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제폭력·교제살인 문제의 모든 것: 스토킹 처벌 수위 높여도 근본 해결 대책 안 된다고?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교제폭력·교제살인 문제의 모든 것: 스토킹 처벌 수위 높여도 근본 해결 대책 안 된다고?
뉴니커, 지난 달 28일 울산에서 한 여성이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은 30대 남성 가해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리는 사건이 일어났잖아요. 2번에 걸친 피해자의 폭행·스토킹 신고에도 범행을 막을 수 없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는데요. 이런 교제폭력·교제살인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는 뭔지, 막으려면 어떤 대책이 필요한지 정리해봤어요.
교제폭력·교제살인 현황: 우리나라 교제폭력, 지금 어떤 상황이야?
교제폭력이란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언어적·정신적·신체적 폭력을 말하는데요. 지금 우리나라 상황이 어떠냐면:
- 교제폭력 늘었고: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약 7만 7000건으로, 2020년에 비해 57%나 늘었어요. 같은 기간 교제폭력으로 검거된 피의자 수 역시 1만 4000명 가까이 늘었고요. 대표적인 교제폭력인 스토킹 범죄로 검거된 사람의 수도 2023년 1만 1500여 명 → 2024년 1만 3004명으로 해마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고.
- 교제살인도 증가 중: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지난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당한 여성의 수는 181명으로 조사됐어요. 여기에 살인미수 등으로부터 살아남은 여성까지 모두 합하면 555명이나 된다고. 또 살인 범죄의 여성 피해자 중 교제폭력을 경험한 이들의 비율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경찰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 범죄(미수 포함) 여성 피해자 333명 중 가정 폭력·교제폭력 등 ‘여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는 전체의 32.4%나 됐다고.
교제폭력 법 제도 현황: 교제폭력 처벌법, 어떤 게 있어?
현재 우리나라는 ‘스토킹 범죄 처벌법(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2021년 제정)’·‘스토킹 방지법(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23년 제정)’을 통해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고 있는데요. 늘어나는 교제폭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말이 나와요.
- 피해자 보호 어렵고 🛡️: 스토킹 범죄가 일어나면 경찰은 서면 경고부터 100m 내 접근 금지·전자발찌 부착·구치소 유치까지 다양한 조치(=잠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요. 막상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요. 울산 사건 역시 경찰이 전자발찌 부착을 제외한 1~4호 조치만을 검찰에 신청했고, 검찰은 이마저도 “행위가 지속·반복적이지 않다”며 일부 반려했다고. 이 외에도 가해자를 유치장·구치소에 가두려는 조치를 검찰이 기각하면서 살인 사건으로 이어진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 나오고요.
- 제대로 처벌도 안 해 🙅: 전·현 배우자가 아닌 연인 사이에 일어나는 교제폭력의 경우, 스토킹 처벌법 외에 마땅한 법이 없어 처벌이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와요. 교제폭력을 콕 집어 처벌하는 법이 없기 때문. 가족 관계일 경우 가정폭력처벌법의 적용을 받지만, 스토킹을 포함하지 않는 교제폭력을 저지른 가해자에게는 형법상 폭행·주거침입 등의 혐의만 적용돼 가벼운 처벌만 받는 경우가 많은 거예요. 만약 스토킹 범죄로 처벌을 받는다 해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만 끝날 때가 많고요. 실제로 스토킹 방지법이 시행된 이후 스토킹 범죄 피해자 수는 2023년 1만 1800여 명 → 2024년 1만 3000여 명으로 오히려 늘었다고.
이에 “늘어나는 교제폭력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관련 법은 아직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교제폭력 처벌 방법·수위: 교제폭력 처벌하는 법, 어떤 것들이 있을까?
지난해 5월 22대 국회가 시작된 이후 총 19건의 스토킹 처벌법·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이중 실제 제정까지 이어진 법안은 단 한 건도 없어요. 19개 법안 모두가 심사 단계에 머물며 본회의 상정조차 되지 못한 것. 이중에는 제때 통과됐다면 이번 울산 사건을 막을 수 있었을 법안도 있는 걸로 알려졌는데요. 스토킹 행위의 기준에 ‘(주거지 근처를)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그 밖의 행위’를 추가해 직접적인 폭력·협박 없이도 스토킹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이 제출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고.
한편 최근 교제폭력 사건이 연달아 공론화되자, 경찰은 교제폭력에 훨씬 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고 했어요. 피해자의 처벌 의사와 관계 없이 재범 위험성이 높은 가해자에게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유치장 유치·구속 등 가해자를 피해자로부터 분리하기 위한 조치를 더 적극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한 것. 또 신고 후에도 반복되는 스토킹 범죄에는 ‘보복범죄’ 혐의에 준하는 가중처벌을 할 수 있도록 법을 바꿔서, 원래 형량(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보다 처벌 수위를 끌어올려 무조건 실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했고요.
하지만 이런 대책은 반짝 대응에 그칠 뿐,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말이 나와요.
교제폭력 예방·근절 방법: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어떻게 하면 교제폭력 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 없이 형량만 높이는 식의 대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거예요.
- 필요 없는 조항 싹 없애고 🗑️: 교제폭력 범죄는 주로 폭행이나 협박죄로 다뤄지기 때문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데요(=반의사불벌죄). 전문가들은 교제폭력 사건에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면 안 된다고 말해요.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운 교제폭력의 특성상 가해자가 피해자를 설득·협박해서 고소를 취하시키는 경우가 많고, 피해자도 보복이 두려워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같은 이유로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는 다른 가정폭력·스토킹 범죄처럼, 교제폭력 역시 경찰의 판단만으로도 신속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 교제폭력에 대한 인식 바꿔야 해 🔦: 교제폭력에 대한 경찰과 검찰,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인식을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는 말이 나와요. 교제폭력을 단순히 ‘남자가 여자에게 매달리는’ 연인 간의 가벼운 싸움으로 보거나, 심각한 수준의 물리적 폭력이 없으면 막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여기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 교제폭력을 대할 때 제3자나 가해자 남성이 아닌, 피해자 여성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실제 효과가 있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거예요.
또 신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강압적인 통제 또한 처벌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말도 나와요. 친밀한 관계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피해자를 감정적·심리적으로 압박하는 형태로도 이루어지기 때문. 최근에는 온라인상에서의 스토킹 역시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피해자의 스마트폰에 스파이웨어를 설치해 감시하거나 위치 추적 앱으로 이동을 추적하는 등 새로운 형태의 교제폭력이 늘어나면서, 이런 다양한 형태의 폭력에 대처할 수 있는 법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여성가족부는 5일 ‘2025 여성폭력방지정책 시행계획’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 의한 폭력’의 범위를 시행령에 명확히 정해, 교제폭력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고 했는데요. 이재명 대통령 역시 교제폭력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 만큼,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이미지 출처: ⓒ한국여성의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