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천! 시 쓰기
작성자 김산휘
실천! 나도 작가
실천! 시 쓰기
여러분은 혹시 자신의 글을 세상에 보이고 싶다고 생각하신 적,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글이 신문이나 방송, 책으로 나온다면 어떨 것 같나요? <실천! 나도 작가> 시리즈는 작가의 꿈에 한발짝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하는 분들, 취미로 글을 쓰고 싶어하는 분들 모두를 위한 글쓰기 클래스입니다. 평소에 글을 쓰고 계셨더라도, 오늘부터 시작하시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 클래스는 오늘 당장 글을 쓸 수 있는 '실전 팁'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오늘은 그 첫번째 시간으로 시 쓰는 법에 대해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자 약력>
필명: 김산휘
2020년 한국미소문학 신인상 등단
2024년 한국미소문학 공로상 수상
우리타임즈 (http://wrtimes.co.kr/news/view.php?idx=18241) 작품 게재
시인뉴스 포엠 (http://www.poetnews.kr/12675, http://m.poetnews.kr/12976) 작품 게재
GBN 경북방송 (http://m.egbn.kr/view.php?idx=143390) 작품 게재
이온겸의 문학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oTV9Z_geKYc) 출연
스토리문학 2022 상반기호 (108호), 월간모던포엠 통권 229호 작품 수록
시 쓰기라고 하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막연히 어렵다, 난해하다고 느낄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르지요. 실은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시 쓰는 건 뭔가 다른 차원의 일이고 제가 도전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제 감히 말하건대, 저는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여러분은 이미 어떤 시를 쓰거나 접해본 경험이 있을겁니다. 바로 삼행시죠. '행'은 시에서 한 줄을 의미하고 '연'은 한 단락을 뜻한다는 건 아실 겁니다. 삼행시는 행이 세 개니까 삼행시가 되는 것이죠. 삼행시의 경우, 제시어에 따라 행의 첫 글자를 맞춰야 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따라서 주제와 운율이 어느정도 한정되는 측면이 있죠. 이러한 형식 제한이 있는 시를 '정형시'라고 부릅니다. 대표적인 정형시 장르로는 우리나라의 '시조'가 있습니다. 일본의 '하이쿠'도 짧은 시이자 정형시죠. 이 클래스에서는 현대시, 자유시 짓는 법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1. 주제를 선정한다.
시를 쓰는데 갑자기 주제 선정? 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산문이 아닌 시에도 표현하고자 하는 핵심, 즉 주제가 존재합니다. 시의 소재인 시제(詩題)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소재를 통해서 어떤 것을 표현하고 싶어할 때 그 '어떤 것'이 주제가 됩니다. 이 주제에 따라서 시의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지게 됩니다. 현실참여적인 시를 흔히 저항시라고 하지요. 어떤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려고 할 때 시는 저항시, 참여시적인 색채를 띠게 됩니다. 혹은 사랑을 주제로 삼을 수도 있겠지요. 그 사랑도 종류가 여러가지일 것입니다. 친구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이별의 아픔이 느껴지는 사랑, 학창 시절의 풋풋한 사랑, 기타 등등. 일단 주제를 설정하고 나면 주제에 걸맞는 소재를 선정해 시의 재료로 삼으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별의 슬픔을 주제로, 종이컵을 소재 삼아 시를 써본다고 합시다.
나는 우주에 있는 너와 연락하기 위해 종이컵에 구멍을 뚫었지. 네 목소리가 멀어질 수록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구멍이 마침내 내 심장을 대신할 때 쯤에야 깨달았다. 아 네가 완전히 날 떠났구나.
이런 식입니다. 주제와 소재는 서로 관련이 있는 듯 없는 듯 한 것이 좋습니다. 너무 뻔한 주제에 뻔한 소재는 신선도가 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렇다고 너무 낯선 소재를 가지고 오면 주제와 같은 맥락으로 엮어내는 게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일명 '낯설게 하기'의 기법으로 어떤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건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변주해서 표현하는데 유용한 기법입니다. 포도를 소재로 시를 쓴다고 생각해봅시다. 포도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인 이미지가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도 지금 한번 생각해보세요.
포도는 보라색 둥글다 달콤하다 새콤하다
이제 이 포도의 이미지를 한번 뒤틀어 봅시다.
포도는 네모 낳다 날카롭다 씁쓸하다
그러면 이런 시를 쓸 수도 있습니다.
포도의 날카로움은 내 목을 옭아매고 상처를 남긴다, 새삼 여린 내 숨결
주제는 여러분이 정말 하고 싶은 말일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그 주제를 살릴 수 있는 소재를 골라 시의 기본 재료로 삼읍시다. 주제가 먼저 떠올라서 써도 좋고, 아니면 좋은 소재를 발견해서 주제를 나중에 붙여도 상관없습니다. 백일장이나 공모전 같은 경우, 주제 혹은 소재를 미리 지정해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땐 해당 주제나 소재를 가지고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2. 제목을 정한다.
시에 제목을 붙이는 것도 본문을 쓰는 것 만큼, 아니 때로는 그 이상으로 중요한 작업이 되기도 합니다. 시의 제목을 먼저 정하고 본문을 써도 되고, 본문을 다 완성하고 나서 제목을 붙여도 됩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건 제목에서부터 흥미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독자의 시선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까 종이컵을 가지고 쓴 시를 가져와 볼까요?
나는 우주에 있는 너와 연락하기 위해 종이컵에 구멍을 뚫었지. 네 목소리가 멀어질 수록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구멍이 마침내 내 심장을 대신할 때 쯤에야 깨달았다. 아 네가 완전히 날 떠났구나.
저라면 이 시의 제목을 이렇게 짓겠습니다.
허니문 블랙홀
나는 우주에 있는 너와 연락하기 위해 종이컵에 구멍을 뚫었지. 네 목소리가 멀어질 수록 구멍은 점점 커져만 갔다. 그 구멍이 마침내 내 심장을 대신할 때 쯤에야 깨달았다. 아 네가 완전히 날 떠났구나.
혹시 더 좋은 제목이 있으면 덧글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떨 땐 본문을 쓰는 것보다 제목 짓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맞는 제목을 찾았을 때의 쾌감도 제법 큰 편입니다.
Tip. 시의 형식과 분량 문제
정형시와 달리 자유시에 특별히 정해진 형식은 없습니다. 단어의 나열로 시를 쓸 수도 있고, 산문시로 쓸 수도 있습니다. 산문시는 어미가 -다. 로 끝나 얼핏 보면 산문처럼 보이는 시입니다. 하지만 산문시는 소설과 달리 함축적이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산문시의 묘사가 소설에서 묘사처럼 자세할 필요는 없습니다. 시의 소재가 '무엇을'에 해당한다면 시의 서술 방식은 '어떻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방식은 자유롭게 취사선택하시면 됩니다. 분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시의 분량은 짧으면 한 줄에서 길면 한 페이지가 넘을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가 느끼기에 '이쯤에서 맺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적절한 시의 분량입니다.
3. 퇴고하고 백업한다.
시 본문도 썼고, 멋진 제목도 지었습니다. 분량도 이만하면 나온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퇴고할 일만 남았습니다. 연습 삼아 시를 써서 혼자 간직하고 읽는 것도 좋지만, 어딘가에 발표해서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다면 더 좋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작성한 시를 전송 가능한 형태의 파일로 저장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docx(워드), hwp(한글), txt 파일(메모장)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들어가야 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시의 제목
저자 이름
본문
저는 제목을 가운데 맞춤 하고 이름은 오른쪽 맞춤, 본문은 한 줄이나 두 줄 띄어 쓰고 시작하는 편입니다.
Tip. 투고처 찾기
시를 발표하기 위해서는 투고를 먼저 해야합니다. 각 신문사별 신춘문예 시 부문에 응모하는 방법도 있고, 출판사에 직접 원고를 보내 제안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또는 공모전이나 백일장에 응모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겠는데, 공모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사이트들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 엽서시문학공모
2) 씽굿 공모전
https://www.thinkcontest.com/Contest/CateField.html?c=9 3)
마치며...
이번 <실천! 시 쓰기> 클래스가 시를 쓰려고 시작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다면 좋겠습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덧글이나 쪽지 남겨주시면,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저는 세상의 사연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시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서도 말했듯, 누구나 시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그렇습니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아무쪼록 여러분이 고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멋진 시인이 되는 그 날까지, 제가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