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갖기 위해 군대까지? 현실로 다가온 트럼프의 팽창주의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그린란드 갖기 위해 군대까지? 현실로 다가온 트럼프의 팽창주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군대를 써서라도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차지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이 커지고 있어요. 무슨 일인지, 이유와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봤어요.
** 파나마 운하: 남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 사이 파나마 지협을 가로지르는 약 80km 길이의 운하예요. 1914년 개통된 뒤 미국이 관할하다가 1999년에 파나마로 전권을 넘겼어요.
군대를 쓸 거라고? 전쟁을 한다는 거야?
트럼프는 지난 7일(현지시간) 대선 승리 이후 2번째 기자회견을 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대한 방위비 인상 요구 등 여러 외교·안보 정책을 강조했는데요. 가장 두드러진 건 영토 확장에 대한 욕망을 드러낸 발언이었어요. “그린란드·파나마 운하 장악을 위해 군사력 또는 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수 없다. 둘 중 어느 하나에 대해서도 확신시켜 줄 수 없다”고 답한 거예요. 취임 뒤 전쟁을 피하겠다고 말한 자신의 약속을 뒤집은 것.
기자회견 이후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는 SNS에 그린란드와 파나마를 미국의 영토로 표시한 사진을 올렸고요. 트럼프 2기의 실세 중 한 명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트럼프의 장남이 그린란드를 방문한 사진을 공유하며 “그린란드가 미국의 일부가 되는 것을 환영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는데요. 트럼프가 내세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가 영토 확장을 꾀하는 팽창주의로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와요.
트럼프는 왜 그러는 거야?
트럼프는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가 미국의 ‘경제적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는데요.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 풍부한 자원 🪨: 그린란드에는 석유·가스뿐 아니라 반도체·전기차 제조에 필요한 희토류 광물이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어요. 그동안 거대한 빙하 때문에 채굴이 쉽지 않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빠르게 녹으며 쉽게 채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 안보의 핵심 🛡️: 그린란드는 역사적으로 미국 안보의 핵심 지역으로 여겨져 왔어요. 실제로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을 잇는 이른바 ‘GIUK 갭’은 냉전시대 러시아의 대서양 진출을 차단·감시하는 역할을 해왔고요.
- 새 항로 개척 🚢: 북극 일대의 빙하가 녹으며 생겨나는 새로운 항로도 트럼프가 그린란드에 주목하는 이유예요. 중동 갈등으로 인한 홍해 수에즈 운하의 긴장감이 이어지면서 아시아·북미·유럽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북극 항로(그래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 서유럽 → 동아시아 항로의 경우 북극해를 통과하면 수에즈 운하로 갈 때보다 경로의 길이가 약 40% 줄어들기도 하고요. 파나마 운하를 뺏어 오려 하는 것도 새 운송 항로를 개척하기 위한 목적의 연장선이에요.
이 모든 이유는 근본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요. (1) 정제 희토류 공급의 90%를 차지하는 중국이 희토류 자원을 국가 소유로 관리하며 ‘무기화’한 데다 (2) 이미 중국은 러시아와 손잡고 북극 항로를 개척하기 시작했고 (3) 파나마 운하를 둘러싼 중국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거든요. 결국 중국의 패권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실제로 트럼프는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장악했다”며 이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어요.
이러다 전쟁 일어나는 거 아니야?
전쟁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외신들의 전망이에요. 군사적인 침공을 위한 명분이 부족하기 때문. 그러나 한편에서는 트럼프가 다른 나라의 주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선 조치 후 수습’ 전략을 즐겨 쓰기 때문에 전쟁 가능성을 아예 닫아놓을 수는 없다는 말도 나와요. “시대에 맞지 않는 제국주의야!” 비판과 덴마크·파나마·캐나다 등 관련 국가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예상 밖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거예요.
사실 트럼프는 2019년 첫 임기 때에도 그린란드를 사겠다고 제안했었고, 최근엔 캐나다를 향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라”는 등 발언을 이어 왔는데요. 이를 농담·조롱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젠 농담으로 볼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트럼프식 팽창주의를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취임 후 미국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지켜봐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