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한 서사 읽기] 첫번째 질문! 어떤 영화/드라마에 캐스팅된 배우의 ’외모‘가 극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건 루키즘(외모지상주의)일까요? 그냥 속이 상한 팬덤의 합리적 비판일까요?🤔🤔 최근에 네이버웹툰 ’낮에 뜨는 달‘이 드라마화됐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저도 연재 시절 무척 좋아했던, 가야 역사 기반의 퓨전 픽션이라 기대가 엄청나게 컸는데요. 주연 나으리와 한리타 역으로 캐스팅된 두 배우가 등장하는 티저 영상이 엄청난 분노를 산 걸 보게 됐어요. 지금은 1차 티저 영상이 아예 삭제되어 어떤 비판/비난이 오갔는지 다는 알 수 없는데요. 인스타와 2차 티저 영상 등에 남은 댓글로 유추해볼 순 있어요. 크게 나누면 ‘두 배우의 얼굴이 극의 아련하고 절절한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다’ 또는 ‘연출과 연기력의 수준이 심각하게 낮아 게임 광고 같다’ 두 갈래로 요약되는데, ‘극에 어울리는 얼굴’이 아니라는 비판은 아주 세세한 외모 평가가 동반되는 경우가 잦더라고요. 🙅‍♀️ 사실 이전에도 많은 드라마들이 배우의 외모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어요. 제가 최근에 본 것 중 기억 나는 건 ‘이번 생도 잘 부탁해’와 ‘퀸메이커’인데, 배우의 얼굴을 보니 성격이 어떠해 보인다는 인상평부터 어깨가 너무 좁다/넓다, 너무 강인하다/연약한 인상이다, 너무 늙었다/어리다, 너무 화려하다/수수하다(=예쁘지 않다), 살쪘다/너무 말랐다 … 솔직히 말하자면 저도 썩 마음에 드는 캐스팅은 아닌 경우가 있었지만 보통은 배우들의 연기력 혹은 연출력 때문이었는데, 설사 외모가 마음에 정 안 찼더라도 오픈된 공간에 타인의 외모를 부위별로 뜯어 품평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그런 품평에 몇백 개씩 좋아요가 찍혀도 되는 건가 하고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어요. 안 그래도 한국은 외모에 대한 타인의 평가가 무척 흔하고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나라인데다, 남의 평가에 취약한/어린 사람들에게 이런 현상은 특히 치명적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오랫동안 한 시리즈를 좋아하고 아껴온 팬들의 입장에서 자기가 생각한 분위기에 맞지 않는 배우가 극 내내 등장하는 건 몰입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낮에 뜨는 달’의 경우 외모만큼이나 배우들의 ‘경력’ 즉 ‘연기력’이란 요소가 지적된 것도 눈여겨봤고요. 사실 외모가 기존 팬들을 실망시켰다가 연기력으로 모든 비난을 걷어낸 훌륭한 예시가 가까운 데 하나 있잖아요. 007 - 제임스 본드 시리즈를 가장 최근에 은퇴한 다니엘 크레이그. 100여년을 묵은 팬덤이 흑발의 부유한 신사가 아니면 허용하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을 때, 금발에 파란 눈 그리고 워킹클래스 출신의 배우가 캐스팅된 건 파격 중의 파격이었대요. 당연히 반발도 거셌지만, 다니엘 크레이그가 능글맞고 허세 심한데 멋있는 특수요원을 스크린 위에 완벽하게 그려내는 바람에 비판이 쏙 들어갔어요. 런던 올림픽 개막영상에도 등장할 만큼 영국의 자랑이 됐다죠. 🤔 지난 봄 내내 ‘인어공주’를 둘러싼 소란을 오래 지켜봤어요. 역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빨간 머리와 흰 피부의 예쁜 공주를 기대했던 사람들이 흑인 여성인 주연 배우에게 집중 포화를 퍼붓는 일이 있었죠. ’블랙워싱‘과 ’진저 지우기‘까지 등장하고, 얼굴이 예쁘다고 평가되는 가수만 보면 ‘이 사람이 훨씬 더 인어공주답다’는 평도 스스럼없이 남기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건 제가 느끼기에는 팬덤의 정중한 항의나 재미로 하는 ‘가상 캐스팅’의 선을 훌쩍 넘어간 일이었어요. 원래 딱히 인어공주를 좋아하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단순히 조롱을 목적으로 ‘참전’하는 경우도 꽤 있는 걸 봤고요. 연출이나 VFX 효과 또는 연기력의 부족을 얘기할 수는 있지만 자꾸만 영화의 흥망을 배우의 탓으로 떠넘기며 통쾌해하는 모습은 좀 안타까웠어요. 못생긴 흑인 배우의 비주얼이 내가 애정하는 원작을 훼손했다며 기분이 상한 팬들이 많았지만, 사실 그 ‘원작’도 안데르센의 동화가 아니라 월트 디즈니의 2차 창작이 듬뿍 가미된 애니메이션이잖아요. 텍스트보단 영상의 힘이 강하니 어릴 적 본 미형의 백인 공주를 잊지 못하는 건 이해하지만, 시대가 바뀌었는데 미에 대한 단일한 기준을 유지하는 게 가능할까요? 🤗 뉴니커들이 봐온 ‘미스 캐스팅’의 사례는 어떤 게 있나요? 어떤 영화나 책을 너무 좋아해서 리메이크/영상화의 캐스팅에 크게 실망한 적이 있는지, 캐스팅에 대해 의견을 달리 하는 사람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가 궁금해요. 저도 해리포터 키즈로써 종종 엇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을 하며 영화를 7편까지 완주한 청소년이었는데, ‘예쁨’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뀐 지금 다시 보면 어떨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