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1/3) 동생이 죽었으면 좋겠다.
작성자 부리부리
내 동생의 조현병, 그리고 조울증
(part1/3) 동생이 죽었으면 좋겠다.
나도 무서워. 내 동생이 조울증인 건
내 동생은 조현병과 조울증 환자다. 쉽게 말해 조증일땐 기분이 굉장히 업되었다가 우울증이 오면 다른 사람이 된다. ‘집에 누가 있다, 누가 나를 계속 감시하고 있다’ 등의 환청이 들린다고 한다. 눈에 초점이 없어지고, 질문에 아무 대답이 없다. 영혼없는 사람같달까.
솔직히 말해 아무리 내 동생이지만 그 때는 무섭다. 도망가고 싶다.
‘요즘 우울증 엄청 흔한 거 아니야?’ 라고 할 수 있지만, 그 흔한 병을 8년째 완치를 못하고 있다. 그 병을 받아들이게 된 지는 8년. 내가 스무살이 되던 해부터 동생의 병은 점점 더 심각해졌다.
내 동생은 고등학교도, 검정고시로 들어간 대학교도 자퇴했다. ’조울증? 요즘 흔한 거지 옆에서 도와주면 금방 났겠지‘하고 가볍게 생각했던 나였다.
그게 내 가족 중 한 사람이 겪을 줄 꿈에도 몰랐다.
너가 싫어.
스무살, 한 창 놀기 좋아하고 밤늦게까지 술 마시자라는 평범하고 멋진 포부를 가졌던 나의 삶이 동생으로 인해 달라지기 시작했다.
‘집에 웅이 혼자있으니깐 집에 좀 일찍들어가.’ ‘웅이가 누나 찾아.’ 라는 엄마의 전화와 동생의 수차례 연락이 나의 발을 묶었다.
어이없게도 그 때 동생이 나한테 원했던 건 그저 있는것. 집에 존재하는 것. 내가 그럼 집에서 동생과 특별한 무언가를 했냐 전혀. 그건 없었다. 각자 방에서 그냥 있었다.
처음에는 괜찮았다. ’동생이 아프니깐 그 아픈 동생을 내가 지켜준다, 나는 참 멋진 누나다‘라는 뽕에 취해 있었다. 하지만 한 두번이지. 어렸고 철없던 나에게 그건 너무 고문이었다. 동생의 병은 안타까웠으나 동생이 싫어지기 시작했다.
이럴 바에는
동생이 죽었으면 좋겠어.
나에게 이해가 안되는 일이었다. 불만이 쌓였다. 불편했고, 곧 나을 거다라는 우리 가족은 흔한 착각에 빠졌다. 그게 한달이 되고 6개월이되고 1년,2년이 되니 엄마도 우울증에 걸렸다.
엄마는 매번 자책했고, 동생이 심해져 정신병원에 입원할 때마다 한없이 울었다. 병원비는 어마무시하게 나갔고, 입원비는 호텔에서 투숙하는 것만큼 비쌌다. 그 때 처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우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하지. 너는 왜 아프고 난리야.
‘너가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
알고 있다. 나쁜 생각이라는 거. 그 땐 우리 엄마를 힘들게 하는 동생이 너무 싫었다.
나의 자유를 뺐어간 동생이 미웠다. 그때의 나를 돌봐줄 사람은 없었다. 엄마 아빠는 나보다 동생이 먼저였고, 나도 동생이 먼저였으니깐.
미안해 누나가
지금은 그 때의 내 잔인했던 생각을 후회한다. 반성한다. 동생은 이런 나의 나쁜 생각을 모르겠지만 이 글을 빌려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싶었다. 누나가 그땐 나쁜 생각을 잠깐 했었다고, 근데 그거 지금까지 후회하고 있다고.
술 마실 때마다 그 때의 죄가 문득 생각나 울컥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