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를 밝힙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작성자 녹
무비스케이프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를 밝힙니다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어쩌면 영화의 시초는 다큐멘터리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영화의 시초라고 불리는 뤼미에르 형제의 <열차의 도착>(1896)이 있기 때문. 단순히 열차가 들어오는 장면을 촬영해 영화화한 이 작품은 일종의 다큐멘터리로서도 그 역할을 한다. 오늘 소개하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또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러-우 전쟁에서 우크라이나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의 상황이 어떤지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2022년 본격적으로 전쟁이 선포되고 햇수로 3년째를 맞는 러-우 전쟁.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라 불러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정도로 지금의 상황은 참혹하다. 그 현장을 담아낸 영화가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다. 나토 연합과 미국, 러시아와 연결고리가 있는 중국과 북한까지,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이 상황 속 지속되는 소모전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인류애적 면에서 이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결국 그 내면에는 의도치 않게 고통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이들이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참상을 목격하라
러시아에 맞서 항전하고 있지만 국가의 규모가 우크라이나에 비해 러시아가 압도적이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전쟁의 극악무도함 앞에 스러져가는 생명들이 줄을 잇는다. 이익과 권력의 획득을 위해 발생하는 전쟁에서 그 모든 총알을 받아내야만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단순히 한 쪽에 치우치지 않더라도, 그 전쟁에 참여하는 모든 국가의 국민들이 피해자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그 실질적 피해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비춘다. 그 중에서도 항구 도시, 우크라이나의 요충지로 꼽힌다는 이유로 가장 먼저 공격 목표가 된 마리우폴의 시민들을.
그들의 순간과 마리우폴의 참상을 통신사 AP통신의 취재팀이 20일 동안의 기록으로 낱낱이 드러낸다. 러시아군에 의해 자료가 빼앗길 위기에 처했고, 러시아 당국에서 우크라이나 참상 소식을 "가짜뉴스"로 은폐하려 했지만 결국 그 진실은 스스로 빛을 잃지 않은 셈이다. 그들의 기록 보존을 위한 노력은 각종 평단에서 공로를 인정받아 제96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 다큐멘터리상, 퓰리처상 수상 등의 영예를 안았다.
전쟁, 그리고 우리.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을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전쟁이 우리에게 안기는 것'이다. 전쟁은 의미 있으며, 모든 것은 이익과 힘의 논리로 흘러간다는 자들도 결국 쏟아지는 포탄 세례에서 살아남을 수는 없을 것이다. 즉, 지금 당장은 '강 건너 불 구경' 같아도 영화 속에서 오열하고 비명지르는 이들이 우리가 되지 않을 보장이 없다는 것. 우리나라는 여전히 분단 국가이며, 언제 다시 눈을 뜰 지 모르는 휴전 상태에 놓여 있다. 지금 당장 우리를 위해서라도 전쟁은 피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더 사실적으로 우리에게 충격을 안겨주며 느끼게 할 영화가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다.
전쟁 영화는 수 없이 우리의 삶에 함께 있었다. 그 내용이 사실을 기반으로 했는지, 픽션인지를 떠나 수많은 전쟁 영화가 우리에게 '전쟁이 우리에게 멀리 있지 않음'을 경고해왔다. 지금은 러-우 전쟁에 초점을 맞추지만, 당장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와 대만해협 위기론 등 우리를 긴장하게 만드는 소식들이 끊이지 않고 전해진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해야 할까. 한반도의 위기를 넘어 세계, 지구의 위기를 헤쳐갈 방법을 어떻게 고민할 수 있을까.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이 그 정답을 향하는 나침반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는 않겠지만서도 지금은 '속는 척' 그들의 소식을 들어봐야 할지도 모른다.
뉴닉에서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 예매권 이벤트를 진행한 바 있다. 기대평을 남긴 뉴니커 중 추첨을 통해 15명의 뉴니커들에게 예매권을 증정했었다. 그 중에 하나에 당첨이 됐다(!). 최대한 많은 영화를 접하려 노력 중인 나에게 좋은 기회가 찾아와 기뻤고, 영화를 통해 지구 한 편에서 피해 입은 이들에게 작게나마 연대할 수 있을 기회라 생각해 영광이었다. 앞으로도 뉴닉에서 이런 좋은 기회를 많이 마련해주길 바란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와 관심도 필요하겠다.)
오늘은 영화 <마리우폴에서의 20일>을 짧게 이야기하면서 '전쟁과 우리'의 관계를 다시 한 번 고민해볼 수 있는 아티클을 작성해봤다. 조만간 영화를 관람하고 <무비 잇>을 통해 비평 아티클로 돌아올 것을 약속하며 글을 마친다.
전쟁은 언제나 우리의 곁에 있고, 힘없이 스러지는 피해민이 우리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