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를 '애기'라고 부르는 ‘주인', 뭐가 문제일까?

작성자 내가먹은쿠키

동물권 찍먹

강아지를 '애기'라고 부르는 ‘주인', 뭐가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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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적으로 사용하는 반려생활 용어 중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이 있다. 옛날부터 함께 살며 써왔기에 너무 익숙한, 그래서 지적?하기도 어려운.
어떤 용어를 써야 한다, 쓰지 말아야 한다기보다 우리가 정말 그 의도로 쓰는 게 맞는지 생각해봤으면 하는 마음에 글을 써본다.

1. 애기

애기 이름이 뭐에요?“
"애기 성격이 너무 좋네요"
“번식장에서 구조된 애들 너무 순하더라”

우리는 반려동물을 ‘애기’라고 부르는 데 익숙하다. 그리고 애기로 대하는 데 익숙하다. 밥, 배변 등 어느 것 하나 스스로 할 수 없고 인간의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다. 또 동물을 새끼 때 데려오는 경우가 많아서 첫 만남에서 인식한 위치를 쭉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어린 대상으로 부르는 것은 아래와 같이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동물을 ‘아이’로 지칭하는 것은 각 동물이나 특정 종을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존재보다는 어리고 약한 존재, 일방적인 돌봄이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이는 동물을 보 호해야 하는 상황을 만든 것이 인간임을 잊게 하고, 오히려 인간이 동물을 이용하고 착취하며 동물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합니다. 동물을 유아화하는 것은 어린이· 청소년을 미숙하고 약한 존재로, 따라서 성인이 보호하고 통제할 수 있는 존재로 간주하는 우리 사회의 통념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도 합니다.

- 동물권행동 카라, 『동물권 활동가를 위한 인권 길라잡이』, 2018

그런데 너무 사랑스러운 우래기(울애기), 내새꾸(내새끼)를 건조하게 강아지님, 고양이님이라고 불러야만 할까? “애기야 가자!”라는 유명한 드라마 대사도 있는데 말이다.

"애기야 가자!"라는 대사를 하는 박신양 배우, 드라마 <파리의 연인>, 2014년

그래서 나는 반려동물은 애정어리게 부르되, 타인의 반려동물을 지칭할 땐 정중하게 ㅇㅇ씨라고 하거나 강아지, 고양이라고 부르려 한다. 내 애인은 애기라 부르더라도 남의 애인을 애기라 부르진 않으니까. 상대방 연인의 안부를 물으며 ‘애기 요즘 잘 지내요?’라고 하면 좀 이상하다.

2. 주인

“강아지 주인을 찾습니다"
"마루는 주인을 제일 좋아하나요?
견주가 맡기고 가셨어요"

주인(主人): 대상이나 물건 따위를 소유한 사람
- 표준국어대사전

어떤 반려인은 동물을 ‘구매'해서 기르고 있을 테니 주인이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작이 어땠든 가족이 된 이상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대하는 건 원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인이라는 호칭은 지양하고 '보호자'라는 용어를 추천한다.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