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3가지 키워드로 미리보는 2025년 트렌드 with 송길영 작가
작성자 뉴닉
데일리 뉴스
[인터뷰] 3가지 키워드로 미리보는 2025년 트렌드 with 송길영 작가
뉴니커, 어느덧 올해를 마무리하고 2025년을 시작할 때가 됐잖아요. 올해를 돌아보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한 AI가 이제 일상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됐고, 길어진 여름에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등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다사다난했던 2024년을 지나 2025년에는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뉴닉이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작가와 만나 2025년을 관통할 3가지 키워드에 대해 들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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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작가는 요즘 시대에 만연한 감정을 ‘불안’으로 정의하는데요. 2025년도 불안을 빼놓고선 얘기할 수 없을 거라고. 송길영 작가가 얘기하는 2025년 전망, 함께 들어볼까요?
Q. 한 해를 관통할 키워드 3개를 뽑아 소개해오셨잖아요. ‘일’의 관점에서 2024년을 돌아보면 어떤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을까요?
‘유동화’와 ‘극소화’라는 단어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렵게 들리지만 우리가 다 겪었던 현상이에요. 먼저 유동화는 공채 같은 전통적인 방식의 정규직 고용이 사라지고, 필요에 따라 고용 형태가 변하는 것을 의미해요. 극소화는 정규화된 일의 상당 부분을 시스템이 처리하고 실제 사람이 하는 일이 최소화되는 현상을 말하죠. 이 두 가지 키워드가 결합되며 일자리의 개념이 바뀌고 있고, 나아가 직업 시장과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2024년을 돌아볼 때 또 다른 특징은 경쟁과 불안이 과잉된 상태라는 거예요. 요즘엔 유치원에서조차 의대 준비반이 운영되고 있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러한 현실은 사람들이 사이 경쟁이 심화되는 점을 보여준다고 봐요. 자리는 한정돼 있고 개인이 가진 욕망은 크다 보니 경쟁이 과열되면서 불신과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고 있어요.
Q. 그럼 2025년은 어떻게 흘러갈 거라고 보시나요?
해가 바뀐다고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건 아닐 텐데요. 2025년은 전례 없는 변화와 불확실성의 시기가 될 거고 생각해요. 특히 인공지능의 급격한 발전에 따른 일자리 변화, 핵개인으로 나뉘어가는 사회, 세계화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국제 정세, 기후위기로 인한 환경 문제가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 같아요.
Q. 그렇다면 2025년을 관통할 키워드를 뽑아보신다면요?
3가지 키워드를 꼽자면 다음과 같아요. ‘모두의 불안녕’, ‘경험의 자산화’, ‘취향의 네트워크’.
Q. ‘모두의 불안녕’이라는 키워드는 어떤 뜻일까요?
저는 책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편리해지지만 편안해지진 않는 요즘 시대를 ‘불안녕(不安寧)’의 시대라고 정의했는데요. 특히 AI로 인해 커진 직업 불안,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커진 주거 불안, 기후위기로 인해 커진 환경 불안은 현대인의 일상적 걱정거리가 됐죠. 따라서 2025년에 사람들이 느끼게 될 불안은 단순히 일상이 불안정해서 오는 불안이 아닌, 변화와 함께 일상의 새로운 평안을 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고 있을 것 같아요.
Q. 불안은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떼려야 뗄 수 없는 감정인 것 같아요. 이러한 불안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사실 불안은 그 자체로 나쁜 것이 아녜요. 불안은 크게 ‘필요한 불안’과 ‘불필요한 불안’으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요한 불안은 건강한 불안이에요.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어 더 위험한 상황을 대비할 수 있도록 해요. 서로 불안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교감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만들기도 하죠. 따라서 내가 느끼는 불안이 필요한 불안인 것 같다면,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그 불안을 바탕으로 실천해나갈 수 있는 걸 찾는 게 중요해요.
하지만 불필요한 불안은 오히려 불안의 제 기능을 달성하지 못하는 불안이에요. 저는 책 '시대예보: 호명사회'에서 이러한 불안을 '역기능적 불안'으로 설명했는데요. 우리의 미래를 대비하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드는 불안이에요. 즉, 우리를 소진시키기만 하는 불안이죠. 이러한 '역기능적 불안'은 주변 사람들이나 미디어가 자극해서 생겨나기도 해요. 그러니 내가 느끼는 불안이 ‘역기능적 불안’이 아닌지 살펴봐야 해요.
Q. 두 번째 키워드인 ‘경험의 자산화’는 어떤 의미인가요?
앞으로 개인의 모든 경험이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뜻이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인증샷’ 촬영을 위해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게 중심인 패키지 여행 등은 오직 체험을 위한 소비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와 달리 위스키 동호회에 참여하며 자신의 취향을 쌓는 등 일상의 축적은 개인에게 훌륭한 자산이 되고 있죠.
특히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경험을 기록하고, 이를 사회적·경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어요. 기존 블로그·유튜브 등 SNS뿐만 아니라, 증강현실(AR)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 플랫폼까지 등장하면서 개인의 경험을 더욱 풍부하고 생생하게 공유할 수 있게 됐거든요. 특히 요즘엔 AI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잖아요. 인간만의 고유한 경험과 감정은 AI가 대체할 수 없는 값진 자산이 되고 있어요.
Q. 그럼 SNS에 내 경험을 올리는 것도 경험의 자산화로 볼 수 있을까요?
단지 경험을 많이 하면 좋다는 말씀을 드리는 건 아니에요. 소비로 남는 경험과, 자산이 되는 경험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해요. 물론 자산이 되는 경험도 아카이브에서 시작할 수 있어요. 경험이 SNS를 통해 아카이브돼서 자신만의 가치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좋다고 봐요.
하지만 단지 인스타그램 게시물 숫자를 늘리거나, ‘자랑거리’를 쌓는 건 조금 달라요. 만약 인스타그램 피드만 보아도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면, 내 경험이 아카이브돼서 가치가 발생한 거예요. 하지만 수십 개의 게시물이 모두 유명인이 다녀간 번화가 맛집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경험의 자산화가 이뤄지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는 거죠.
결국 이러한 경험의 아카이브는 커리어를 열어줄 수도 있어요. 이전까지는 이력서·자격증·성적표 같이 숫자로 나를 증명하는 게 중요했다면, 이제는 ‘밀도’를 묻거든요. 지식의 밀도, 고민의 밀도, 경험의 밀도를 갖춘 사람은 경험의 자산화에 성공한 거예요. 그래서 경험의 아카이브를 통해 더욱 남들과 차별화된 나만의 가치를 찾는 게 중요한 시대인 거죠.
Q. 세 번째 키워드인 ‘취향의 네트워크’는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의 연대를 말하는 건가요?
맞아요. 최근엔 취향이 단순한 선호를 넘어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어요. 빅데이터와 AI 기술의 발달로 개인의 취향은 더욱 세밀하게 분석되고 있지만, 동시에 알고리즘에 의존하지 않는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취향 형성의 중요성도 부각되고 있거든요.
이때 같은 취향을 가진 사람들끼리의 연결, 즉 취향의 네트워크는 전에 없던 새로운 연결을 가능하게 해요. 취향의 네트워크는 꼭 동호회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는 것으로 생겨나는 게 아니예요. 평소 그리 친하지 않았던 직장 동료여도 취향을 묻고 조심스럽게 자신의 취향 정체성을 드러내보세요. “너 그거 좋아했었어? 나도야!” 하고요. 이런 소소한 대화에서 기회가 열리기 때문이에요.
더 나아가 취향의 네트워크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며 산업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친환경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지속가능한 소비 문화를 확산시키는 것처럼요. 결국 취향의 네트워크로 인해 산업 생태계도 더욱 다양하고 풍부해지고 있다고 봐요.
Q. 뽑아주신 2025년 키워드들은 모두 개인과 관련돼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변화가 사회엔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요?
가장 큰 변화로 성공과 가치에 대한 인식이 바뀔 거예요. 기존의 수직적·경쟁적 가치관이 수평적·협력적 가치관으로 빠르게 바뀔 거고요. 불안 역시 더 이상 개인이 혼자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거예요. 개인의 경험은 공동체의 자산이 되고, 취향은 새로운 기회와 연대의 기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