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엄마의 기록이 남아 있는 노트를 보수하기 위해 재제본을 맡겼다. 1976년, 막 스물이 된 엄마의 노트에는 사랑 시와 청춘의 흔들림 같은 구절이 가득하다. 노트 첫 페이지는 다짐과도 같은 글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엄마의 노트 첫 장은 김남조 시인의 ‘가고 오지 않는 사람’이 쓰여 있다. 엄마에게는 청춘으로 쓰인 시간을 넘어 누군가의 아내, 그리고 엄마가 되는 시간에 이르기까지 항상 사랑이 존재했구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의 나이가 들어가는 만큼이나 내 부모의 늙음도 같이 눈에 보이는 까닭에 미묘한 서글픔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