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려운 감정을 언제 느끼나요?

저는 두려움을 꽤 자주 느껴요. 예를 들면 캠핑 가서 맥주를 마시다 손톱만한 모기를 발견하면 소름이 돋아요. 또, 스카이 다이빙을 하기 위해 탄 헬리콥터가 점점 더 높은 하늘로 올라갈 때, 퇴사하고 백수가 된 상상을 해볼 때도 두려운 것 같아요.

미국 신경과학자 조셉 르두는 두려움을 '위험 신호를 탐지하고 신체의 반응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생존을 위한 기본적 뇌 기능이라고 설명해요. 또, 심리, 철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데, 두려움은 '실제 또는 상상의 위협에 대한 본능적 반응으로, 자신을 보호하거나 생존하도록 하는 감정'으로 종합해볼 수 있어요.

◻️ 회피하고 싶은 두려움

제가 두려워하는 것 중 하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에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 인연이라는 깊은 구덩이 속에 빠진 것 같아요. 그 속에서 나도 모르게 양극의 감정을 느껴요. 때로는 구름을 타고 둥둥 떠있는 것 같고 그 사람 하나로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에요. 그러다가 그가 무심하게 던진 말 한마디와 의미 없는 눈빛 한 번에,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두운 바닥 저 아래에서 날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어요.

좋아하는 감정은 예측하거나 통제하기가 어려워서 더 두려워요. 나도 모르는 순간 기대와 바람이 커져요. 나를 더 좋아하면 좋겠고, 나와 함께하는 순간들을 더 기억해주면 좋겠고. 어쩌면 당연하게도, 그 기대와 현실이 같지 않으면 실망은 눈덩이를 굴리듯 커져요. 이렇게 소심하고 유치한 사람이었나, 혼자 생각의 늪에 빠진 내 모습이 어처구니 없기도 해요.

"Lately, I've been on a roller coaster. Tryna get a hold on my emotions. But all that I know is I need you close."

- Ariana Grande 'Needy' 중

감정의 기복이 없이 평안하고 고요한 마음으로 나만의 크고 작은 루틴을 지키며 사는 것을 추구해요.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을 감지하게 되면 두려움의 감정이 센서처럼 켜지나봐요. '평정심을 잃게 될거야, 조심해.' 하구요. 좋아하는 감정은 한 걸음 다가가게 하지만, 두려운 감정은 두 걸음 회피하게 해요.

◻️ 추워도 따뜻한 크리스마스 마켓

11월 중순부터 12월까지 독일 도시들은 크고 작은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거리를 단장해요. 글뤼바인(Glühwein, 따뜻한 와인)의 달콤한 향기가 거리를 가득 채워요. 커다란 트리를 중심으로 오렌지 빛 조명과 반짝이는 오너먼트 사이, 사람들은 분위기에 들떠 있어요. 달콤한 생강 맛이 나는 독일 전통 쿠키인 렙쿠헨(Lebkuchen)은 하트 모양으로 변신해 '사랑해', '고마워'의 말을 전해요.

독일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마켓과 연말 분위기에 진심이에요. 영하의 추운 기온와 칼바람 속에서도, 야외 스탠딩 테이블 앞에 서서 뜨거운 와인을 호호 불며 낭만을 느껴요. 10년 전, 뉘른베르크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처음 접했을 때는 얼른 따뜻한 곳으로 들어가고 싶었어요. '따뜻한 실내를 두고 왜 이런 고생을 할까, 안에 히트텍 5겹은 입었을까, 추위에 무감각한 걸까.' 하는 생각과 함께요.

이번 여행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을 못 보고 갈 줄 알았는데, 독일 Darmstadt에서 조금 일찍 열린 크리스마스 마켓을 만날 수 있었어요. 어느새 저도 크리스마스 마켓의 야외에서 따뜻한 분위기를 즐겨요. 김이 모락모락나는 와인을 마시다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져요. 일단 추워도 즐기다 보면 익숙해지고 이 곳만의 연말 감성이 사랑스러워요.

◻️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먼저 해봐라

"연애를 하려면 10번째 만나는 이가 진짜 인연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만나는 이들을 '연습'으로 생각하라. 연애를 경험 삼아 하면 괜찮다. 인생에는 실패가 없다. 실패를 경험으로 삼아버리면 성공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그냥 먼저 해봐라."

법륜 스님의 연애 조언 중 이런 말이 있어요. 많은 이들이 연애를 하며 두려움을 느낀다는 거겠죠.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두려움의 감정을 직면하고 일단 경험하면 성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추워도 아늑한 곳으로 도망가지 않고 일단 크리스마스 마켓에 있어보면 그 분위기를 즐길 줄 알게 되는 것 처럼요.

독립 운동가 도산 안창호는 이런 말을 했어요. '두려움을 이기는 데 필요한 것은 대담한 용기가 아니라, 바른 삶에 대한 확신이다.' 즉, 개인적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신념과 자신의 삶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에요.

스스로가 떳떳하고 자신 있다면, 두려움은 오히려 한층 더 성장하고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앞으로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감정도 두려움에 도망치기보다는 마주하고 마음이 시키는대로 하려구요.

두려움의 관점에서도 나 자신과 대화하고 나의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시간은 소중해요. 다가오는 2025년, 새로운 두려움들을 이기고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이번 시리즈 <여행을 통해 나랑 친해지는 방법>와 함께 나와 더 친해지는 시간을 가져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