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동의 강간죄’ 의미&쟁점: “그만해” 75번 말해도 부족하다고요?
뉴니커, 피해자가 1시간 동안 75번 넘게 “그만해”라고 말했지만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았어!”라는 판결을 받은 일이 있어요. 바로 헌법재판소의 재판소원(=법원의 재판을 취소해줄 것을 요청하는 재판)을 받게 된 성폭력 사건 이야기인데요. 피해자 A씨는 피의자 B씨가 유사강간 혐의의 재판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검사도 상고(=대법원에서 재판을 다시 요청하는 것)를 포기하자 지난 4월 재판소원을 신청했고, 최근 헌재가 이를 받아들여 심사 중이라고.
이번 사건을 계기로 “비동의 강간죄, 이번엔 꼭 만들어야 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비동의 강간죄’, ‘최협의설’처럼 어려운 용어에 자세히 알아보기 어려웠다면 오늘 아티클을 읽어봐요. 비동의 강간죄가 무엇인지부터 어떤 배경에서 이 논의가 나온 건지, 다른 나라 사례까지 짚어봤어요.
‘비동의 강간죄’가 뭐야?
이른바 ‘비동의 강간죄‘는 동의하지 않은 성교는 강간으로 정하도록 형법을 개정하자는 거예요. 현행법에서 강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하고요. 대법원 판례에서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 있어야 강간죄를 인정하거든요. 이처럼 범죄 성립 범위를 가장 좁고 엄격하게 해석하는 걸 ‘최협의설’이라고 불러요. 2023년 대법원이 강제추행죄에 한해 최협의설을 폐기했지만 강간죄에서는 유지되는 중이에요.
현행 강간죄의 한계: ‘비동의 강간죄’, 왜 필요하다고 하는 거야?
형법 개정을 요구하는 이들은 현재 강간죄 구성 요건이 현실을 잘 반영하지 못한 채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말해요. 현행 형법과 판례에서는 최협의설에 따라 (1) 폭행·협박이 있었는가 (2) 피해자가 저항했는가를 중요하게 보고, (3) 침묵은 사실상 동의로 해석했는데요. 이런 현행법은 한계가 명확하니 강간죄 구성 요건에 ‘동의 여부’를 추가하거나 바꿔야 한다는 것.
-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해!: 강간죄 구성 요건에 따르면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강요·속임·지위나 위계·약물 등을 이용해 성관계를 해도 강간으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 범죄의 초점을 피고인이 아니라 피해자게 맞추게 되고, 피해자들은 끊임없이 자신이 피해자임을 증명해야 한다는 것. 이렇다 보니 피해자가 성적 자기결정권·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등 기본권이 침해되거나 2차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고 해요.
- 법이 현실에 비해 너무 좁아!: 강간죄 구성 요건이 현실을 잘 담지 못해 법적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비판도 있어요. 실제로 한국성폭력상담소의 2024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강간 상담 중 최협의설에 맞게 ‘명백한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던 경우는 7.3%에 그쳤는데요. 나머지 상담은 폭행이나 협박이 없거나(70.2%), 강제·강압(17%) 등 강간죄 구성 요건에는 못 미쳐 법적으로 인정받기 어려웠다고.
‘비동의 강간죄’ 해외 사례: 다른 나라는 어떤 상황이야?
우리나라보다 먼저 형법을 개정한 일본·영국·독일·미국·스페인 등 해외 사례를 보면 강간죄 구성 요건에 ‘동의 여부’를 명시하고 있어요.
- 일본 🇯🇵: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가장 비슷한 일본은 2023년 강제성교죄를 ‘부동의성교죄’로 개정하며 ‘부동의’를 판단할 수 있는 8가지 구체적 조건을 법조문에 명시했어요. 그 조건은 ‘폭행 또는 협박’, ‘심신의 장애’, 수면, 의식불명’, ‘공포와 놀람으로 경직된 상태’ 등이라고.
- 유럽 🇪🇺: 지난 4월 유럽의회에서는 “명확한 동의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라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어요. 결의안에 참여한 국가들이 최소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법적 사각지대가 줄어들고, 어떤 국가에 있더라도 비슷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 미국 연방·일부 주 🇺🇸: 명확한 동의가 없으면 성폭력으로 보는 ‘예스 민스 예스’(Yes Means Yes)’ 모델을 채택했어요. 다만 동의가 있었더라도 위계 관계에서 일어난 동의는 유효하지 않은 걸로 봐요.
‘비동의 강간죄’의 역사: 계속되는 발의, 근데 제도 공백은 길어진다고?
시민사회가 비동의 강간죄의 필요성을 강조한 역사를 알려면 지난 30여 년을 되돌아봐야 해요. 우리나라에서 성범죄를 정하는 규범은 1953년 형법 제정 이후 큰 틀은 바뀌지 않았는데요.
- 1991년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 요건으로 하는 문제점을 비판하는 ‘성폭력특별법 제정 운동’이 일어났어요.
- 2007년에는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고요.
- 그러던 2018년 비동의강간죄는 ‘미투’(#MeToo) 운동과 함께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어요. ‘미투’ 운동의 대상이 됐던 성폭력 사건은 대부분 폭행·협박이 아니라 위계에 의해 벌어져 강간죄로 처벌할 수 없었기 때문이에요.
- 이에 2019년 208개 여성인권단체가 함께 입법 촉구 활동을 벌여 20대 국회에서는 10개의 형법 개정안이 나왔는데요. 하지만 대부분이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되지 못하고 역시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어요.
- 이어진 21대 국회에서는 3건 입법됐지만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는 조국혁신당 정춘생, 진보당 정혜경 의원실에서 초안을 마련했지만 발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고.
이렇게 시민사회는 지난 30여 년간 형법 개정을 요구했고 이는 법안 발의로도 이어졌는데요. 법 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회에 비동의 강간죄 입법 논의가 멈춰 있고, 이러한 제도 공백이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비동의 강간죄’ 전망: 앞으로 어떻게 될까?
앞서 언급한 성폭력 사건에 대해 헌재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요. 재판소원의 결과에 따라 비동의 강간죄 도입 및 최협의설 폐기 논의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
한편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최근 비동의 강간죄를 포함한 젠더폭력 대응 체계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어요. 법무부와 함께 젠더폭력 관련 입법 과제를 협의 중이라고. 법조계에서도 비동의 강간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비동의 강간죄’를 둘러싼 우려? 따져보니…
종종 비동의 강간죄를 ‘섹스금지법’이라고 부르거나, ‘무고죄 피해자가 급증할 것이다’라는 주장이 들리곤 하잖아요. 하지만 이런 논란에 대해 여성·인권단체와 법조계 실무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해요.
여성·인권단체와 법조계에서는 비동의 강간죄가 생겨도 피해자의 진술만으로 유죄가 선고될 수 없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어요. 강간 사건에서 재판부가 피해자의 입장을 중시하는 건 당연하지만, ‘비동의’ 그 자체가 아니라 협박이나 위계에 의한 강제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유무죄를 판단하기 때문.
다만 비동의 강간죄에 관해 ‘명확한 법적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어요. 사건을 둘러싼 관련자 진술의 신빙성을 잘 판단하기 위해 정황 증거를 풍부하게 수집하고, 정확히 해석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