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 이야기]차례주의 비밀: 옛날엔 술 대신 이걸 올렸다고?

[우리술 이야기]차례주의 비밀: 옛날엔 술 대신 이걸 올렸다고?

작성자 술호랑

우리술이야기

[우리술 이야기]차례주의 비밀: 옛날엔 술 대신 이걸 올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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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추석이 코앞이네요. 요즘 명절 문화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차례를 지내는 가정들이 있죠. 차례하면 빠질 수 없는 게 바로 '차례주'입니다.

매년 똑같은 술을 고르진 않으셨나요? 저 역시 왜 그 술을 쓰는지도 모른 채 습관처럼 샀죠. 오늘은 차례주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이 이야기를 들으면, 올해는 차례주를 고르는 재미가 더해질 거예요.


술 대신 차를 올렸다고?

©픽사베이

'차례'라는 말은 '차(茶)'와 '예(禮)'를 합친 '다례(茶禮)'에서 왔어요.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의범절'을 의미했죠. 재밌게도, 옛날에는 정말로 차를 차례상에 올렸답니다. 조선시대 '주자가례'에서는 사당 참배 때 차를 올리는 '참례' 의식이 나오는데, 이게 오늘날 차례의 시초라고 해요.

그렇다면 언제부터 차 대신 술을 올리기 시작했을까요? 조선 후기쯤부터 변화가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같은 큰 전쟁을 겪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지고 차 생산에도 문제가 생기면서 술과 숭늉이 이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고 해요.

지역마다 다른 차례주

차례주는 주로 맑은 술을 사용하는데 왜 그랬을까요? 옛날부터 맑은 술은 만들기 어려워 귀하게 여겨졌어요. 정성과 시간, 기술이 더 필요했거든요. 그래서 '격이 높은 술'로 여겨져 조상님께 올리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답니다.

하지만 모든 지역이 똑같진 않아요. 어떤 곳에서는 동동주나 막걸리를 차례주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런 다양성은 우리 전통에서 비롯됐죠. 대표적인 예로 조선시대 종묘제례를 보면, 막걸리, 동동주, 청주를 순서대로 올렸어요.

술 이름에 담긴 역사

이렇게 차례주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술 이름에도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탁주에 비해 맑게 걸러낸 술을 청주라고 불렀어요. 이는 우리의 전통 술이었죠.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이 용어의 의미가 크게 바뀌게 됩니다.

일제강점기 때 시행된 주세법으로 인해, 일본에서 들어온 맑은 술(사케)을 '청주'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 반면에 우리나라의 전통 맑은 술은 '약주'라는 이름으로 구분 지어 불렀죠. 이런 구분이 그대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약주'라고 불리고 있어요.

일본 정종 ©사쿠라마사무네

정종은 사실 상표명

정종은 원래 술의 종류가 아닌 상표명이었다는 사실, 아셨나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에서 들어온 일본식 청주 브랜드들이 많이 사용했던 상표명이었어요. 그런데 이 술이 인기를 얻으면서, 정종이라는 말이 마치 청주 전체를 뜻하는 일반명사처럼 쓰이게 되었죠.

그렇다면 차례주로는 어떤 술을 써야 할까요?

사실 정답은 없어요. 그래서 이번 추석엔 조금 특별한 걸 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나라 전통 방식으로 만든 '약주'를 찾아보는 거예요. 차례를 지내고 난 후, 가족들과 둘러앉아 이 약주 한 잔을 나누면서 오늘 우리가 알아본 이야기들을 나눠보는 거죠.

술 한잔에 우리의 역사도 한 모금, 변화해 온 우리 문화 이야기도 한 모금. 이렇게 이야기꽃을 피우다 보면 어느새 더욱 뜻깊은 추석이 되어 있지 않을까요?


참고자료

허시명. 차례상에 차 올릴까, 술 올릴까. 경향신문. 2010
남동우. 茶 올려야 하는 이유, 술 올리게 된 까닭?. 금강신문. 2009
김이영. 차례상차림 (茶禮床차림).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n.d
YTN. 닮은 듯 다른 차례·제사. YTN. 2022
김경미. 조상님께 '청주'보단 '약주' 올리세요. 서울경제. 2019
우지수. 차례상 올리는 '청주', 한국식·일본식 따로 있었네. FANN STAR. 2024
이대형. 이번 명절 차례 상에 전통주를 대접해보자. 브런치.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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