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탈출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방탈출 비를 받기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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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부기

인생은 방탈출

방탈출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방탈출 비를 받기 위한 글

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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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c7iz2fj0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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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탈출을 싫어하는 남편에게 방탈출 비를 받기 위한 글


"여보 어디야?"

"아휴 이 인간 방탈출 하는구먼."


 방탈출을 하는 동안 남편에게 온 메시지이다. 방탈출을 하는 동안에는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때문에 그 시간 동안 나는 부재중이다. 연락 두절이 되는 순간 남편은 내가 방탈출을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내 남편이 싫어하는 방탈출은, 내가 미쳐있는 취미다. 방탈출은 제한 시간 내에 추리 및 단서를 발견하여 자물쇠나 장치를 풀어서 밀실을 탈출하는 게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5년도를 기점으로 방탈출 카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서울만 해도 150개 이상의 방탈출 매장이 있고, 방탈출 테마를 기준으로는 전국에 대략 1,000개 정도의 테마가 있다. 방탈출은 대중적인 취미는 아니지만 마니아층들이 있다. 나는 22년에 방탈출을 한 이후, 그 매력에 깊이 빠졌다.

 처음에는 남편과 방탈출 데이트를 즐기기도 했다.

“이걸 이렇게 반대로 해서 풀어볼까?”

지문에 나온 숫자를 그대로 넣었지만 계속 자물쇠가 풀리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이 조금 꼬아서 냈을 수도 있다고 의견을 냈다. 반대로 해보자 자물쇠가 덜컥 풀렸다. 함께 풀어내니 기뻤다. 나는 방탈출 데이트가 만족스러웠지만, 남편은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테마와 스토리에 몰입을 못하겠다고 했다. 결국 방탈출은 재미도 없고 비싸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방탈출은 평균적으로 1시간 정도에 1인당 2만 원 정도의 금액이 든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테마들도 많아져서 3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취미에 드는 비용은 상대적인 거라, 다른 취미와 비교한다면 저렴한 가격일 수도 있다. 내가 고가라고 생각하는 취미는 골프치기와 피규어 구매다. 골프 장비나 피규어를 사는데 큰 비용이 들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2만 원 이상이면 저렴하다. 하지만 시간 대비 비용으로 따지면 할 말이 없다. 골프 라운딩에는 4시간 이상이 걸린다. 피규어는 평생 소장할 수도 있다. 반면 방탈출은 1시간 안에 끝난다. 음 돈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생각하겠지만 조금 비싼 취미이기는 하다.

아니 왜 돈을 내고 방에 갇히세요?

내가 방탈출을 한다고 하면 남편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왜 돈을 내고 방에 갇히세요?”

이 질문은 2가지를 의미하고 있다. 그 금액이 적당한지, 그리고 그 금액을 낼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다. 왜 돈을 내고 갇히는지 항변해 본다.

갇히는 게 아니고 여는 거예요



방탈출은 단순히 갇히는 행위가 아니다. 방탈출은 갇히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하나의 방을 열어서 새로운 방을 발견한다. 그리고 문제를 풀고 새로운 문제를 발견한다. 방에 감금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출구를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갇히는 것이 아니라 열어나가는 것이다. 그 여정은 신기하고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방탈출과 비슷한 취미는 “여행”이다. 사람들은 휴가철마다 “어디 놀러 가세요?”라고 묻는다. 하지만 “여행을 왜 가세요?”라고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휴가철에 놀러 가고, 여행을 떠나는 것은 보편적인 취미가 되었다. 사람마다 이유가 다르겠지만, 여행을 떠나는 것은 일상에서 멀어지기 위해서다. 새로운 것을 보기 위해 떠나기도 한다. 방탈출도 마찬가지다. 방탈출의 세계에 들어가면 일상에서 멀리 떠나게 된다. 새로운 세상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그 세상 속 이야기에 맞춰 내용이 전개된다. 나는 테마 속 주인공이 된다. 문제도 풀고, 여행지에 온 듯 색다른 인테리어도 접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집에 있는 ‘방’이 아니라, 색다른 곳에 온 듯 잘 꾸며둔 테마가 많다. 방탈출은 “짧은 여행”이다. 방탈출을 한다면 2~3만 원에 짧은 시간 동안 여행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앞서 내가 비싸다고 말했나? 번복해야겠다. 이 정도면 정말 가성비 있는 취미가 아닐까?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건 “재미”

돈을 낸 만큼 재미있냐고? 처음 재미를 발견한 순간은 선명했다. 몇 년 전에 방탈출이 유행했을 때, 몇 번 해봤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방탈출은 내게서 잊힌 취미가 되었다. 어느 날 회사동료가 방탈출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니 나를 딱히 여기며 방탈출 테마를 추천해 주었다. 추천을 받은 뒤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그 테마를 해봤다. 생각보다 쉽고 흥미 있게 해낼 수 있었다. 이게 바로 효능감일까? 문제를 풀 때의 짜릿함이 며칠간 계속 생각이 났다. 신선했던 그 공간도 머릿속에 남았다. 이후 방탈출을 계속하게 되었고 점점 더 좋아지게 되었다. 나중에는 헬스장 자물쇠만 보아도 따고 싶어지는 지경이 되었다. 물론 성공을 해야만 재밌는 건 아니다. 하지만 풀어냈을 때의 쾌감과 흥분은 오래 기억에 남았다. 방탈출을 하는 이유는 재미가 가장 크다. 하지만 그 외에도 방탈출은 유용한 요소가 많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나를 성장시켜 주는 취미가 되었다. 성장의 요소들은 앞으로 글로서 하나하나 풀어나갈 예정이다.

아직도 나는 방탈출을 할 때 남편에게 비밀로 한다. 하지만 방탈출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줄 계획이다. 실제로 방탈출은 인생과 아주 비슷한 면이 있다. 그리고 재미 외에도 나를 성장시킨 수많은 요소들이 있다. 방탈출을 하면서 눈부시게 발전한 내 모습을 보면, 남편도 기꺼이 자기계발비 명목으로 방탈출을 후원해주리라. "어휴 이 인간."이라는 카톡 대신에 "여보 2만원 송금했어. 탈출 성공해♡" 라는 카톡이 올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