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으로는 만족 못하는 방탈출 연방의 맛
작성자 부기
인생은 방탈출
한 방으로는 만족 못하는 방탈출 연방의 맛
한 방으로는 만족 못하는 연방의 맛
방탈출에 맛 들리고 나서는, 한번만 방탈출을 하는 한 방만 해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었다.연속으로 2번 이상 방탈출을 하는 *연방. 연방을 한 뒤부터 연방에 빠지게 되었다. 첫 연방은 사소한 계기였다. 어느 날 방탈출이 너무나 하고 싶었고, 온라인 카페를 뒤적였다. 거기에서 평소 관심이 있던 테마를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는 글을 보았다. 채팅을 보냈고, 테마에 참여하게 되었다.
*연방: 연속해서 2회, 3회 이상 방탈출을 하는 것
두 가지 테마를 하루에 하면 머리도 아프고,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할 만했다. 체력적으로는 좀 지친다. 하지만 이왕 방탈출을 하러 나온김에, 연방을 해보면 더욱더 방탈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연방을 하고 나니, 아 이제 나도 프로 방탈출러라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과 시간 사이 길게 두는 이유는?
방탈출 연방은 시간 배분이 중요하다. 우선은 플레이어들의 성향에 따라 게임과 게임 사이 시간을 정할수 있다. 친구들과 게임을 즐긴다면 게임과 게임 사이 시간을 길게두자. 끝나고 보드판을 그리고 사진 찍는 시간을 고려해야 하기때문이다. 블로그나 후기를 작성하는 친구가 있다면 사진을 많이 찍을 수도 있다. 보드판 그리기를 즐긴다면 그 시간도 충분히 필요하다. 때문에 한 테마가 끝나고 그 다음 테마를 할 때까지의 여유 시간이 짧으면 아쉽다. 온전히 그 전 테마를 향유(향유하는 시간은 대기실에서의 시간, 방탈출 테마 속 시간, 그리고 끝나고의 시간 전부를 의미)하지 못할 수도 있다. 즉 테마 전 후도 게임의 일종이다.
한 매장에서 테마를 하는게 아니라 다른 매장으로 이동할 경우 이동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한 방탈출 카페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때 같은 지역내에서만 이동했다. 홍대인 경우 같은 홍대에 있는 방탈출들만 했다. 하지만 아예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해야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게임 사이 식사시간이 겹친다면, 밥도 먹어야 한다. 이때 식사는 너무 과하지 않고, 너무 비싸지 않은 것으로 골라야 한다. 왜냐면 이미 연방으로 돈이 2~3만원 X 2배가 깨졌기에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더부룩한걸 먹으면.. 머리도 안돌아가고 속도 좋지 않다. 방탈출 게임 내에서 속이 좋지 않다면? 상상하지 말자.. 이런점을 고려해 식사를 하면 좋다. 간단한 분식류도 괜찮겠다.
시간과 시간 사이 짧게 두는 이유는?
연방 사이의 시간을 짧게 하는 경우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시간 관리를 위해서이다.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처음 만나거나 어색한 사이일 경우 시간 간격을 짧게 잡는 것이 좋다. 끝나고 할말도 없고, 서로 초면인데 어색어색한 사이에 오래 대기하고 있어도 좋을게 없다. 카페가서 커피 한 잔 할수도 있지만, 이를 참기 힘들수도 있다.
극 I인 사람들은 그런 위험부담을 갖고 나왔을 수도 있다. 연방을 할 때 아직 그렇게까지 친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기시간을 짧게 잡자. 나는 처음 모임을 나갔을 때, 그 다음 게임까지 대기시간이 50분 정도 있었다. 무엇을 할지 몰라 쭈볏쭈볏하고 있는데, 앞에 팀이 방탈출을 예상시간보다 좀 더 빨리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바생 분께서는 빨리 입장이 가능한데 그렇게 하겠냐고 제안주셨다. 운이 좋게 빨리 들어갈 수 있었고, 어색한 시간이 줄어들 수 있었다.
앞 테마에 따라 갈리는 호불호
연방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날 했던 두 테마를 비교하게 된다. 이때는 호불호가 더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내 취향을 비교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기도 하다. 하나의 테마만 할 때는, 단점이 있더라도 ‘이런 점이 재미있었지.’ 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다른 테마가 훨씬 재미있을 때는 앞의 테마를 더 좋지 않게 평가하게 된다. 이는 친구들끼리 음식점에서 여러 음식을 시켜서 비교해서 먹는것과 유사하다.
하나만 먹었을 때는 맛있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러 개를 한 번에 먹다 보면 내 취향을 알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더 적나라한 비교 방법이기도 하다. 다른 느낌의 테마를 연방으로 하면 더 확실하나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첫 방으로 감성적인 스토리의 테마를 한다. 두번째 방으로 공포나 스릴러 테마를 한다. 이렇게 한 뒤 두 테마를 비교해 보면,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더 극명하게 알 수 있다.
게임과 게임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
방탈출 연방은, 방탈출에 적어도 두 시간 이상의 시간과 두 회 이상의 방탈출 값을 지불하는것이다. 연방은 그만큼 방탈출을 좋아하기에 투자를 하는 일이다. 연방의 메인은 게임이다. 그러나 장시간 함께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을 방법도 서브 미션으로 딸려온다. 이 서브미션을 해결하는 일은, 일상 속 사람들간의 거리를 어떻게 보내는지와도 닮아있다.
예전에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이들이 부러웠다. 제휴사와 밥도 먹고, 술까지 먹으러 가는 사람을 보면 신기했다. 나는 할 말만 하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하지만 친해지며 인맥을 통해 일을 잘 해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게 부러웠다. 때로는 그렇게 되려고 아등바등 해본적도 있다. 하지만 내향형 인간인 나에게 쉬운일은 아니었다. 의미가 없는 잡담을 주고받고, 어디까지 말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나의 사생활을 이야기 하다보면 피로감이 몰려왔다. 집에가서는 '내가 잘 말한거 맞나? 실수한 건 없나?' 스스로 이불킥을 하고 자책한 적도 많다.
좀 더 시간이 지나서는 사람들에게 다정하게 행동하되 적당한 거리감이 필요함도 깨달았다. 방탈출을 하기 위해서 만난 사람들과는 '게임'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서브'를 너무 따져서는 안된다. 내향형 인간이지만 온라인에서도 사람들과 만남을 가질 수 있던 건 방탈출을 하는게 메인이었기 때문이다. 연방에서 게임을 우선순위로 두듯, 관계에서도 우리가 기대하는 것을 생각하고 이에 맞춰 행동하면 후회가 적어진다. 내 기력을 소진하면서까지 남에게 잘보이려는 마음은 접었다. 너무 큰 기대도 너무 잘하고 잘 지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방탈출 연방을 하면 내 취향을 알 수 있는 뿌듯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과도 즐거운 시간, 또는 목적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연방을 하면 어떤 테마가 더 좋은지 알 수 있다. 이처럼 사람간의 관계에서도 더 잘맞는 사람, 같은 목적을 위해 만나는 사람 등 여러 관계가 있다. 사람과 사람사이 지나친 기대감보다는 관계를 정의하고 목적에 충실한 만남이 필요할 때도 있다. 그 에너지를 아껴 방탈출에 쓸 수도, 정말 소중한 사람에게 쓸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