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할 나이 29살에 휴직을 했다

한창 일할 나이 29살에 휴직을 했다

작성자 나나

나는 식이장애 환자(였)다

한창 일할 나이 29살에 휴직을 했다

나나
나나
@naneunnay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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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가 보기에 내 인생은 꽤 성공적이다. 학창시절 공부도 꽤나 잘했다. 한 번에 원하는 수준의 대학에 들어갔다. 여러 가지 대외활동도 많이 했다. 괜찮은 회사에 들어갔고, 이직에도 성공했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도망치지 않고 다 깨고, 부수었다. 나는 무슨 이상한 나비효과를 믿었다. 아무리 작은 어려운 일, 귀찮은 일이더라도 내가 이거 하나 극복하지 못해서 내 습관이 무너지고, 내가 나태해 지는 게 싫었다. 실제로 나는 아파도 운동했다. 내 루틴을 깨는 일이 없었다. 이런 내게 ‘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너무 꼿꼿하면 부러진다고 했던가. 식이장애는 나를 부러지는 수준을 넘어 산산조각내더라. 밥도 못 먹고,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데 정상적인 생활이 될 리가 없었다.

춘천에 1박 2일 여행을 갔다. 아침에 체중을 못 재는 게 너무 불안했다. 결국 체크아웃 시간 전에, 공복 무게를 재고 싶어서 그냥 춘천을 떠나 왔다. 집에서 몸무게를 재고 먹으러 간 그 날의 첫끼.

그 와중 팀장은 나에게 더 스트레스가 됐다. 나를 좋아하지 않기도 했지만, 일도 많이 시켰다. 그러다 보니 나를 많이 부르고, 찾았다. 다른 사람을 불러야 되는데 내 이름을 습관적으로 부르기도 했다. 어떤 날은 나를 몇 번 찾나 세봤다. 3시간 동안 나를 17번 불렀다. 업무 흐름도 뚝뚝 끊겼고, 내가 무서워하는 사람이 계속 나를 부르고, 차갑게 말하는 걸 들으니 스트레스였다.

회사에 앉아 있는데 너무 힘들었다. 휴직 제도가 있단 얘기를 들었다. 요건만 보자, 요건만. 보다 보니 휴직하기 무서운 마음 반, 하고 싶다는 마음 반. 주변인들에게 슬쩍 말을 꺼내봤다. 현실적으로 20대 주니어가 휴직을 하는 게 커리어와 평판에 좋을 리가 없었다. 물론 그런 것보다 내 몸이 더 중요하다고, 무조건 휴직하라는 친구들도 많았다. 하지만 또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 인사평가 결과가 나왔다. 팀장이 평가한 나는 상/중/하 중 하였다. 팀장이 보여준 태도를 보면 예상치 못한 건 아니지만, 현타가 왔다고 할까. 인정 받기 위해 아등바등해봤자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얼 위해 이렇게 달려왔을까?

달리기를 멈추기로 했다. 팀장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앞이 보이지 않아

“어차피 네가 지금 휴직해도, 복직하면 다시 스트레스 받을 텐데 그럼 또 폭식하는 거 아니야?”

“우리 팀 업무가 안 맞아서 그런 것 같은데, 복직하면 다른 팀으로 갈 수도 있어”

휴직하지 말란 건가, 퇴사를 하라는 건가. 팀에서 나가란 건가? 녹음을 했어야 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인간적인 측면에서의 큰 기대가 없었기 때문에 상처가 크진 않았지만, 그래도 참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는 생각은 했다. 

상담 선생님도 휴직을 말렸다. 그거 도망 가는 거 아니냐고 했다. 돌아와도 팀장이라는 변수는 있는데 어떡할 거냐고. 나도 그 생각을 안 한 건 아니다. 그치만 회사 시스템상 팀장은 몇 년에 한 번 로테이션됐고, 팀장이 바뀔 가능성도 충분히 있었다. 돌아오면 바뀔 수도 있으니까. 상담 선생님은 그 가능성 하나 믿고 휴직하는 건 좋지 않다고 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안 바뀔 수도 있다고. 그리고 휴직하고 나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도 무서웠다. 그치만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달리기를 멈췄다.

내가 멈추면 당연히 뒤쳐질 걸 알지만 멈췄다. 앞서고 말고는 더 이상 중요한 게 아니었다. 나를 돌보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휴직에 뒤이어 올 행복은 이토록 달콤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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