상으로는 내란죄보다 훨씬 뒤에 있습니다.

내란(內亂)은 한자로 '안을 어지럽게 한다'는 뜻입니다. 안을 어지럽게 만드려면 '질서를 망가뜨리면' 되겠죠. 이렇게 누군가 헌법을 흔들려는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켰으면, 그게 바로 내란죄입니다(형법 87조).

다시 말씀드립니다. 내란죄는 '헌법을 흔들려는 목적'과 '폭동'이 있어야 합니다.

🔥 비상계엄=폭동

자, 결론부터 말하겠습니다. 비상계엄은 그 자체로 폭동입니다.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법원 판결문을 그대로 가져오겠습니다.

아래 판결문 2개 총 7개의 문장을 쉽게 풀어 써본 겁니다.

⓵ 내란죄에서 말하는 '폭동'은 헌법을 흔들 수 있는 모든 강제적인 일을 뜻해. '폭동'이라는 말은 가장 넓은 범위로 해석해야 하는데, 헌법을 흔들려고 준비하거나 보조하는 일들도 모두 포함하지. ⓶ 비상계엄을 발표하면, 헌법에서 지켜주는 국민의 기본적인 권리조차 막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잖아? 예를 들면 계엄군이 국가 기관 곳곳에 배치돼서 이들의 지시에 따라 일을 해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봐. 국가 기관이 두려워서 일을 제대로 못할 수도 있겠지. ⓷ 그러니까 비상계엄은 크게 보면 국가 기관을 쥐락펴락할 수 있으니까 폭동이라고 볼 수 있어. 

⓸ 물론 헌법을 흔들려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났는지 확인될 필요는 없어. (결과와 상관없이) 헌법을 흔들려는 생각 정도만 확인돼도 벌을 줄 수 있어. ⓹ 헌법을 흔들려는 사람들이 스스로 자백하지 않는 이상 알 수 없으니까, 겉으로 드러난 증거들을 종합해주면, 나머지는 법원에서 판단할게. ⓺ 꼭 구체적으로 국가기관을 공격하려는 목표와 방법, 계획 같은 게 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야. ⓻ 결국 일상적인 상황을 망가뜨리는 정도의 힘이 있으면 '넓은 의미의 폭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비상계엄이 실패했든 성공했든 그 결과는 따져묻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비상계엄'은 '폭동'을 자동 포함하는 개념인 겁니다.

⛔ 헌법을 흔드는, 국헌 문란

내란죄의 두번째 조건. 바로 헌법을 흔들려는 목적입니다. 

헌법을 흔드는 걸 똑똑한 말로 '국헌 문란'이라고 합니다(형법 91조). 국정농단 이라는 단어를 8년전에 배웠다면, 올해는 국헌 문란을 배울 수 있겠네요.

헌법은 손으로 붙잡고 흔들 수 있는 물건이 아니죠. 그런데 어떻게 헌법을 '흔든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요? 

그럴 줄 알고 형법에선 둘 중 하나면 국헌 문란이라고 정해줬습니다.

자, 이 때 대표적인 국가 기관이 국회입니다. 현실적으로 국가 기관에 폭탄을 들고 찾아가서 파괴하는 건 어렵겠죠. 헌법을 흔들 목적으로 '국회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 이것도 국헌 문란입니다.

법원에서 '국회를 폐쇄한 게 국헌 문란의 대표적인 사례야!'라고 명확히 확인해주기도 했습니다.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5.17 비상계엄 확대 조치(서울고등법원 1996. 12. 16. 선고 96노1892 판결)'입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17일 비상 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모든 정치 활동과 집회는 금지되었죠. 당연히 국회 또한 아무런 일도 못했고요.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회를 폐쇄하는 대신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라는 걸 만들어서 국회 역할을 대신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걸 두고 당시 법원은 이렇게 판결했습니다. 이것 역시 쉬운 말로 써보겠습니다.

① 국회를 못 들어가게 막고 상당 기간 동안 국회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면 헌법기관인 국회를 망가뜨린거지. ② 국회를 영원히 망가뜨린 것만 말하는 게 아니야. 상당 기간 동안 일을 못하게 만드는 것도 국회를 망가뜨린 거야. ③ 왜냐하면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경우엔, 아주아주 심각하게 국회를 망가뜨리는 상황에서만 이 법이 적용되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지.

국회를 막아 일을 못하게 하면 국헌 문란이라는 겁니다.

💣 내란의 연결고리, '국헌 문란'과 '폭동'

자, 이제 지난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상황을 적용해보겠습니다.

먼저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를 살펴보죠.

이 포고령(계엄군의 명령)에 따르면, 국회 활동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국회가 일을 못하게 하는 '국헌 문란'이 빼도박도 못하게 버젓이 들어가 있습니다. 잘못된 겁니다(20241205 JTBC發 <[팩트체크] 비상계엄 포고령 제1호는 적법하다?> 참고). 하지만 현재 이 포고령을 윤석열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수정 및 확인했다는 얘기마저 나오는 상황.

게다가 '아직 150명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국회의원들 끄집어내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특전사령관의 증언도 나왔습니다. 물론 한동훈 국민의힘 당 대표도 "대통령이 정치인들 체포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했던 사실을 신뢰할 만할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위헌적인 포고령, 여러 사람의 증언을 통해 '첫번째 연결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내란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위헌입니다.

정리해보겠습니다. 내란죄는 '국헌 문란'과 '폭동'이 모두 필요합니다. 폭동은 비상계엄 그 자체만으로도 성립되며, (판례상) 국회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막기만 해도 국헌 문란입니다. 복수의 증언을 통해 국회의원 체포 명령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고, 포고령 1호를 통해 국회가 일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의도가 증명됐습니다. 딱 떨어집니다.

자, 여기서 숨 한 번 쉬고.

🕯️ 탄핵이란?

법을 지키지 않는 공무원은 벌을 받아야 합니다. 당연하죠. 공식적인 절차상 벌(징계처분)을 줄 때는 그 공무원의 '윗 사람'(처분 결정권자)이 벌을 줘야 하는데요(국가공무원법 75조). '얘 벌 줄게요!'라는 내용을 아래에서 전달하면 '그래!'하고 위에서 싸인을 해주는 겁니다.

자, 그런데 문제는 대통령 같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고위공무원)은 그 '윗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 헌법재판소 재판관, 판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같은 사람이 가장 높은 자리에 있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벌 줄 수 있는 사람 자체가 없는 거죠. 분명히 잘못은 했는데, '사인 받을 사람' 없는 상황!

이 때를 대비해서 헌법은 '탄핵'이라는 절차를 만들어놨습니다. 총알 탄(彈)과 꾸짖을 핵(劾)을 합쳐서 탄핵이라고 부릅니다. 총을 탕!(훗, 잘 가라) 쏘는 것처럼 혼내주겠다는 뜻이겠죠. 그 탄핵을 하기 위한 소송(소)을 해서 쫓아 몰아낸다(추)는 의미로 탄핵 '소추'라고 표현합니다.

정리하자면, 탄핵은 '예외적인 징계' 절차이고 탄핵 소추는 '소송을 받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탄핵하기 전에, 탄핵 소추부터 해야 합니다. 실제로 탄핵되느냐 마느냐 이전에, 탄핵 소송을 받게 할지 말지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탄핵 소추가 되면(소송을 받게되면), 그 때부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그 자체를 할지 말지 결정합니다. 

[여기서 참고로 헌법재판소는 '판결'하지 않습니다. 심판을 통해 '결정'합니다. '판례'라고 하지 않고, '결정례'라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결정 하나면, 끝!'입니다. 이게 최종심(항소, 상고 따위가 없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 때문에 연구원에서 보고서를 다 뜯어고치며 개고생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어쨌든 탄핵 소추가 되면, 그 사람은 자기가 했던 일에서 당장 손을 떼야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있기 전까지요. 물론 잘못한 책임이 사라지지도 않습니다. 탄핵 소추는 일단 손을 떼게 하는 절차일 뿐, 실제로 벌을 받는 건 따로 진행해야 합니다(헌법 65조). '일단 급하니까 쟤 아무것도 못하게 막아!' 같은 겁니다.

🗳️ 중대한 법 위반 = 탄핵

헌법재판소는 그러면 뭘 기준으로 헌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까요?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법을 위반했는지(위법성), 법을 위반했긴 했어도 그게 아주 심각한 건지(중대성) 판단합니다. 법 위반인 줄 알고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결정했는데, 막상 까보니까 법 위반이 없었을 수도 있죠. 아니면 헌법재판소에서 따져보니까 법 위반은 맞는데, '이 정도 법 위반은 심각한 건 아니야'라고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법 위반을 해도, 헌법재판소가 보기에 '심각한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탄핵 될 수가 없는 겁니다.

역대 대통령 탄핵 소추 사례는 총 2번(노무현, 박근혜)인데, 당시 각 결정례를 보면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는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이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줄 것을 기대한다. 대통령이 뭘 잘 해서 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이건 공무원 중립 의무 위반(당시 공직선거법 9조)이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특정정당을 지지하려는 발언을 해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전원재판부 2004헌나1, 2004. 5. 14.).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고 헌법 재판소도 인정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말하며 탄핵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①탄핵은 '이 사람을 쫓아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어야만 해. ② 헌법을 지키는 관점에서 대통령을 쫓아내는 게 냅두는 것보다 더 나으면 쫓아내는 게 맞지. ③ 하지만 대통령이 공무원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게 대통령에서 내쫓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어.

②번. 즉, 헌법을 지키는 관점에서 '대통령을 하도록 냅두는 것 vs 대통령에서 쫓아내는 것'을 비교합니다. 이걸 '비례의 원칙'(혹은 과잉금지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자, 시계를 다시 8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아예 탄핵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비례성의 원칙상 '중대한 법 위반'이므로 대통령직에서 쫓아내는 게 좋다고 봤습니다(전원재판부 2016헌나1, 2017. 3. 10.). 이 판결문은 역대급으로 쉽게 쓰여 있어서 아주 살짝만 바꿨습니다.

마지막 문단이 바로 '비례의 원칙'에 대한 설명입니다. 박근혜를 내쫓는 것이 냅두는 것보다 더 좋다라고 판단한 겁니다.

정리하겠습니다. 탄핵은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 심각하게 법을 위반했을 때 쫓아내는 겁니다. 단순한 법 위반이 아니라 심각하게 법을 위반해야 하는데, 그 결정은 헌법 재판소가 하고요. 헌법 재판소의 기준은 '냅두는 것과 쫓아내는 것' 중 헌법을 지키기 위해 어떤 게 더 좋을지 입니다.

📌 매직넘버, 200명(-5명)

쫓아내는 게 더 낫다라고 생각해서, 탄핵을 해야 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국회가 움직여야 합니다. 국회에서만 탄핵 소추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헌법 65조). 그러면 국회에선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핵소추를 결정할까요?

국회에서 탄핵 소추를 결정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국회의원 300명 중에 100명 이상이 '얘 법을 안 지켰어! 몰아내야 해!라고 하고, 150명 이상이 그 생각에 찬성하면 됩니다. 물론 이 과정은 투표를 거쳐야 하고요.

그런데, 딱 한 명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입니다. 대통령은 기준이 더 엄격합니다. 국회의원 150명 이상이 '얘 법 안 지켰어! 몰아내야 해'라고 하고, 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합니다. 이 과정 또한 투표를 거쳐야 하죠.

문제는 바로 이 '200명'이라는 숫자 때문에 벌어졌습니다.

12월 7일(토) 오후 5시, 국회 본회의장에선 '대통령 탄핵소추를 할지 말지' 투표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 탄핵소추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의힘 의원 108명이 거의 모두 투표조차 하지 않고 국회 본회의장을 퇴장해버렸습니다.

전체 국회의원 300명 중 국민의힘 의원들은 108명, 국민의힘을 제외한 나머지 탄핵을 찬성하는 국회의원은 192명. 다시 말해,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 위에 세우기 위해선 국민의힘 의원 8명이 더 필요했던 상황이었습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탄핵 소추안 투표를 하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자리에 남아있었고, 국민의힘 김예지/김상욱 의원은 본회의장을 퇴장했다가 다시 들어와 투표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결국 195표에 불과했죠.

200표가 되지 않아 투표함 뚜껑조차 열지 못했습니다(투표 불성립). 5표가 없어서, 5명이 없어서, 지금껏 투표용지에 찬성인지 반대인지 뭐라고 써져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아니, 국민의힘 의원 105명이 투표를 안 하고 나가버리면 어떻게 하냐고요? 글쎄요. 벌 주는 내용이 없어서 어찌할 도리가 없습니다. 우리나라 법은 여태까지 '그런 상황 자체'를 아예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안타깝게도.

여기서 두번째 연결고리가 완성되었습니다.

내란죄의 성립요건인 국헌 문란과 비상계엄은 헌법을 흔드는 것이며, 헌법을 흔드는 건 중대한 법 위반이므로 탄핵 소추 및 탄핵의 사유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국민의힘 의원 105명은 이 과정 자체를 무력화시켰지만요.

📢 누가 주인공인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지난 9일(월) 각 신문사 1면 사진과 머리기사는 '지금 상황의 주인공이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여실히 보여줍니다.

우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아예 국민의힘 투표 불참자 105명의 사진과 이름, 지역구를 포함한 인물정보를 그대로 박아놨습니다. 투표를 거부한 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였을까요. 1면 톱기사 타이틀 역시나 정도의 차이를 가를 수 없을 만큼 강한 논조입니다(탄핵하랬더니, 통치하겠다는 한동훈 vs '내란죄' 윤석열 탄핵 투표 불참한 국민의힘 105명).

한국일보와 국민일보는 여의도 거리에 나온 시민들의 모습을,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텅 비어있는 국민의힘 의석을 사진으로 선택했습니다. 한겨레와 경향보다는 톤이 조금 낮은 조선과 동아. 시민들의 열망을 표현한 한국과 국민.

반면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당대표가 나란히 서있는 사진을 골랐군요. 결국 향후 수습을 위해 앞을 보고 나가야 하는 상황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 와중에 중앙일보는 대통령이라는 인물 자체를 삭제한 사진을 골랐습니다. 9개 중 유일하게 노선을 정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요 며칠간 신문 1면은 너무 자극적입니다. 최근 몇 년간 이정도로 자극적인 상황을 본 적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있었다면 제게 말 좀 해주세요. 반박을 못하시겠다면, 전 이렇게 판단하겠습니다.

헌법 84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형사상 소추는 벌을 받는 소송에 넘겨지지 않는단 뜻입니다. 그러니 어떤 나쁜 짓을 해도 수갑을 찬 채 체포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헌법 84조엔 예외가 있습니다. 바로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 입니다. 아무리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쉴드칠 수 없는 범죄가 바로 내란죄 입니다. 대통령은 원래 체포되지 않지만(불체포특권) 대통령을 체포하겠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미 대통령은 해외로 도망가지 못하도록 '출국 금지'됐고요. 

도대체 우리는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걸까요.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中

20241207 시사IN發 <김다은 기자의 편지> 中

💌 흔들리지 않고 굳건할 당신께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中

그러니까 이런 글을 쓰는 건 대체로 무용합니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요. '퇴근하고 할 게 없어서 이걸 쓰고 있는 건가' 싶을 수도 있으시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믿고 싶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때, 헌법재판소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헌법은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이렇게 세상은 흔들리지만,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습니다.
그 날도 있었습니다.

이상헌(ILO 고용정책국장) 칼럼 (20241208 슬로우뉴스 發 <K-민주주의의 저력, 한국이 글로벌 롤 모델이 된다>)

지난 글 QnA

- 긴 정리글 감사합니다. 비상 계엄 선포도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 및 정부 주요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삭감했던 민주당의 행동도 함께 질타받아야 마땅하다고 봅니다. 누가 더 잘못했네를 따져보자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들은 모두 같이 바로 잡아야한다는 생각입니다. 탄핵 바람에 휩쓸려 야당의 잘못이 눙치고 넘겨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알고 있습니다. 대신, 하나씩 천천히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 탄핵소추안건으로 여당의 보이콧이 어떠한 것을 시사하는지 역시 글로 정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글을 많은 분들께 공유하겠습니다.

= * 굳이 첨언하자면, 이 칼럼이 딱 맞겠습니다(20241208 매일경제發 <결정적 순간에 어버버하면 그게 을사오적...3일 밤의 간신들 [노원명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