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이슈]“막걸리”와 ”ㅁㄱㄹ” 뭐가 다른거야?

[우리술 이슈]“막걸리”와 ”ㅁㄱㄹ” 뭐가 다른거야?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우리술 이슈]“막걸리”와 ”ㅁㄱㄹ” 뭐가 다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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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lho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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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혹시 와인에 포도향 첨가물이 들어간다면 그 와인을 돈 주고 구매하실 생각이 있으신가요?
또 위스키에 색소나 인공 첨가물이 들어간다면 어떠신가요? 구매하더라도 지금처럼 비싼 돈을 주고 구매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고유의 가치가 많이 훼손된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금 국내에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어요.


막걸리라 읽고 ‘ㅁㄱㄹ’ 라 쓰는 이유

밤향료가 들어간 기타주류 ©국순당(왼쪽) | 공주 알밤이 들어간 탁주 ©사곡양조원(오른쪽)

최근 SNS를 보다 보면 이색 막걸리가 많이 보입니다. 밤 맛 아이스크림 막걸리, 꿀 과자 막걸리 등 색다른 맛의 술들 말이에요. 그런데 이런 술들의 사진을 자세히 보면 재미있는 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바로 라벨에 "막걸리"라는 명확한 명칭 대신 "ㅁㄱㄹ" 같은 초성만 써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렇게 표기했을까요?

현재 주세법에 따르면, 탁주(막걸리)에 향료나 색소를 넣으면 더 이상 '탁주'가 아닌 '기타 주류'로 분류돼요. 기타 주류의 경우 '막걸리'나 '탁주'라는 이름을 쓸 수 없기 때문에 "ㅁㄱㄹ" 같은 초성을 표기해 탁주로 오해 할 수 있어요.

향료, 색소 넣어도 탁주? 달라지는 막걸리 기준

2024년 세법 개정안 “탁주 첨가 원료 확대”

하지만 이 상황이 바뀔 것 같아요. '2024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주세법 시행령을 완화해서 향료와 색소를 넣은 술도 '탁주'로 인정하겠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개정안이 확정이 된다면 지금까지 "밤 맛 아이스크림 ㅁㄱㄹ"로 불렸던 술이 "밤 맛 아이스크림 막걸리"라고 이름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세금에도 변화가 생겨요. 구체적인 예를 들어볼까요? 출고 가격이 1,000원인 750ml 주류 1병을 기준으로 했을 때, 현재 '기타 주류'로 분류되면 246원의 세금을 내야 합니다. 하지만 개정안이 적용되어 '탁주'로 분류되면 단 33원만 내면 돼요. 무려 213원이나 차이가 나는 거죠!

값싼 막걸리의 함정: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들

"세금이 내려가면 소비자 가격도 내려가지 않을까요?"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단순히 가격이 싸진다고 반길 일만은 아닌 것 같아요. 현재 '딸기 막걸리'라는 이름을 쓰려면 실제 일정 수준 이상의 딸기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개정안이 통과되면 딸기 향료만 넣어도 '딸기 막걸리'라고 부를 수 있게 되는 것이죠.

향료와 색소를 사용한 저렴한 막걸리가 인기를 얻게 되면, 제조사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실제 과일 대신 인공 첨가물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거예요. 결국 시장에는 진짜 과일이 들어간 막걸리는 점점 사라지고, 소주와 비슷하게 인공 첨가물로만 만든 막걸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지 모릅니다.

주세법 개정을 둘러싼 논쟁

그렇다면 이 법안은 왜 나왔을까요? 정부와 대형 양조장들은 이 개정안이 수출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향 막걸리는 마치 과일소주처럼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산 주류로 입문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요. 또한 지금까지 ‘막걸리’라는 이름을 쓸 수 없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이런 제약들이 신제품 개발을 막고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었다는 거죠.

하지만 해외에서는 이미 영어나 현지어로 술 이름(참이슬, 처음처럼 등)을 쓰고 있어 '막걸리' 명칭 사용이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개정안이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편, 전통주 양조장, 막걸리 교육기관, 전통주 보틀숍 등 120여 곳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국회에, 막걸리에 향료와 색소 첨가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습니다. “우리술의 전통성, 다양성 및 차별성을 훼손해 전통주 시장을 붕괴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소비자의 선택권: 막걸리 세분화 필요성

이 복잡한 문제의 핵심은 우리 소비자의 선택권과 알 권리에 있습니다. 진짜 과일이 들어간 전통 막걸리를 즐기고 싶은 분도, 새로운 맛의 경제적인 막걸리를 선호하는 분도 있을겁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막걸리'라는 단일 명칭 대신, 더 세분화된 분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전통 막걸리', '향료 첨가 막걸리' 등으로 구분하자는 것이죠. 이렇게 세분화되면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에 맞는 제품을 더 쉽게 고를 수 있을 거예요.


앞으로의 과제는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오랫동안 이어온 전통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시는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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