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미국 대학 vs 트럼프 ‘문화 전쟁’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들불처럼 번지는 미국 대학 vs 트럼프 ‘문화 전쟁’

미국 하버드대학교를 비롯한 주요 대학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반기를 들면서 여론이 뜨거워지고 있어요. 지난 14일(현지시간)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은 “우리는 독립성과 헌법상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라고 밝혔는데요. 그는 학교 구성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어느 정부나 권력도 사립 대학이 무엇을 가르치고, 누구를 입학시키고 채용하며, 어떤 연구를 할지 명령해서는 안 된다"라고 단호하게 못 박았어요. 이에 미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부유한 대학과 진보 가치의 퇴출을 선언한 트럼프 정부 간의 ‘문화 전쟁(cultural battle)’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말이 나와요.
전쟁이 시작됐다고?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선 다양성에 반대하는 흐름이 커졌는데요. 트럼프 정부는 DEI정책 폐지 등 반PC주의를 강하게 내세운 정책들을 추진해 왔어요: “소수자 말고 다른 사람들이 역차별당하고 있어!” 미국 육군사관학교 내 일부 모임이 해산되고 빅테크 기업들이 다양성 관련 정책을 축소하는 등 분위기가 위축됐고요. 최근에 와선 ‘핸즈오프’ 시위가 터져 나오는 등 트럼프 정부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에요. 여기에 정부가 반유대주의를 근절하지 않으면 22억 달러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끊겠다고 하자 주요 대학들의 집단 반발이 시작된 것.
그래서 어떤 상황인데?
- 전쟁의 서막 ‘5페이지짜리 문서’ 📄: 사건은 교육부가 지난 11일 하버드대로 보낸 5페이지짜리 문서에서 시작됐어요. DEI 프로그램 폐지·반유대주의 시위 단속·교수진 채용·입학생 데이터 제공 등 학교 운영과 정책에 대한 요구 사항이 빼곡히 적혀있었다고.
- “이게 말이 돼?” 대학 반발 🤦: 이후 하버드 내에선 “해도 너무하네”라며 정부에 대한 강경 분위기가 조성됐어요. 가버 총장이 공개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재학생과 동문의 반발도 이어졌고요.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학문의 자유를 억압하는 강압적인 시도”라며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고, 하버드대 총장을 지낸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독재정권이나 할 짓”이라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놨어요.
- 트럼프 “응 그럼 돈·혜택 끊을게” 👋: 그러자 트럼프는 즉시 22억 달러(약 3조1000억 원) 규모의 연방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어요. 미국 국세청은 하버드대에 주어지던 면세권 혜택을 박탈하는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했고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난거야?
- 트럼프 “싹부터 자르자구” ✂️: 트럼프가 주요 대학들을 콕 찝어 공격에 나선 것에 대해선 생각보다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그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부터 “급진적인 워크(woke)* 이념을 퇴출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는데요. “이런 워크 세력들을 키워내는 곳이 명문대 아니야?”라는 생각이 트럼프 머릿속에 있다는 것. 지난 달 미국 정부가 교육부 폐지를 지시한 배경도 비슷한 이유일거라는 의견이 나온다고.
- 대학 “물러날 곳이 없다구” ✊: 정부는 이번 문건을 전달하기 앞서 지난달 31일 하버드대에게 보조금 지급을 재검토하겠다고 통보했는데요. 하버드대는 교내 중동연구센터의 책임자를 교체하는 등 일부 협조를 하면서 대화를 시도하다가 “도저히 안되겠어!”라며 행동에 나섰다고. 추가로 지난달 하버드대 사태와 비슷한 일을 겪은 콜롬비아대의 사례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도 나와요. 당시 콜롬비아대가 어쩔 수 없이 정부 요청을 받아들였지만 재정적 지원을 받긴 커녕 더많은 제재와 비판을 받는 모습을 보며 정부에 맞설 결심을 굳힌 게 아니겠냐는 것.
이밖에도 하버드대학교는 미국 대학 중 가장 역사가 오래됐고, 8명의 대통령을 배출하는 등 전통성과 상징성이 큰 학교인데요. 이같은 사실이 대학 입장에선 “자존심을 지켜야 해”라는 입지를, 정부 입장에선 “여기부터 손봐야겠다”는 동기를 제공했다는 분석도 있어요. 이같은 하버드대의 결정에 뉴욕타임스(NYT)는 “재정적 위기보다 388년 된 학교의 독립성과 사명에 위협이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보도했어요.
앞으로 어떻게 될거래?
미국 언론은 이번 사태가 주요 아이비리그 등 대학가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어요. 정부의 요구를 수용했던 콜롬비아대도 “우리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포기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어요. 대학가에선 예일대·MIT·프린스턴대·브라운대 등 하버드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교육계를 넘어 법조계나 언론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